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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10. 2020

[그빵사]39. 슈게트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속 그 과자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똑같은 것을 두 번은 하기 싫어하는 내가 같은 영화를 다섯 번 넘게 본 게 있는데 바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다. 영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피아니스트 폴이 이웃 주민인 (그러나 매우 신비로운 능력이 있는) 프루스트를 만나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을 찾으면서 마음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이야기이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2019년도에 재개봉했을 만큼 꾸준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포스터 및 오피셜 스틸컷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아름다운 색감 외에도 계속 회자되는 게 있다면 영화에서 나오는 간식이다. 프루스트가 건네주는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허브차와 함께 먹는 마들렌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동네 제과점에서 마들렌을 사서 커피와 함께 먹은 적도 있었다.

마들렌과 허브차


이전까지만 해도 마들렌은 크림이 들지 않은 평범한 빵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기점으로 마들렌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왠지 마들렌은 신비로운 마법의 빵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허브차가 마법의 차지만)

주인공 폴이 제일 좋아하는 슈게트


또 한 가지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유명한 간식으로는 주인공 폴이 제일 좋아하는 '슈게트'를 뽑을 수 있겠다. 폴이 피아노 위에 슈게트를 여러 개 올려놓고 곡을 칠 때마다 하나씩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폴이 먹는 슈게트가 내가 뉴욕에서 먹었던 코코넛 마카룬인 줄로만 알고 (37화. 코코넛 마카룬 참고) 달달하게 코코넛 씹는 맛을 영화 보는 내내 함께 느끼곤 했었다.


그런데 영화 속 슈게트가 내가 알던 코코넛 마카룬이 아닌 걸 알고 나서 그렇다면 슈게트의 맛은 어떨까 하고 궁금해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레시피는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슈 반죽 위에 우박 설탕을 뿌리기만 하면 되는데 우박 설탕이라는 것이 너무 생소해서 무엇인가 찾아보니 입자가 굵은 설탕이라고 한다. 이런 건 일반 마트나 근처 베이킹 재료 상점에서는 팔지 않을 것 같아서 지난번 인터넷으로 코코넛 슬라이스를 구매할 때 함께 사뒀다.


슈게트 반죽은 슈크림을 한 번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버터, 소금, 우유, 물 등을 함께 냄비에 넣어 녹인 다음에 박력분을 넣고 섞어서 불 위에서 하얀 막이 생길 때까지 볶은 다음, 불에서 내려서 계란 하나를 넣고 섞어주면 반죽이 완성이 된다. 슈는 반죽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워서 쉽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제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고 오븐 팬위에 100원 동전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짜주었다. (팬닝 하는 과정이 제일 재밌다.) 그다음 분무기로 물을 충분히 뿌려줘야지 잘 부풀어 오른다고 하는데 대체 무슨 원리인지 지난번 슈크림 때 눈으로 봐놓고도 아직도 신기했다. 그다음에는 제일 중요한 포인트! 우박 설탕을 뿌리는 일이 남았다. 동그랗고 노란색 반죽 위에 네모난 모양의 굵은 하얀색 설탕이 콕콕콕 박혔다.


이제 드디어 오븐에 들어갈 시간이 왔다. 190도에서 15분간 넣으면 되는데 슈가 부풀어 오르는 게 너무 신기해서 틈날 때마다 오븐 앞에서 구경을 했다. 동그란 모양이었던 반죽이 처음엔 옆으로 퍼지면서 살짝 납작해졌다가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이내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럴 때 보면 반죽이 꼭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갈색빛으로 구워진 슈게트를 꺼내서 식힘망 위에서 식힌 후에 한번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잘 구워져서 바삭하고 뒤끝 맛이 우박 설탕 때문에 달콤하긴 했는데 슈크림에 워낙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처음 먹을 땐 심심한 맛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끊임없이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맛이었다. 가족들에게 주니까 어디서 또 이런 듣도 보도 못한 걸 만들어내냐며 신기해했는데 슈 안이 비어있는 걸 못내 아쉬워했다. 언니는 슈게트를 뻥과자라 부르면서 다음엔 크림이나 초코를 채워달라고 했다.


영화 속 폴이 좋아하던 과자의 맛은 이 맛이었을까, 아니면 프랑스에서 파는 리얼 슈게트는 맛이 좀 다르려나 궁금해졌다. 폴이 먹었던 슈게트는 어떤 맛이었을까? 버킷리스트로 [프랑스에서 슈게트 먹어보기]를 올려봐야겠다. 언젠가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슈게트 만드는 사진들

부풀어오르는 게 정말 귀엽다.

슈게트 완성!

계속 집어 먹게 되는 달달한 슈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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