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짐승의 시간'을 '인간의 시간'으로(2)
다이어트를 하려다가도 요요를 걱정돼서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아직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시작해보지 않았던 나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거냐며, 그런 핑계가 어디 있냐고 코웃음을 쳤다.
요요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그들의 나약함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어트가 끝나고 나니
'아, 그래서 다들 요요를 걱정했었구나'라며 그 무서움의 깊이를 깨닫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수십 킬로를 감량한 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버린 수많은 연예인들의 사례만 보더라도
외모의 가치가 누구보다도 중요한 이들조차도 막기 힘든 것이 요요가 아닐까 싶었다.
체중을 엄청나게 감량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조차도
감량된 몸무게를 유지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이 맞다.
게다가 다이어트는 한순간이지만
유지는 한평생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가 끝난 지 4개월이 되어가는 지금의 나 역시
요요가 왔고, 그 요요를 이겨내며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유지를 위해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이어트 완료 후 지난 3개월 간
요요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다이어터에게는 요요의 무서움을 깨닫는 과정이 없는 편이 더 좋다.
하지만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과도 같은 실수이며
이 실수는 소중한 경험이고, 반복되지만 않는다면 삶의 지혜를 얻는 소중한 과정이므로
이 경험 역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이어트 후 요요가 오는 것은 고무줄이 늘어나는 이치와 비슷해 보인다.
탄성을 가진 고무줄을 최대한 당겼다가 빠르게 놓을 때,
원래대로 빠르게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무줄을 최대한 오랫동안 당겼다가 놓는다면, 빠르게 되돌아오지도 않거니와
처음과 달리 늘어나 길이가 조금 달라지게 된다.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이 짧았거나
식욕을 과하게 억누르고 있었던 사람들은
다이어트가 끝나자마자 폭발적인 식욕과 함께
빠르게 과거의 식생활로 돌아가버리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은 음식을 단기간에 폭식하며 먹어대고
빠른 복귀에 덧붙여 그 이상의 체중 증가까지도 겪게 된다.
폭식하는 버릇으로 위가 늘어나고 허기감을 자주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자꾸 먹다 보면 익숙해져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시작하지 않는 것만도 못한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다이어트를 하며
자신의 체질과 습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예전 식습관과 예전 몸무게로 빠르게 돌아가지도 않거니와
무엇보다 식습관이 제대로 개선되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몸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며 건강이 좋아진 경험이 누적되니
자연스럽게 식단과 비슷한,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요요도 거의 오지 않고 감량된 채로 체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끝내갈 무렵
주변 다이어터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요요가 절대 오면 안 될 텐데, 또 오면 어쩌죠?'
나는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요요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지는 못했지만,
수영법을 알지 못하는 아이가 물을 과하게 무서워하듯이
덩달아 요요에 대한 막연하고도 큰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식단을 벗어나는 순간 올 수 있다고?
요요가 오지 않게 하려면 평생 식단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 식단만을 먹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 역시 무척 끔찍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간 미뤄두었던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는 자리 같은 것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가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생겨났다.
12주가 끝나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적응기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때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는 식단에 맞춰 먹고 중간의 한 번의 간식 섭취 시 자유롭게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며 일반식에 적응해 가는 것을 돕기 위한 기간이었는데
내게는 그간 꽉 조여놓았던 허리띠를 살짝 풀어놓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건강한 음식을 양을 늘려 섭취하며 적응해 나가야 하는 시기에
나는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초콜릿 머핀 같은 것을 먹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적응기 동안 체중 증량은 없었다.
문제는 적응기가 끝난 뒤였다.
