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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24. 2020

[그빵사]53. 크리스마스 ver 체크 쿠키

크리스마스 전야제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다들 올해엔 5인 이상 집합 금지라고 슬퍼하지만 작년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가족들이랑 보냈고, 올해도 그러할 예정이었던 나에게는 그저 똑같은 크리스마스에 불과했다. 다만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베이킹을 시작한 올해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내가 만드려고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가입한 베이킹 관련 네이버 카페가 있는데 그곳에선 벌써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 게시물 중에서 유독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이 있었는데 제목이 [크리스마스 때 어떤 베이킹을 하실 거예요?]라는 글이었다.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에는 언제나 딸기 케이크를 굽는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애플파이 혹은 치즈 케이크를, 또 다른 댓글은 부쉬 드 노엘을 만들 거라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들이 나왔다.


언제나 크리스마스이브에 제과점에 가서 케이크를 의무적으로 사 오곤 했는데, 베이킹 세상에서는 어떤 케이크를 구울지 한 달 전부터 생각을 해 두는구나 하고 홈베이커들이 너무 귀엽고 따뜻해 보였다. 원랜 나도 허브 타임을 길러서 흰색의 생크림 위에 초록색 허브로 장식하는 케이크를 만들려고 했으나 허브는 죽어버렸으니… 새로 구매하지 않고 남은 씨앗을 내년에 다시 발아해보기로 하고 생크림 케이크는 포기하기로 했다. 어떤 걸 만들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댓글에서 가장 생소했던  ‘부쉬 드 노엘’이란 게 어떤 건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는데 나무 장작 모양의 초코 롤케이크가 너무 예뻐서 케이크는 이걸 해보기로 결정하고 다른 게시물을 보고 있던 중에 체크무늬 쿠키 사진을 발견했다.

평범한 체크 쿠키는 버터 색과 초콜릿 색이 섞인 것인데, 이 게시물의 체크 쿠키는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빨간색과 초록색이 섞여있었다. 선물상자 같은 쿠키가 정말 귀여웠다. 집에 빨간색과 초록색 색소도 있고 방법도 매우 간단하니 크리스마스 전야제 베이킹으로 딱인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 버전 체크 쿠키를 굽기로 했다. 재료도 버터, 설탕, 계란 박력분만 있으면 끝이다. 먼저 버터랑 계란을 냉장고에서 꺼내놓고 버터가 말랑말랑 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핸드믹서로 버터를 풀고 설탕을 넣고 휘핑한 다음 계란을 풀어서 3-4차례 나눠 넣으며 휘핑했다. 그다음 반죽을 반으로 나눠서 각각 박력분을 넣고 주걱으로 섞은 뒤에 한 개는 초록색 색소를, 다른 하나에는 빨간색 색소를 넣었다. 처음엔 색이 파스텔톤으로 너무 연하게 나와서 한차례 더 넣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졌다. (아이고!) 딥 그린 색이 되어버린 초록색 반죽과 새빨간 반죽은 밀대로 밀어 야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고 단단해지도록 굳혔다.


다음 작업이 체크 쿠키의 포인트라 말할 수 있는데 반죽을 꺼내서 초록색, 빨간색 반죽을 세로로 길게 밀고 김밥에 들어가는 단무지처럼 잘라서 다른 색끼리 붙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처음엔 1cm 너비로 만들었는데 너무 작아서 다음 반죽은 너비와 두께를 2cm로 만들었다. 초록색 반죽 한쪽에 계란 흰자를 바른 다음(접착제 역할) 빨간색 반죽을 붙였다. 너무 꾹꾹 누르면 모양이 망가지니 조심스레 다뤄야 했다. 같은 방법으로 하나 더 만든 다음에 이 두 개를 다른 색이 맞닿도록 붙이니 정사각형 모양의 반죽이 완성이 되었다. 이제 자르기 쉽도록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다시 굳혀주었다.

단단해진 반죽을 꺼내와서 끝부분을 잘라내니 예쁜 체크무늬 모양의 반죽이 보였다. 먼저 크게 만든 반죽부터 1.5cm 두께 정도로 썰어서 스크래퍼로 모양을 정리해주고 하나씩 오븐 팬 위에 올려놓았다. 체스판 같은 반죽이 가득 차면 180도의 오븐에다가 넣는데 색이 너무 진해서 걱정이었던 반죽은 시간이 흐르자 수분이 날아가면서 점점 옅어졌다. 권장시간 15분이 지나고 꺼냈는데 열이 센 건지 뒤쪽에 있는 쿠키들 가장자리가 그을렸다. (이럴 때 가장 슬프다) 맛을 보니 시중에서 파는 버터링 과자 같은 맛으로 달달하니 커피와 먹기 딱 좋았다. 썰고 남은 반죽과 너비 1cm짜리 작은 반죽도 썰어서 굽는데 이번에는 온도를 낮추고 굽는 시간도 줄였더니 색은 예쁘게 잘 나왔는데 맛 보니 느끼한 밀가루 맛이 났다. 큰 반죽을 반으로 갈라보니 가운데 부분이 아직 색이 진한 게 덜 구워진 듯 보였다. 덜 익은 반죽을 오븐에 다시 넣고 5분 정도 더 구워주었더니 맛난 버터 쿠키맛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체크 쿠키를 브레드 박스에다 넣어주었다. 장식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저 쿠키의 빨간색과 초록색의 조화만으로도 이렇게 설레는가 싶었다. 언니는 너무 귀엽고 맛도 있다며 좋아했는데 부모님은 예쁘다고는 하셨으나 부모님이 드시기에는 너무 딱딱했는지 잘 드시지는 않으셨다. (눈물) 그래도 체크 쿠키는 전야제에 불과하니까...! 크리스마스에 아주 맛나고 예쁜 부쉬 드 노엘을 만들어드리기로 나 홀로 다짐하였다.




오랜만에 올리는 베이킹 사진이에요!

이건 사진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ㅎㅎㅎ

반죽을 썰어서 오븐 팬위에 팬닝을 하고

오븐에 구워줍니다. 통통하지면서 색도 옅어져요.

작은 체크쿠키에요. ㅎㅎㅎ 사진으론 더 진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좀 더 연해요.

귀엽고 맛도 있는 바삭한 크리스마스ver 체크 쿠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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