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학부모와의 상담

아미그달라 달래서 안정적인 대화 나누기

by The G G

아침 8시 출근길. "띠리링~ "띠리링~" 여러 차례 알림이 울린다.

올해 우리 반 학급운영 및 학부모 소통을 위해 이용 중인 하이클래스의 하이톡. 요즘엔 교사들의 퇴근 후 시간 보장을 위해 하이톡 알림이 뜨는 시간까지 정해놓을 수 있는데 나는 아침 8시가 되면 잠금 기능이 해제되도록 설정해 두었다. 하이톡이 울릴 때쯤은 대체적으로 출근 중, 운전 중이라 웬만해선 하이톡을 잘 안 보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로 열어보곤 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띠리링~" 한 번 이면 주로 아이가 아파서 결석한다는 연락.

"띠리링~" "띠리링~" 두 번 울리면 결석한다는 말 + 주로 인사.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등...)

"띠리링~"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울리면 긴급한 일. 이 정도로 구분을 하는데

오늘 아침의 하이톡은 두 번 울렸지만 슬쩍 보니 우리 반 학부모가 어젯밤 늦은 시각에 보낸 거였다. 아침 일찍 학교에서 상담을 하고 싶다는... (????) 음... 뭔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군....


학부모 아미그달라에 빨간불이 켜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미그달라는 우리 두뇌 한가운데에 있는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로 감정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부정적 감정(분노, 증오, 슬픔, 절망, 공포 등..)에 불을 댕기곤 한다. 빨간 불이 들어오는 위험경보장치랄까...? 원시시대에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이 되는 순간 생존을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듯이 현대인도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원시인들처럼 폭발하고 증오하고 절망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미그달라는 생후 5세 정도까지만 성장하고 멈춘다는 거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사람들은 5살짜리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학교에 도착한 뒤에 읽고 답장을 보내도 되지만 왠지 심각함이 느껴져서 오늘은 신호에 걸렸을 때 얼른 답장을 보냈다. 무슨 일인지 대충이라도 알아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 테니...


어떤 한 친구 때문이었다. 지난주에도 그 친구와 문제가 생겨 남아서 대화를 하고 집에 보냈기에 대충 짐작이 되었다. 상담을 방과 후까지 기다리게 하자니 학부모가 많이 심각하게 느끼고 있고, 그렇다고 수업 전에 교실에 아이들이 다 있는 상태에서 상담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리 양해를 구해서 중간 쉬는 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학부모 상담이나 학부모 민원의 상당 부분은 학부모가 실제 문제 상황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교사로서 우리 반 두 친구 모두의 성향과 교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을 대충 알고 있는 터 오늘 상담도 그랬다. 이런 경우 누가 더 잘했네 잘못했네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학부모에 켜진 빨간 불을 빨리 꺼주는 게 중요하다.


우선 최대한 귀를 열고 학부모와 그 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쭈욱 들어주었다. 나름 교사로서 교실에서의 상담전문가로서 경청이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을 자르지 말고, 중간중간 내가 잘 듣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미러링 및 상대의 말이 맞는지 내 언어로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전 과정이다. 경청만 잘해줘도 상담의 80%는 순조롭게 지나간다.


그다음엔 감정을 인정해 빨간불 끄기이다.

오늘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같은 반 친구가 아이를 괴롭혀 학교 가는 일이 지옥 같다고 했다고 한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도... 오늘 상담 중에 위 말을 여러 번이나 했는데 그때마다 울먹이며 말을 했다. 그만큼 마음이 많이 아팠다는 뜻이겠지....

학부모의 화가 난 감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아이가 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연민, 그리고 친구들에게 소외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등이었다. 감정들은 인정을 해주면 사그라들기 마련인데 어제, 오늘 학부모가 느꼈을 여러 감정들을 직접적으로까진 아니어도 조금씩 읽어주었더니 학부모의 격앙된 음성도 차차 수그러들었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부모의 이야기를 한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었고, (그리고 이미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기도 했고...) 왓칭(저자 김상운 님)에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아미그달라 달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학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게 잘 들어주고, 감정을 읽어주고, 원하는 것을 말하게 하여 약속을 하며 오늘 상담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몇 년 전에 왓칭을 접하고는 내 삶이 180도 달라졌는데 그 이야기는 브런치 스토리에 차차 올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