공식적으로 일반식으로 세끼를 먹게 되자, 나는 요요에 대한 두려움과 자유로운 식단 섭취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을 겪게 되었다. 이미 간식 섭취를 통해 느낀 속세(?) 음식의 달콤함은 세끼 모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겼다. 꿈만 같은 완전한 자유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두려움도 컸다. 요요가 순식간에 찾아올까 봐 두려운 마음과 과도한 자유 앞에 혼란스러움마저 들었다. 식단을 변형시켜서 일상식 비슷하게 먹는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방법이 귀찮기도 했고, 무엇보다 식단은 이제 진절머리가 나서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타협을 결심했다. 음식의 양을 줄여 섭취하며 다이어트 기간 동안 생각해 두었던 먹고 싶은 음식들을 하나씩 봉인해제하듯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높은 칼로리의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는 순간에도, 큰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실로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그간 고생했는데 먹고 싶은 것을 좀 먹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조금만 먹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수육도 함께 먹고, 영양 불균형의 정점인 면요리도 즐겨 먹었다. 그런데 가족들의 식습관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경쟁하듯 먹는 습관이 되살아나며 양이 늘기 시작하였고, 여러모로 '예전처럼'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오랜만에 올라간 체중계 위에서 어느새 3킬로가 넘게 훅 늘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뺀 살인데, 한 달 만에 요요가 와서 예전 몸무게로 돌아가게 된다는 말이 엄살도,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작은 변화를 통해 나는 예전의 식습관으로, 그리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가득 채워진 커다란 수조에 파란색 잉크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처음에는 모두 희석되어서 그 변화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떨어뜨리기를 계속할수록 점점 푸른색 수조로 바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예전 몸매,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가?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찔해졌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야겠다는, 식단 1주 차부터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마무리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는 일은 봉인해제 된 것을 다시 틀어막는 일처럼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1주일 식단조차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실패했다. 결국 되도록 유지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적응기의 식단을 생각해 보았다. 어떤 메뉴를 먹든지 비율을 맞추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치에 맞춰 구성된 식단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단백질 50%, 탄수 30%, 식이섬유 15%, 지방 5%를 지켜서 메뉴를 구성하고, 양을 구체적으로 계량할 수 없기에 고루 먹은 다음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면 멈추는 식으로 식사를 했다. 눈대중으로 내가 어느 정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가늠한 뒤 그보다 더 많은 양을 준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전의 식습관 중 가장 좋지 않았던 버릇이 '배 고플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듯 먹는 편이 소화도 잘 되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약간 부족한 듯 먹었을 때 긍정적인 느낌을 주입함으로써 습관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적응기 식단은 큰 도움이 되었다. 원래는 하루 세끼를 비율에 맞춰 먹고, 오후에 간단히 자유로운 간식을 섭취하는 방식이었는데, 대신 하루 두 끼(아침, 저녁)를 비율에 맞춰 적당히 먹고 대사가 활발한 점심때 먹고 싶은 음식을 적당히 먹고자 했다. 면 요리나 볶음밥 등 나트륨과 칼로리,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메뉴를 먹을 경우 꼭 섬유질이나 칼륨이 많은 과일을 조금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그리고 물은 1.5리터 이상 섭취, 잠은 6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나의 몸무게는 다이어트를 끝냈을 때보다 1.5킬로 정도 증량한 상태에서 수개월째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간혹 주말에 여행이나 가족행사로 하루 두 번 균형 있는 식사 실천이 어려워 증량이 발생하더라도 2-3일 정도 균형 잡힌 식사생활을 유지하게 되면 신기하게 다시 그 몸무게로 되돌아왔다.
내 몸은 다행히 100일간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1. 매일 체중 재기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화장실을 다녀온 뒤 속옷차림으로 몸무게를 재는 일이다.
매일 체중을 측정함으로써
어제 먹었던 음식들과 양을 복기하며 어떤 음식이 나의 증량 또는 감량에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복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유지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가 끝난 뒤 이 식사, 저 식사를 시도해 보며 몸의 변화에 주목했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얼마나 증량이 되는지,
몸무게가 증량됐을 때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실험해 보며
살찔만한 음식을 먹는 행위를 두려워하거나 금기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과하게 요요가 온 뒤에 몰아서 또 빼거나 이런 것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당히 1킬로 이내의 변화에서 관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매일 체중을 잰다는 사실은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무의식에 주기적으로 경고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한 생리 전, 중, 후의 몸무게 변화도 체크해 보며
식욕과 식사량, 식단과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몸에 새기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 습관이 3개월 이상 지속되자 나에게 새로운 자신감이 되었다.
나 자신을 관리해 나가며 요요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 균형 잡힌 식단 2회 실천
아침 식사는 되도록 다이어트식단에 맞춰 먹으려고 노력한다.
