날이 추우니까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
근데, 도시락 아침마다 싸오시는 건가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눈 뜨기 바쁘고 씻기 바쁘다. 내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면, 부엌에서는 가스레인지 소리와 함께 칼로 재료를 다듬는 소리가 들린다.
대체로 집에 있는 밑반찬을 활용한 도시락이지만, 엄마는 날이 추워질 때면 꼭 아침에 만든 국을 보온병에 같이 담아 주신다. 개인적으로 국이 있어야 밥이 넘어가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추워지면 나오는 나의 대사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 힘들면 도시락 안 싸줘도 돼."
"왜? 바깥 음식이 먹고 싶어?"
"그건 아니고, 날이 추워지니까 갓 한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더라고."
"안 그래도 보온병 도시락 보고 있었는데..."
솔직히 나가서 먹는 점심도 좋지만, 회사원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점심시간에 자유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나 강남 쪽은 식당 대기가 너무 길기 때문에 밥 먹다가 점심시간이 모두 날아가버리기 때문.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이 더 늘었다.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기 때문에 30분 정도 도시락을 먹고 1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한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는 밀린 영상들을 보거나, 업무를 할 때가 대부분이며, 취미로 배우고 있는 일본어 숙제를 하는 편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모두 엄마의 도시락 덕분이다.
엄마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지 1년이 다되어 간다. 작년 11월에 이 회사에 이직을 했으니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마케팅 회사들은 늘 그렇듯 4분기는 제안서로 시작해서 제안서로 끝난다. 사실 대학교 광고홍보학을 부전공으로 하면서 제안서 쓰는 맛에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업業이 되니 이렇게 또 귀찮아진다. 업무가 귀찮아지니 살짝의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스트레스는 자꾸 자극적인 음식을 당긴다.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지 않는 나이기에, 음식으로라도 건강하려고 노력한다. 업무 핑계로 뱃속에 쓰레기를 넣는 일은 당분간 적당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