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들과 어울리고 싶다.
우리반 6학년 꼬꼬마들.
덩치는 나보다도 큰 아이들이 많지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여전히 초등학생이다. 아직 중학생 수준은 아니란 말씀. 후후후
우리 반 아이들은 언어유희를 꽤 즐기는 편이다. 가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나 농담이 들리곤 하는데 그럴때면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큭큭 웃곤 한다. 요즘엔 웃음을 절제하는게 어려워서 그냥 고개를 들고 대놓고 웃기도 한다.
특히나 우리반에는 내가 인정하는 언어유희 능력자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의 실력은 지금 당장 학교를 박차고 개그계로 나가거나 누구와 배틀을 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말장난 같은 아재개그가 아니라 어휘 수준이 높고 상황 파악이 빠른 자들만 재빨리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아주 고퀄리티 농담을 구사하곤 한다.
나역시 한때 농담 재간을 좀 부렸던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런 언어유희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나는 원래 농담도 많고 웃음도 많고 장난도 많고 다양한 유머와 개그코드를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일순간 고상한 척하며 되게 진지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 시작은 아마 지금의 우리 남편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였을거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유럽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때문일까? 그 사람은 대학교 때 처음 만났는데 그당시 내 농담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속담도 무슨 뜻인지 몰랐을 정도. 나도 모르게 농담이나 장난을 치고는 내가 왜 그 상황에 그 말을 했는지 낱말을 하나히니 분해해서 설명을 해야했는데 이무리 설명을 해줘도 읏지 못하는 그런 어색하고 진지한 상황은 반복되었다. 이 사람을 계속 만나려면 차라리 내가 농딤을 포기하는 편이 나았기 때문에 나도 차츰 진지한 사람이 되었던 것 깉다.
이 글을 쓰며 옛날을 돌이켜보니 내가 그때 재미있는 웃음 하나 짓지 못하고 기초적인 대화만 주고받으며 어떻게 그런 긴 연애를 이어갔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 또 진지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바로 내가 선생님이 된 이후였을거다.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20대 새내기 선생님이었던 나는 내가 담임했던 13살 6학년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아이들 앞에서는 농딤이라도 하면 내가 가뱌운 존재가 될꺼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저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고 모든 생활에서 모범이 되면 좋은 줄만 알았지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어떻게 친해질 줄도 몰랐던 그 시절.
그렇게 진지한 교사생활이 벌써 20년이 되었으니 겉으로 엄중한 척한 것이 내 진찌 모습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우리 아이들 앞에서 무게를 잡는데는 아마 내가 선생님이니까 가벼워보이면 안된다는,, 요즘 한창 뜨거운 감자가 되고있는 교권존중과는 다른 의미인데 학생에 대힌 교사의 우위 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붙들고 있던 고집이 최근에 한풀 꺾였다. 그 생각이 비뀐 계기가 뭐냐면 바로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가 학생과 교사이기 이전에 영혼과 영혼의 만남이라는 인식을 하면서부터다. 이번 생이야말로 몇십년 나이차 나는 사제지간으로 만닜다지만 전생에서는 어땠을지 모른다. 누가 더 나이 든 영혼인지도 결코 모를 일이다. 이러다보니 누구 하나라도 막 대하기 어려워졌고 선생과 제자라는 상하의 느낌이 나는 경계는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다.
암튼 최근 나와 그들의 심리적 경계기 흐믈흐믈해진 틈을 타서 나는 아이들에게 농담을 한번씩 던지곤 하는데 막상 당사자들은 내 농담을 받아치지 못하고 정색하기 일쑤다.
우리반 언어유희 톱1 되는 아이에게 몇 번 시도해봤는데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농담이라는게 원래 주거니 받거니 하며 티키타카의 재미가 있는건데 이직 그 아이에게 나의 농담은 일방통행이다.
그 아이가 아이들한테 하는 농딤과 비슷하게 내가 던져보면 우선 얼음처럼 굳고, 당황하며 정색을 한다. 그래서 농담하고나서 그 아이 표정을 살피고는 혹시 기분 니빴을까봐 눈치를 보며 사과(?)하길 여러 번이디. 아무래도 현실 세상에서의 나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학부모 민원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아이와 나의 관계를 다른 관계, 즉 나와 교장선생님의 관계로 치환해사 생각헤보니 무척이나 이해가 잘 되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우리 교장선생님도 농담을 좋아하시는 분인데 별안간 나에게 농담 같은 말을 던지실 때의 내 반응 및 생각의 흐름을 쓰자면 이렇다.
1. 내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얼음이 된다.
2. 어버버버 힌다. 제대로 반응을 못하고 그냥 시간이 몇 초 흐른다.
3. 설마 우리 교징선생님이 농담을 하셨겠어? 저런 말을 진심으로 하셨다면 우리 교장선생님은 당췌 속을 모르겠다. 무서운 사람이다.
4. 가급적 교장선생님을 마주치지 말자. 교장선생님과 일 관련된 대화만 하고 사적인 대화는 하지 말아야지.
다 니처럼 생각한다면 교장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참 외롭겠다.
ㅎㅎㅎㅎ
나도 그들과 진심 즐겁게 어울리고 싶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나에 대해 내가 교장선생님에 대해 들었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너무나 끔찍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