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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뷰리 Jul 13. 2022

마케팅 6년 차에서 마케팅을 그만두다

그리고 회사원도 그만두다

애매했다. 늘 애매했다.


그래서, 마케팅이 뭔데? 시장에서 조금 더 나은 포지션을 가지게 하는 거? 아니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디지털 상에서 내가 맡은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게 도와주는 거?


전공이 철학이고 부전공이 광고홍보였고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중, 고등학교 내내 장래희망에 '카피라이터'라고 썼던 나였기 때문에 마케팅 쪽으로 빠졌던 것이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마케팅을 내가 업으로 하면서 느끼는 점은 '그래서 마케팅이 뭔데?'였다. 할수록 짜치고, 점점 전문성이 깊어질수록 전문성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까지 있었던 회사 대표조차 "마케팅이 뭘까?"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단체 메신저에 올리기까지 했으니까. 마케팅 회사 대표라는 사람조차 헷갈리면서도 그래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을 내가 6년이나 했다.


내가 디지털 마케팅으로 한 업무는 꽤나 광범위했다. 소위 말해 요즘 디지털 마케팅에서 주류이면서 돈 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역의 끝까지 일해봤다고 자부할 수 있다. 심지어 브랜딩까지. 그렇지만 하면 할수록 끝이 보였다. 이렇게 달려봤자 마케팅 회사원의 가장 끝은 어느 브랜드의 마케팅 팀장 정도겠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사람 정도겠지. 저게 내가 바라는 모습인가, 아니다.

퇴사하고 본 전시

솔직히 누구나 마케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더욱더 전문성이 없는 분야라고 느껴졌다. 물론 누구에게는 매우 어려운 영역일 수도 있으나 1년만 실무에서 뒹굴면 바로 메인급으로 투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감각만 있으면. 그런데 나에게는 그 감각이 꽤 있었나 보다. 바로 팀장급의 오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여기서 또 의아하기 시작했다. 고작 한 분야에서 6년 정도 일했던 사람에게 팀장을 달 수 있는 정도의 바닥이라면, 그다음은 너무 뻔하잖아. 그래서 퇴사했다. 나의 끝이 보였다.


마케팅에 대한 나의 즐거움은 이만하면 됐다. 끝내면서 그래, 차라리 기술을 배워야지 싶었다. 그래서 요즘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기술을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를 차려보려 한다.

동료에게 퇴사 선물로 받은 화분

회사를 나오면서 외주를 들고 나왔다. 지금 회사는 사정이 매우  좋아 사람 하나하나 귀한 시점인데,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이를 대표는 말릴  없었다. 다만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외부에서도 봐주기로 하면서 아예 마케팅을 손에 놓지는 않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나에게 마케팅이란 그저 카드값 걱정을 덜어주는 하나의 안전장치 정도.


하지만 나는 안다.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제 서른의 나이에 나는 남들 은퇴하면 그때 생각하는 '나 그래서 이제 뭐 해 먹고살지?'를 조금 더 싱싱한 뇌를 가진 이 시점에서 고민해보려 한다. 나는 정해진 길이 있는 회사원이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늘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회사를 나가지 않은지 약 10일 정도 되었다. 그래도 매번 가던 곳이 있던 사람이 집에만 있으니까(물론 진짜 집에만 있진 않았고 나가서 영화도 보고 전시도 보고 했다.) 답답해 죽을 것 같다. 배우고 있는 것도 집에서 대부분 처리하고 짬짬이 들고 나온 외주도 혼자 처리하다 보니 여간 심심하고 말동무가 필요해지고 있다. 물론 남편이 프리랜서라 옆에 있어 주지만 그와는 다른 공허함이 생기고 있다. 이를 주변 프리랜서 선배들에게 말하니 그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고 하더라. 그걸 견뎌야지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고 개인의 레벨도 올라간다나.


그 와중에 유튜브 뒤적거리다 나와 너무 생각이 비슷한 '신사임당'님의 영상을 보아 아래 링크로 걸어놓는다. 해당 영상을 보고 '맞아, 나도 저런 마음이지'라며 다시 동기 부여되는 날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JpgS1Ua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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