가장 바쁜 시간대이므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균형 있는 음식을 섭취한다.
가족들에게 아침을 차려주며
주로 채소, 과일, 요거트, 닭가슴살, 치즈 등을 적당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점심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혼자 식사하게 될 경우 일부러 맛있는 것을 찾아가 먹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적당히 하려고 한다.
하루 두 끼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됨으로써
마일리지를 적립한 기분으로
저녁에 가족들과 먹는 음식을 보다 자유롭게, 편한 마음으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다이어리에 나의 식습관 기록하기
다이어리에 하루 식습관을 기록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먹은 메뉴를 적는 것도 많이들 하는 방법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적당히 배부르기 전까지 먹는다는 것이 지켜진다는 전제 하에
메뉴선정보다도 비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메뉴를 기억하거나 적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비율에 맞게 섭취했는지 여부를 표시한다.
유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 두 끼 균형 잡힌 식사하기
- 물 1.5리터 이상 마시기
- 아침에 30분 이상 운동하기
를 항목화하여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칸을 만들어 일주일간 실천을 체크하도록 한다.
다이어리를 열어볼 때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봄으로써
스스로를 격려하고 뿌듯함을 극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4. 한 입만의 지혜를 실천하기
예전에 날씬함으로 부러움을 사던 직장 동료가 있었다. 매점 같은 곳에 갈 때 그 친구는 항상 자신의 메뉴를 고르지 않고 생글거리는 얼굴로 다가와 '한 입만'을 부탁했다. (코로나 이전이라 가능했다) 라면을 먹을 때에는 한 젓가락만, 과자를 먹을 때에는 한두 번 손을 뻗어 집어먹을 만큼만 뺏어 먹었다.
가끔씩 얌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보니 다이어트에 있어서만은 이 한 입만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지혜를 갖춘 미덕임에 틀림없다. 맛있는 것을 먹되 그 양을 적게 먹으라는 것은 다이어트계의 진리이다. 그렇다고 끊임없이 자주, 다양한 것들을 한꺼번에 먹으면 의미가 없겠지만, 가끔씩 먹는 군것질거리는 딱 한 입만 먹고 멈추는 것이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절제력을 보여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며 언제까지나 멀리하고 섭취하지 않을 수만 있겠는가? 가족들과 외식을 하는 재미, 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재미를 언제까지고 미루기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외식이나 간식섭취 시 영양 균형이 맞지 않는 음식은 '한 입만'의 지혜를 떠올리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다이어트하다가 실패할 수 있다.
실천하던 과정에서 그만둘 수도 있고
성공적으로 끝냈다가 요요가 와서 좋지 않게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한 다이어트는 무조건 실패한 경험으로 뭉뚱그려져야 하는가?
예를 들어 식단에 맞춰 6일간 잘 실천해 왔는데,
7일째에 식욕을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했거나 폭식을 해버렸다.
그래서 다이어트 포기를 선언했을 경우, 남는 것은 참았던 5일에 대한 기억이 아닌
무너져버린 하루의 기억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검은 봉지에 꽁꽁 싸서 구석에 처넣어버려서는 안 된다.
절대로 꺼내서 열어보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 경험을 풀어헤쳐서 넓게 펼쳐놓고 세세하게 나누어 보며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복기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힘들게 참았던 6일이라는 기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만큼의 기간 동안 실천해 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의지를 가진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체로 힘들어하며 1-2일 만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들을 실천한 경험마저도 돌아보면 모두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
우리는 꼭 성공한 경험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패 역시 나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대신 마지막 7일째에 참아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이유가 직장에서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호르몬 변화 - 여성의 경우 생리 전, 배란기간 등 -의 영향이었을 수도 있고
의지를 지속하지 못한, 정신력의 한계였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이유였는데 때마침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음식 유혹에 못 참는 듯이 넘어가 버렸거나 맛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약속을 미루거나 거부하지 않는 등, 아니면 냉장고에 있는 초콜릿을 꺼내먹는다든지 작은 일탈에 대한 욕망을 밀쳐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순간을 떠올려보며, 그런 나약했던 상황 속의 나를 더욱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생각을 해 보자.
