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댕 Dec 08. 2020

[그빵사]37. 코코넛 마카룬 (1)

추억의 과자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2015년도에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의 한 회사에서 인턴십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타국의 생활에도, 회사 생활에도 이제 겨우 적응하려던 때에 회사 동료와 크게 마찰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절대 회사에서는 안 울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날만큼은 오랫동안 참은 게 팡하고 터지던 때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하고 흘러나왔다. 그걸 보신 팀장님이 우는 나를 사무실 밖에 있는 한 카페로 데리고 나가셨다.


커피와 베이글을 파는 작은 카페였는데 매일 아침 나는 이곳에서 베지터블 크림치즈 베이글과 커피를 사서 아침 식사로 먹곤 했다. 팀장님은 커피를 하나 주문하시면서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처음 보는 흰색의 동그란 과자 두 개도 함께 주문하셨다. 좀 진정이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하얀 과자를 한 입 먹는데 코코넛이 씹히면서  아주 달달한 맛이 나는 바람에 울었던 기억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정체모를 하얀색 과자에 관심이 쏠렸다.


생긴 건 바삭한 쿠키처럼 생겼는데 쿠키보다는 훨씬 쫀득했다. 하나로는 아쉬웠는데 잘 먹는 나를 보고선 팀장님이 나머지 하나도 먹으라며 주셨고 나는 한 번의 사양도 없이 넙죽 하얀색 과자를 입에 넣었다. 그 이후로 종종 힘들고 지친 날이 생기면 이 카페를 와서 하얀색 과자에 커피를 마시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몇 년 흘러서 뉴욕에서의 기억이 흐릿해질 무렵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주인공이 그 때의 하얀 과자와 비슷한 모양의 과자를 먹는 장면을 보았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 검색해보니 '슈게트'라고 했다. 내가 먹었던 게 슈게트였구나! 언젠가는 추억의 슈게트를 다시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홈베이킹을 시작한 이후에 잊고 지냈던 슈게트가 떠올라서 한 번 만들어 보자 하고 레시피를 검색해보았다. 버터, 설탕, 계란 등 재료를 살펴보고 있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지 않는 게 아닌가! 충격의 대반전! 분명 기억 속에서는 코코넛 맛이 났었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긴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데 하물며 맛이 생각날 리가 있나... 싶다가도 분명 코코넛 씹는 식감과 그 맛이 났는데... 라며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단어보다는 후각과 미각의 기억이 더 또렷할 때도 있으니 한 번 믿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슈게트를 제쳐두고 코코넛이 들어간 베이킹 레시피를 찾아보는데 대부분이 코코넛 쿠키 레시피 뿐이었다. 아무래도 국내에선 그리 유명한 과자는 아닌 듯해 보였다. 역시 내가 착각을 한 걸까 하고 포기하려는 찰나 블로그 포스팅 제목에 '코코넛 마카룬'이란 과자를 발견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클릭을 해서 사진을 보니 뉴욕에서 먹었던 그 과자가 맞았다. '역시 코코넛이 들어간 게 맞았어!'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모양이 비슷한 나머지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이름을 보고 나니 왠지 기억 속에 있던 유리병에 COCONUT MACAROONS란 단어가 적혀있는 것 같기도 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코코넛 마카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레시피 영상부터 찾아보니 국내에 있는 영상은 딱 하나밖에 없고 거의 다 외국 영상뿐이었다. 외국 영상은 재료를 g보다는 1/2 cup으로 표기하는 곳이 많아서 국내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로 했다. 설명란을 읽어보니 재료는 '계란 흰자, 설탕, 코코넛 슬라이스' 단 3개만 필요했지만 제일 중요한 코코넛 슬라이스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2)로 넘어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빵사]36. 허브 '타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