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기 및 어제보다 업그레이드된 이틀차.
이번 주 저녁 육아 파업을 마음먹고 이틀 째 실천 중이다.
어젯밤 늦게 집에 들어갔더니 첫째는 나를 보고 민망하고 미안한지 그냥 방으로 쑥 들어가 버리고, 둘째는 인사도 하고 평소처럼 이것저것 말 걸다가 내가 반응이 없으니 멋쩍였다. 내가 씻는 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는데 그 모습이 왜케 짠한지..
내가 화가 나고 원망스러운 상대는 청화나 청효가 아니라 남편이었는데… 애들한테까지 불똥이 튀어버려서 엄마로서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파업하며 알릴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제는 학교에서 독서모임을 하다가 준비 없이 퇴근하는 바람에 밤까지 혼자 있을 장소를 아울렛으로 쉽게 결정했던 것 같다. 막상 가보니 내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혼자 먹은 저녁 식사는 멍게를 비벼 먹는 나물솥밥이었는데 짰고 양은 엄청 많았다. 세트로 나온 순두부찌개 원래 좋아하는데 어제는 너무 뜨겁고 맵고 … 내가 입에 구내염이 생긴 터라 음식은 입술에 닿기만 해도 너무 아팠다. 결과적으로 배만 부르고 입술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커피숍에 가기 싫었던 것도 있다.
암튼 나의 초이스는 별로였던 것이다.
너무 밝았고, 오픈되어 있고,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무르기 어려워서 결국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는…
일찍 캄캄해진 탓인지 도서관 공영주차장은 차들이 별로 없었다. 주차장에서 도서관까지 걷는 길이 원래는 실개천도 흐르고 예쁜 나무다리를 건너는 낭만적인 길인데 나는 적적하고 외로웠다.
도서관은 조용해서 좋았지만 나 역시 발걸음도 조심조심 걸어야 할 정도로 신경을 써야했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도 뭔가 불편했다. 암튼 내 기대와는 달리 편안하지도 않았어서 한 시간만 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엄청 피곤했다는…
두둥! 오늘은 이틀 째다.
옆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 역시 혼자만의 공간에 종종 간다고 했다. 그녀가 추천해 준 곳은 내가 종종 들르던 박물관 주차장.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갈만한 곳은 주차장 밖에 없단 말인가..? ㅠㅠ)
브런치엔 쓰지 않았지만 예전에 다른 곳에 올린 글에서 나만의 아지트를 쓴 글이 있었는데 그녀가 추천해준 곳이 바로 그곳이다.
20여분 조금 걸어 언덕을 지나 벤치에 앉아 해지는 것을 혼자 감상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캄캄하고 날도 추우니 차 안에서만 있을 거다.
오늘따라 업무가 많아서 그거 하다가 퇴근 시간이 훅 늦어졌다.
장소는 정해졌고, 어제 저녁이 너무 배부르고 자극적이었던 점을 반성하며 오늘은 가뿐하게 편의점에서 저녁거리를 사 왔다. 야심 차게 비프버거와 삼각김밥을 샀다. 삼각김밥은 좀 짰고, 비프버거는 맛있었다. 마침 배고플 때 먹으려고 차에 둔 두유가 있어서 같이 맛있게 냠냠했다.
확실히 어제보다 업그레이드된 게 뭐냐면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 차에 있으니 조용하고 다른 사람 신경 쓸 일도 없어서 좋다. 시트를 조절하면 자세도 이리저리 바꿀 수 있다.
이제 내가 읽고 싶었던 책 읽고 오늘도 밤늦게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