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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17. 2020

[그빵사]46. 건포도 모카빵 (1)

건포도 호? 불호?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인터넷에서 민초 논란 (민트 초코 호불호 논란)과 함께 이야기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빵 속 건포도의 존재에 대한 호불호 논란이다. 누군가는 지뢰를 밟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싫어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건포도만 가득 넣어 만든 빵이 있었으면 할 정도로 극과 극으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나 포함 우리 가족들 모두 건포도를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논란이 있었을 때 매우 놀랐었다. 건포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니! 하면서 말이다. 어렸을 적 꿈꿔왔던 건포도가 가득 들어간 빵을 만들기 위해 언제가 재료를 살 때 건포도 한 팩을 사둔 게 있었다. 하지만 제빵은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가고, 만드는 것도 오래 걸려 연유 크림빵 이후로는 만들지 않아서 건포도 모카빵을 만드는 것은 조금 먼 훗날이 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한 동안 제과에 해당하는 마들렌, 레몬 케이크 등의 달콤한 것들만 만들다가 갑자기 어느 늦은 밤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건포도가 쏙쏙 박힌 모카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레시피 영상을 찾아보니 모든 재료도 있겠다 싶어서 다음 날 일어나서 바로 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후 1시 반부터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너무 내 멋대로 베이킹을 하는 바람에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베이킹 슬럼프의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다시 초심을 되찾기 위한 일환으로 일단 재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기로 했다. 제일 중요한 빵 반죽을 만드는 강력분부터 계량을 시작했다. 그런데 레시피에는 250g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강력분을 탈탈 털어도 207g 밖에 나오지 않았다. (맙소사!) 살짝 억울한 게 바로 어제 박력분을 사 왔는데 오늘은 강력분이 똑 떨어진 것이다. 칼바람을 뚫고 마트에 다녀올까 하다가 혹시 몰라 다른 영상을 찾아보니 다행히도 강력분 200g으로 하는 레시피도 있어서 영상을 바꾸기로 했다. (휴우)


모카빵은 빵 반죽과 그 위에 올라가는 비스킷 반죽을 따로 만들어서 합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왼쪽에는 빵 반죽 재료 10가지를, 오른쪽엔 비스킷 반죽의 재료 6가지를 계량해가면서 하나씩 놓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슨 설거지할 그릇이 16개가 나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동안 그릇이 많이 나오는 게 싫어서 한 그릇에다가 할 때마다 계량을 했었는데 그렇게 하니까 너무 헷갈리고 정신이 없어서 '초심 찾기'의 일환으로 모든 그릇을 따로 준비했다. (나에겐 식기세척기가 있나니!)


건포도를 물에다가 30분 동안 불려놓을 동안 비스킷 반죽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휴지 시켰다. 여기까지는 매우 순조로웠다. 처음 베이킹할 때 느꼈던 설렘이 생겼다. 그다음은 빵 반죽 차례였다. 강력분에 세 군에 홈을 파서 드라이 이스트, 설탕, 소금을 떨어뜨려 섞은 뒤에 커피 가루도 넣고 물과 우유를 넣고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실리콘 주걱으로 모든 재료들을 섞고 있는데 어딘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반죽이 안 뭉쳐지는 데다가 색도 허여멀건한 색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진한 커피색 반죽이 되어야 한다. 손으로 뭉쳐보면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몇 분동안 반죽해보았지만 여전히 색은 그대로였다. 이쯤에서 레시피를 다시 천천히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재료를 하나 넣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계란이었다. 


혹시나 해서 바로 계란을 넣고 손으로 열심히 뭉쳐보았지만 이미 섞인 반죽은 계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리 반죽을 해도 계란은 코팅이 되듯이 겉돌 뿐이었다. 잘해보려고 계량도 완벽하게 하고 순서도 제대로 지켜면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실수를 하니까 속상했다. 그저 영상만 보고 따라 하면 된다고 쉽게만 느껴졌던 베이킹이 갑자기 미적분 공식처럼 어려워진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멍하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었다.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냥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한파를 뚫고 마트로 가서 강력분을 사 올 것인가?


-(2)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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