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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G G Nov 09. 2023

세도나메서드. 안전욕구 흘려보내기

나 홀로 차 안에서..

나 홀로 차 안에서 세도나메서드를 천천히 읽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상황들을 놓치지 않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고, 연습하도록 도와준다. 설명이나 방법들을 내 상황에 맞추어 떠올리고 연습하다 보면 한 페이지 넘어가는데도 꽤 오래 걸리곤 한다.


난 엊그제 있던 일을 되새기며 해당 질문을 하나하나 나에게 해나갔다.

엊그제 일을 떠올릴 때의 감정은?

분노. 화. 미움이었다.

나는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목부위까지 울렁울렁한 느낌이 드는 것으로 알아채곤 하는 데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에 열감과 울렁울렁해지는 게 느껴졌다.

미움을 환영해 줄 수 있나요?

미움을 흘려보낼 수 있나요?

미움을 기꺼이 흘려보낼 수 있나요?

언제요? 지금 당장.

스스로 질문을 하며 격해지는 느낌을 받아들이며 미움이라는 감정이 나를 통과하는 상상을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미움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근원적인 욕구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 미움이 생기게 된 건지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 근원엔 바로 안전의 욕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안전의 욕구를 알아채자마자 심장박동과 울렁울렁거리는 신체 반응 외에도 격한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나는 그동안 안전의 욕구에 목매 있었다. 굶주려있었다.

남편이 독감 걸린 청화의 약을 훔쳐(?) 먹고, 뺏어먹었던 일,

남편이 청효가 아플 때 자기 개인 일 한답시고 병원에도 안 데려갔던 일 등.. 이 떠오르며 얼마나 목이 멜 정도로 울었는지..


내 아이들의 안전은 곧 나의 안전이었다. 더욱이 몸이 아팠던 아이들은 곧 나로 인식이 되었고, 남편의 이런 철없는 행동들이 아이들이자 곧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느꼈던 것. 아이의 약을 사수하기 위해, 아이들을 남편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나는 더욱 악으로 깡으로 열심히 보살피고 챙겼었다는 걸 알았다.


내가 학교일에서도 빈틈없이 해냈던 것도,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학교에선 선생님으로서, 집 아이들에게는 엄마로서 최선에 최선에 최선을 다해 부족함 없이 정성을 쏟았던 것도.

나는 황소처럼 일만 하면서도 그동안(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 힘든 내색 않고 무엇이든 해냈던 것도..

나를 이루고 있는 삶 하나하나 전부 생존을 위한, 안전을 사수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안전해지고 싶었구나.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구나..


그동안 맘 편히 쉴 줄도 모르고 아둥바둥, 종종거리며 하루하루 살아왔을, 살아냈을 나 자신이 너무 안쓰러워 계속 눈물이 났다.


안전의 욕구를 환영해 주는 단계에서부터 너무 많이 울음이 나와 다음 질문 하는 데까지 꽤나 오래 걸렸다.


괜찮아. 세상은 안전한 곳이야. 세상은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어. 괜찮아. 이제 마음 놓아도 돼…..

계속해서 나를 토닥이며 되뇌었다.

계속해서 안전의 욕구를 흘려보내자고 다독였다.

울음이 계속 쏟아져서 잠시 안전의 욕구 안에 머물러 있기도 하며 천천히 흘려보내도록 시도했다.


한참을 위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아 잠시 눈을 감고 쉬며 마무리를 했다.


욕구 흘려보내기를 하다 보니 처음에 느꼈던 미움이라는 감정이 매우 가벼워져 있다. 감정보다는 내재된 욕구가 훨 덩어리가 크고 묵직하단 걸 몸소 느낀다.



나의 안전의 욕구는 꽤나 뿌리가 깊은 에너지인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의 온 삶을 도배하고 지배해 온 에너지… 오늘 한 번의 경험으로 모두 흘려보내졌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울음이 쏟아져 중단을 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기 전에 나의 경험을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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