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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21. 2020

[그빵사]50. 애플파이 (1)

백설공주가 만들던 파이가 애플파이가 아니라고?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가장 좋았던 장면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멋진 왕자님이 나오는 장면도 아니고, 화려한 무도회도, 해피엔딩도 아닌 소소하게 스쳐 지나가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장면이었다.


1. 잠자는 숲 속의 공주 /  2. 신데렐라 / 3.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선 세 요정들이 생일을 맞이한 오로라 공주를 위해 드레스와 케이크 만드는 장면, 신데렐라에서는 동물 친구들이 드레스를 리폼하여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를 만드는 장면, 백설공주에서는 백설공주가 난쟁이를 기다리면서 파이를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 시절엔 비디오테이프로 봤던 때라 할 수 만 있다면 이 장면들만 소장해서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었다.


백설공주가 파이를 만드는 장면


특히나 셋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백설공주가 파이를 만드는 장면이었는데 어찌나 반죽이 부드러워 보이는지 물처럼 흐르는 듯한 반죽을 화면 속에 들어가 한 번 만져보고 싶었기도 했다. 새 두 마리가 발자국으로 파이 끝을 장식하는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였다. (이때부터 베이킹에 대한 로망이 생겼을 수도..?)



어느 날 엄마께서 사 오신 사과를 보니까 백설공주가 만들던 파이가 생각나서 만들어볼까 하고 검색을 하는 중에 유튜브 디즈니 채널에 백설공주가 파이를 만드는 장면만 잘라서 올라온 영상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바람이 이루어졌다!) 역시나 지금 다시 보아도 파이 만드는 모습은 너무나 재밌고 귀여웠다. 다만 베이킹을 시작한 이 시점에서는 백설공주가 체력이 굉장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웃음) 영상을 다 보고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읽어보니 파이 위생을 걱정하는 재미난 댓글 외에 한 가지 충격적인 댓글을 하나 발견을 했다.



나는 당연히(?) 백설공주가 만들던 파이는 '애플파이'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댓글을 보고  다시 한번 영상을 보니 파이 속에 들어있는 건 진짜 초록색의 무언가였다. 그리고 마녀가 갑작스레 나타나 '어떤 파이를 만드나요?'라고 물었을 때 자막에서는 '딸기 파이요'라고 적혀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영어로는 'gooseberry pie'라고 대답한다.



구글에 구스베리를 검색해보니 아주 작은 수박 같기도, 멜론 같기도 한 난생처음 보는 초록색 열매가 나왔다. 너무나 생소해서 왜 한국 자막에는 '딸기 파이'라고 적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아이가 "엄마 구스베리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엄마도 모르는 구스베리라니...!


 

다음 장면에서 마녀가 먹음직스러운 새빨간 사과를 건네면서 구스베리 파이 대신에 '싱싱한 사과로 파이를 만드세요.'라고 말한다. 이것 때문에 백설공주가 만들었던 파이는 애플파이라고 기억이 혼선이 되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백설공주는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지는데 말이다. 아무튼 낯선 재료지만 백설공주가 만들던 구스베리 파이는 어떤 맛일지 도전해보고 싶어서 우리나라에 구스베리를 파는지 알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묘목까지는 파는 것 같은데 열매를 파는 곳은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원래 만들려고 하기도 한 마녀가 열심히 권유하던 그 '애플파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2)로 넘어갑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백설공주가 파이 만드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디즈니 공식 채널 : 파이를 만들던 백설공주를 찾아온 손님은?]

https://youtu.be/LV0nwj9az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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