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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뷰리 May 13. 2022

나는 내 월급 값을 하고 있는가?

대표가 되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의 고민

나는 애초에 대기업 갈 생각을 안 했다. 나는 명확한 인생 목표가 있었다.


나는 대표가 될 거야.

성격상 남 밑에서 일 못하는 것도 그렇고, 소위 중고등학생 때 '자기 주도 학습'으로 대학을 갔던 사람으로서 내가 기획하고 내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 나의 인생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에 입사하여 부품으로 몇십 년 일하는 것은 애초에 내 인생 계획에 없었다. 취준생땐 남들 넣어보는 대기업 다 넣어보고 면접도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다. 나는 나무보단 숲을 보고 싶었다.


나는 중소기업에 입사하여 그 회사의 모든 구조를 배우고자 했다. 이러한 마음 가짐으로 들어간 첫 회사는 나에게 너무 작은 회사였다. 내가 그릇이 크다는 느낌보다는 정말로 배울 것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대표를 가르치고 있었고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분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물론 배운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 관리, 기본적인 바이럴 마케팅, 대행사를 다루는 일(인하우스 마케터였다), 외부 미팅 매너, 하다 못해 세금계산서 발행하는 법 등 회사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법을 대충 익혔다. (회계적인 부분은 회계팀과 친해져서 하나하나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MBTI를 좋아하지 않고 딱히 믿는 편은 아니지만 ENTJ(내 mbti)는 회사에서 내가 배울 게 없고 상사의 무능력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직을 한다고 한다. 이건 너무 소름 돋게 맞는 말이었다. 첫 직장을 나온 이유는 딱 이 2가지였고 오히려 대행사에서 제대로 마케팅을 배워봐야겠다 싶어서 지금 회사로 이직했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당장 그 회사를 나오라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만하면 대행사 경력 충분히 채웠으니 브랜드로 넘어가라, 너를 이용하기만 하는 회사 호구 잡혀 뭐할 거냐 더 큰 곳으로 이직해라, 연봉도 적고 뭐라 할 복지도 없는 회사 왜 다니냐, 내부 직원이 그렇게 자주 바뀌는 데 넌 왜 몇 년씩이나 가만히 있냐 바보냐 등. 그래서 요즘 개인적으로 이 회사 들어와서 가장 힘든 기간을 버티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회사 상황도 정말 좋지 않다. 브랜드들의 재계약이 불투명해서 회사 자금 사정조차 좋을 것 같지 않다. 까놓고 말해서 매 달 월급 걱정을 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이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내 월급과 퇴직금을 챙겨 나가려면 지금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지금 런run각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난 월급 값은 제대로 하고 있었나?

갑자기 이런 물음이 스스로에게 들었다. 모든 일을 진심으로 일했고 부끄럽지 않게 일했나, 브랜드가 떠나가는 것에 나의 책임이 단 하나도 없는가, 최선을 다 했는가.


다른 동료들에 비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고민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내가 내 마음에 들게 일했나 생각해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매 번 '나는 대표가 될 거야'라고 생각했으면서 나도 고작 직장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연봉 더 주면 일 더 잘해볼게, 난 돈 받는 만큼만 일해주면 되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오늘 하루 버티고 견뎌서 넘기면 되겠지. 이런 마인드로는 절대 대표가 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요즘 걱정들이 무색해진다.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것을 오직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의 사업에 도움이  만한 것들은  회사에서 뽑아먹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고 있었다.


난 대표가 될 거니까,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 하나하나 체득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 적용시켜 나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명확해진다. 그리고 기분도 나아진다.


이렇게 이번 주도 마무리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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