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했으니 써 본다.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되고,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점친다.”
비가 내리고 있다.
비록 청명의 날씨가 좋아야지 농사가 잘 된다 점치지만, 올해같이 매우 건조하여 가뭄과 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나고 있는 비상상태에서 사람들은 청명에 내리는 빗방울에 ‘만물을 구원해 주는 비‘라는 달콤한 이름을 붙였다. 또한 미세먼지로 탁했던 하늘이 비로 씻겨 내려가니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말”을 가진 다섯 번째 절기, 청명과 오히려 알맞은 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레 봄이 찾아왔다.
춘분과 청명 사이, 때 이른 벚꽃이 벌써 핀 것도 모자라 지기까지 했다. 분명 춘분에 관한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3월은 관념적 봄이었다고 칭얼거렸는데, 하늘이 이런 나의 투정을 들었는지 불과 하루 사이 개나리가 피어나더니 일주일 후엔 벚꽃이 폈다. 서울은 무려 16일이나 일찍 개화가 됐다고 한다. 4월 초에 열리기로 했던 벚꽃 축제는 시작하기도 전에 ‘벚꽃 엔딩’이 온 탓에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일주일 전인 3월 29일 수요일, 창덕궁 홍매화를 보러 갔다 왔다. 반년 전에 알게 된 홍매화를 올해에 꼭 보겠다는 일념 하에 3월 중순부터 매일 인스타그램으로 꽃의 개화시기를 확인까지 했는데 막상 가려니 너무 귀찮았다. 원랜 화요일에 가고자 했으나, 하루 미뤄서 다음날 가게 되었다. 나를 굳이 일으켜 세운건 멋진 사진을 찍고자도 아니고, 데이트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라, 보겠다고 한 스스로의 다짐을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 보고서 ‘와!! 너무 예뻐!!’ 이런 마음보다는, ‘드디어 보러 왔구나… 잘했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 청명의 글도 창덕궁의 홍매화를 보러 간 마음과 같다.
평소와 같았으면 안 썼을, 딱히 안 써도 될 글이지만, 써보자고 마음먹었으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지만 청명이니까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