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쁜 거 아니오?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인스타그램에서 매우 유명한 '빅토리아 베이커리'라는 디저트 가게가 있다. 레트로 느낌이 나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그에 걸맞은 알록달록한 디저트를 팔고 있어서 언젠가 가보겠노라하고 팔로우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로 올라온 사진 중에서 내 눈을 확 사로잡는 귀여운 디저트를 하나를 보게 되었다. 자주색의 원뿔대 모양으로 겉에는 하얀색 가루가 묻어있고 위에는 앙증맞은 체리 하나가 콕하고 박혀있는 '잉글리시 마들렌'이라는 것이었다. 이 가게의 고유한 디저트일까, 아님 원래 있던 디저트인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기로 했다.
국내에선 정보를 찾아보기는 힘들어서 구글에다가 영문으로 'english madeleine'을 검색해보았더니 원래 존재하던 디저트 종류였다. 다만 설명에 '어린 시절'과 '추억'이 계속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레시피를 올리는 사람들이 아주 어렸을 때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간식이었던 것 같다. 레시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마들렌이랑 반죽을 만드는 방법은 똑같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조개 모양 틀 대신 원뿔대 모양의 틀(Dariole Mould)을 사용해서 굽고 난 후에 겉면에는 라즈베리 잼을 녹여서 바른 뒤 코코넛 가루를 묻히고 마지막으로 체리 혹은 라즈베리로 장식하는 것이었다.
어떤 맛일까 상상해보았는데 생각해보니 라즈베리 잼을 여태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딸기잼과 비슷한 맛일까? 원래 집에는 딸기잼만 있어서 딸기잼을 바르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라즈베리 잼을 맛보자 하고 마트로 향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꽤나 크다는 마트의 잼 코너를 살펴보고 있는데 딸기잼, 포도잼, 사과잼 등등 다양한 종류의 잼들이 즐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딱 한 가지 라즈베리 잼만 없었다. (충격) 이런 이유에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던 건가? 이왕 외출한 김에 빈손으로 돌아가긴 아쉬워서 마트와 가까이 있는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를 들리기로 했다. 수입 제품도 많이 파는 곳이라서 있지 않을까 약간은 의기소침해진 마음으로 잼 코너를 찾아갔다. 잼 디자인들이 하도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처음엔 없는 줄 알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하나하나씩 살펴보니 딱 한 종류의 라즈베리 잼이 있었다. 기쁜 것도 잠시 최대한 작은 사이즈를 사 오려고 계획했었는데 한 가지 용량밖에 없어서 내 손바닥만한 340g짜리를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잉글리시 마들렌을 알게 되면서 라즈베리 잼도 먹어보는 거지'하면서 베이킹을 할 생각으로 바쁘게 집으로 걸어왔다.
코코넛 마카룬을 만들 때 사용하고 남은 코코넛 분말, 미리 사두었던 꼭지 있는 체리와 함께 라즈베리 잼까지 모든 재료를 갖췄다. 원뿔대 모양의 틀(Dariole Mould)이 필요했지만 국내에서는 파는 게 없었고 그나마 비슷한 게 까눌레 틀이었는데 잉글리시 마들렌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사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머핀 틀로 대체하기로 했다. 라즈베리 잼 사 왔으면 충분하다!
드디어 한눈에 반한 잉글리시 마들렌을 만들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는 만들기만 하면 되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복병이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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