내가 흔들리고 포기하게 된 원인을 정확히 안다면, 새로운 도전을 덜 두려워하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다이어트 시도를 더 이상 의미 없다고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트의 과정과 요요의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몸상태, 상황, 스트레스 지수 등, 그리고 어떨 때 주로 식욕을 많이 느끼는가, 인내하지 못하고 눈앞이 암전 된듯한, 이성이 마비된 듯한 기분과 함께 마구 먹어버리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 그 순간들의 느낌과 과정에 대해 상세히 기록해 두면 그리고 그 순간들의 나의 생각과 판단 등을 구체적으로 인지하면 안 좋은 결과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당신은 폭주할 수 있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조심스러운 자유가 주어지는데,
그 자유를 누리고픈 마음에 금기시될 수 있는 음식 한 가지를 마음껏 먹는 등 폭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눈앞이 깜깜해져서건 아니면 그런 상태를 인지하고 있지만 도저히 음식으로부터 분리가 되지 않아서 마구 섭취하게 되어서건, 마음껏 섭취한 뒤 오는 후회와 자책감과 더부룩하고 불편한 몸상태를 아주 세세히 느끼고 이를 기록해 두면 좋다.
이렇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마구 섭취했을 때 내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느끼며, 부정적인 몸과 마음의 느낌을 최대한 증폭시켜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있다 보니 나는 내면의 간식 섭취욕망을 아이를 핑계대어 해소하려 드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마트에서 아이를 위한 간식을 고를 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아이 핑계로 사들이는 것이었다.
아이가 간식을 먹고 나면 나도 한 두 개를 조심스레 섭취하곤 했던 것이
어느 날은 탈선한 기차가 폭주하듯 과량을 섭취하게 된 적이 있었다.
살짝 딱딱한 강냉이를 씹을 때의 느껴지는 특유의 고소함과 바삭 청량한 쾌감.
거기에 버터 풍미를 더한 단짠이 추가된 그 과자를 손이 보이지 않도록 마구 입안에 쓸어 넣고 싶었었다.
그래서 그 커다란 봉지과자를 한꺼번에 절반이나 먹어버린 적이 있었다.
먹는 순간에는 맛이 있어 좋았지만
점점 입안 가득 맴도는 텁텁함과 얼얼함,
그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은 탓에 느껴지는 복부팽만감과 복통,
과자 봉지 뒷면에서 발견한 칼로리 정보를 보고서 밀려오는 엄청난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멈추지 않았다.
죗값(?)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나는 그 부정적인 감정과 느낌을 여러 차례 되새김질하며 극대화하였다.
다시는 이 과자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지도록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최소한 몇 개월은 그 음식은 먹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감정과 느낌들을 통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과식하는 것이 몸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재차 인지하고 주입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하자 더 이상 간식류를 폭주하듯이 섭취하지 않게 되었다.
과거의 나처럼 다시 빵과 떡으로 식사를 때우고 튀긴 음식과 맥주를 함께 늦은 밤에 먹고 마시는 것은 요요의 지름길이다. 나는 평소 집에서 야식을 먹던 습관을 완벽하게 버렸다. 저녁 식사에서 남은 고기나 냉동실의 쥐포를 안주삼아 남편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일 등은 이제 없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을 만나는 자리,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섭취하는 음식들을 완벽하게 관리하거나 끊을 수는 없겠지만 그럴 때는 양을 줄여 섭취하거나 며칠간 식단에 준하는 음식을 섭취하며 몸무게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인생의 낙에서 식도락을 없애고 싶지 않다. 하지만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더욱 몸에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며 건강한 체중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예전의 방탕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싶다. 매일 아침 30분 이상의 운동을 하며 기초체력을 다지고, 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과 싸우지 않고 나를 달래고 다독이기 위해 노력한다.
다이어트가 끝난 뒤 예전 식습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막으며
앞으로의 새로운 100일을 향해 노력해 보면 어떨까.
보다 유연해진, 균형 잡힌 식단을 하루 두 끼 실천하며
나머지 한 끼는 먹고 싶은 것을 적당히 먹으며
그렇게 평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더 이상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과 식습관은 자연스럽게 멀리하고 싶어질 것이다.
완벽하게 웅녀로 변한 곰은, 더 이상 곰이었을 때의 먹이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의Anna Pel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