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댕 Jan 29. 2021

[그빵사]86. 식빵 (2)

내가 만든 식빵으로 카야잼 토스트 만들기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찍어놓은 사진으로 확인했을 때 식빵 틀에 반죽을 돌돌 말아 넣은 시간은 오후 5시 15분, 반죽이 틀 위까지 부풀어 오른 시간은 7시 46분이었다. 무려 2시간 31분의 발효시간을 거쳐서 반죽이 완성이 되었다. 씌워놓은 랩에 달라붙어서 랩을 벗겨내다가 윗면이 좀 뜯어지긴 했지만 빵실 빵실한 것이 너무 귀여웠다. 이제 오븐을 예열한 뒤 반죽 위에 우유를 바르고 오븐의 가장 아래단에다가 렉을 넣어서 반죽을 넣어주었다. 식빵 틀에 비해 오븐이 작아서 그런지 넣은 지 10분 만에 식빵 윗면이 진한 갈색빛으로 변하였다. 아직도 15분이나 남았는데... 온도를 낮추자니 속이 안 익을 것 같고 보통 이런 경우에는 포일을 덮어서 윗면이 타는 걸 보호한다는데 열선과 너무 가까워서 포일에 불이 붙을 것만 같아서 그냥 윗면을 이대로 두기로 했다. (눈물) 25분을 지나고 나온 식빵은 마치 지옥의 문 앞까지 다녀온 듯한 모양새를 자아냈다. (지옥까지는 안 갔음) 이 정도로 태웠던 적은 처음이라 웃음만이 나왔다.


지옥 문 앞까지 다녀온 나의 식빵


그래도 탄 내가 많이 안나는 것으로 볼 때 겉면만 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오븐에서 뺀 식빵 팬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려 쇼크를 준 뒤 식힘망 위에 바로 뺐더니 모양이 예쁘게 잡힌 식빵이 나왔다. 가운데만 유독 볼록하긴 하지만 식빵 모양이 나와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만화 '따끈따끈 베이커리'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통식빵을 내가 만들었다니 유독 다른 빵들보다 감격스러웠다. 아직 뜨끈뜨근 할 때 빨리 먹어보고 싶어서 얼마 전에 산 빵칼을 꺼내 식빵 끝쪽을 썰어보는데 따끈한 김이 올라오면서 노란 속이 짠 하고 나타났는데 속까지 제대로 익은 것 같았다. 오븐에서 갓 나온 식빵은 그냥 먹어도 정말 너무 맛있었다. 고소한 버터맛이 진하게 나는데 맛은 물론 계속 냄새를 맡고 싶을 만큼 냄새도 참 좋았다. 빵은 이게 문제인 게 만들 때는 너무 힘들다가도 빵 냄새를 맡고 나면 그 힘듦이 반은 잊힌다는 것이다. (완전히 잊히진 않음) 가족들에게 만든 식빵을 주니 식빵도 만들 수 있냐며 한 번 놀라고 이렇게 탈 수 있나에 한 번 놀란 듯해 보였다. 맛 또한 파는 식빵 맛 같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식빵이 식은 후에 먹기 좋게 썰어서 브레드 박스에 넣고 잠이 들었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보니 식빵이 세 조각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침 대용으로 내가 만든 식빵을 가족들이 먹는다는 사실이 굉장히 뿌듯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딱 간식 생각날 4시에 드디어 내가 만든 식빵으로 카야잼 토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식빵 두 쪽을 토스트기에 굽고 한 면에 카야잼을 바르고 무염버터를 썰어서 넣어주었다. 베이킹을 하니 집에 무염버터가 기본적으로 있다는 것이 매우 좋았다. 식빵 한쪽으로 덮은 뒤에 탄 윗면은 썰어내고 반으로 잘라 접시에 놓고 컵에 우유를 따라서 테이블로 가져왔다. 카야잼이 달달하면서도 버터가 고소하니 정말 딱 부담 없이 먹기 좋은 간식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것도 내가 직접 만든 식빵이라니! 언제 또 식빵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매우 매우 기억에 남을 특별한 카야잼 토스트였다.



간식으로도 야식으로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카야잼 토스트예요. :-)


작가의 이전글 [그빵사] 85. 식빵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