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부쉬 드 노엘(Buche de Noel )은 통나무 모양의 프랑스 전통 케이크로 크림으로 거친 나무껍질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단어는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레시피를 검색해보니 한 마디로 말해 초코 롤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유명한 베이킹 유튜버 자도르님의 레시피를 따라 해 보기로 하고 만들기에 앞서 몇 번이나 영상을 꼼꼼하게 봤다.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미리 베이킹 재료 상점에 가서 필요한 무염버터, 다크 커버춰, 코코아 가루 그리고 장식에 필요한 데코 화이트와 크리스마스 오브제까지 구매를 했다. 또한 실패할 걸 대비해서 크리스마스이브날 만들어 놓고 당일에는 장식만 하려고 이브 전날 가서 생크림을 사러 마트에 갔는데 원래 3개씩은 구비하고 있던 마트에 생크림이 하나도 없었다. 다들 크리스마스 맞이 베이킹이나 요리를 하는가 보다. 생크림은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웬만큼 큰 마트가 아니고서야 구비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남아있는 (이것도 하나밖에 없었다.) 휘핑크림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필요한 준비물은 모두 구매를 했다. 그리고 평범한 날들과 다를 바 없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부쉬 드 노엘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 번을 만들었던 도지마롤과 솔티 캐러멜 롤 케이크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시트를 만들었다. 앞에 있는 두 개는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따로 휘핑해서 섞는다면 이번에는 전란(노른자+흰자)을 한 번에 휘핑을 했다. 더 간단한 듯해 보였지만 박력분+코코아 가루를 체 쳐서 넣을 때 코코아 가루가 거품을 꺼뜨리는 역할을 해서 아주 빠르게 섞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다음엔 뜨거운 우유를 넣어야 하는데 전자레인지에 30초간 돌렸더니 끓어올라 용기에서 넘쳐흘렀다. 빨리 넣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해졌다. 다시 우유를 가져와서 남아있는 뜨거운 우유와 섞어서 정량을 만들고 10초간 돌렸다. 바로 코코아 반죽에 넣지 않고 먼저 반죽을 우유가 담긴 그릇에 넣어 완전히 섞은 후에 다시 그것을 반죽에다가 넣고 섞었다. 이때도 총 20회가 넘지 않도록 빠르게 섞어야 한다고 했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초코 시트 반죽 만들기가 끝나고 유산지를 깐 오븐 팬에 팬닝을 하고 굽기 시작했다. 초코 반죽이라서 구움색이 나는 게 보이지 않아서 잘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다.(웃음) 원랜 열이 골고루 닿지 않아서 얼룩덜룩하는데 말이다. 오븐에 가까이만 가도 진한 초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12분 정도 구운 후에 꺼내서 식힘망 위에 올려놓고 옆면 유산지는 떼고 식히는데, 영상에서 사용한 팬보다 조금 작은 팬을 썼는데 반죽은 그대로라 두께가 두꺼워졌지만 포슬포슬하게 잘 구워졌다.
이제는 들어갈 생크림을 만들 시간! 레시피엔 생크림에 설탕과 럼을 넣지만 나는 럼이 없으므로 생략하기로 했다. 휘핑크림을 얼음물 위에서 휘핑하고 초코 시트에 얼마 전에 새로 산 스패츌러로 크림을 골고루 발라 주었다. 매번 작은 버터나이프로 바르다가 큰 스패츌러로 쓱쓱 바르니 전문가 같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롤시트를 김밥처럼 말아야 하는데 나는 언제나 이 부분이 너무 어렵다. (김밥도 잘 못 만다.) 꼭꼭 누르며 원형으로 모양을 만들다 보면 옆구리로 생크림이 막 새어 나온다. 삐져나온 생크림을 닦아주고 새 유산지에다가 옮겨서 꼼꼼하게 포장을 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이대로 쭉 냉장고에 넣어서 다음날 아침에 롤 케이크를 장식해 보기로 했다. 하루 숙성해서 먹으니 더 맛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