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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뷰리 Oct 21. 2020

이제, 점심 사 먹을까?

날이 추우니까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

근데, 도시락 아침마다 싸오시는 건가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눈 뜨기 바쁘고 씻기 바쁘다. 내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면, 부엌에서는 가스레인지 소리와 함께 칼로 재료를 다듬는 소리가 들린다.


대체로 집에 있는 밑반찬을 활용한 도시락이지만, 엄마는 날이 추워질 때면 꼭 아침에 만든 국을 보온병에 같이 담아 주신다. 개인적으로 국이 있어야 밥이 넘어가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추워지면 나오는 나의 대사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 힘들면 도시락 안 싸줘도 돼."

"왜? 바깥 음식이 먹고 싶어?"

"그건 아니고, 날이 추워지니까 갓 한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더라고."

"안 그래도 보온병 도시락 보고 있었는데..."

따뜻한 국이 보온병에 담겨 있다

솔직히 나가서 먹는 점심도 좋지만, 회사원에게 있어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점심시간에 자유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나 강남 쪽은 식당 대기가 너무 길기 때문에 밥 먹다가 점심시간이 모두 날아가버리기 때문.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이 더 늘었다.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기 때문에 30분 정도 도시락을 먹고 1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한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는 밀린 영상들을 보거나, 업무를 할 때가 대부분이며, 취미로 배우고 있는 일본어 숙제를 하는 편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모두 엄마의 도시락 덕분이다. 




엄마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지 1년이 다되어 간다. 작년 11월에 이 회사에 이직을 했으니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마케팅 회사들은 늘 그렇듯 4분기는 제안서로 시작해서 제안서로 끝난다. 사실 대학교 광고홍보학을 부전공으로 하면서 제안서 쓰는 맛에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업業이 되니 이렇게 또 귀찮아진다. 업무가 귀찮아지니 살짝의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스트레스는 자꾸 자극적인 음식을 당긴다.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지 않는 나이기에, 음식으로라도 건강하려고 노력한다. 업무 핑계로 뱃속에 쓰레기를 넣는 일은 당분간 적당히 해야겠다.

늘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엄마표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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