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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09. 2020

[그빵사]38. 코코넛 마카룬 (2)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코코넛 마카룬을 만들기 위한 코코넛 슬라이스를 사려고 베이킹 재료 사이트를 구경하고 있었다. 코코넛이라고 검색을 했는데 코코넛 롱이라는 것과 코코넛분말 이렇게 두 종류가 나왔다. 설명을 보니 코코넛 롱은 코코넛의 하얀 부분을 말려서 얇게 썬 것으로 내가 사야 하는 코코넛 슬라이스였기에 장바구니에 바로 넣었다. 코코넛 분말은 가루 형태로 이것도 박력분 등에 넣어서 베이킹을 한다고 쓰여있었다. '코코넛분말을 사두면 언젠간 쓰지 않을까?'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머핀 틀 등의 다른 재료들을 사니 3만 원이 훌쩍 넘는 바람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코코넛 분말 등의 재료는 이번 구매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


2~3일 뒤에 배송이 오자마자 드디어 코코넛 마카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계란 3개를 냉장고에 꺼내서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설탕과 코코넛 슬라이스도 가져왔다. 이제 레시피 영상을 틀어서 과정을 보고 있는데 코코넛 분말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분명 설명란 맨 위에는 재료에는 코코넛 슬라이스 포함 3가지만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는데 본격적인 레시피 설명이 시작되자 코코넛 가루와 초콜릿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초콜릿은 다 만든 다음에 녹여서 입히는 거라 취향대로 생략이 가능했지만 코코넛 가루는 반죽 안에 섞어야 했다. 역시... 살까 말까 할 때는 사는 게 제일이다. (눈물)


원래라면 코코넛 분말을 제외하고 만들어봤겠지만 추억 속의 과자라 그런지 완벽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겉옷을 주섬주섬 입고 근처 베이킹 재료 상점으로 갔다. 판매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무작정 가보았는데 다행히도 코코넛 분말이 있었다. 그 옆에는 코코넛 슬라이스도 있어서 이왕 온 김에 한번 더 만들어먹을 생각으로 둘 다 사 가지고 왔다. (살까 말까 할 땐? 사라!) 언제나 재료를 사들고 오는 길은 기분이 너무 좋다. 마치 오늘 베이킹이 벌써부터 성공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빨리 가서 베이킹을 하고 싶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드디어 진짜로 코코넛 마카룬을 만들 시간이 왔다. 계란 흰자 3개와 설탕, 소금, 바닐라 익스트랙을 한 번에 넣고 손 거품기로 섞은 뒤에 마지막으로 코코넛 슬라이스와 코코넛 분말을 넣고 주걱으로 섞으면 끝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베이킹 중에 가장 간단한 레시피인 것 같다. 계량스푼 중 큰 쪽으로 반죽을 크게 한 움큼 떠서 동그랗게 모양을 만든 뒤에 오븐 팬 위에다가 턱! 하고 올려주었다.


오븐 팬 위를 동글동글 코코넛 반죽으로 가득 채운 다음에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예열한 오븐에 넣었다. 권장 시간대로 175도에서 10분을 돌려주었는데 내 오븐은 열이 센지 윗부분이 조금 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만들어졌다 스스로 칭찬을 하면서 원래 하루 동안 숙성시켜 먹어야 한다는데 차마 기다리지 못하고 식자마자 갈색빛으로 그을린 코코넛 마카룬을 한입에 넣었다. 바삭거리는 코코넛의 식감과 함께 달콤한 맛이 맴돌았다. 구운 코코넛 향이 너무나도 좋았다.


코코넛 마카룬을 커피와 함께 먹으면서 생각해 보았는데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단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5년 전엔 비싸서 딱 하나씩밖에 못 사 먹었는데 지금은 만들어 먹으니 3~4개씩 먹을 수 있다는 점? (웃음) 그것만으로도 크게 변한 거 아닌가! 일단 홈베이킹을 시작한 것 자체가 비록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꿈만 꿔왔던 것을 실현하고 있는 지금이 5년 전의 나와 가장 변화된 일이 아닐까 싶다. 드디어 변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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