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종합격투기 UFC 정찬성의 결과적으로 은퇴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다. 종합격투기 단체 UFC 그리고 정찬성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UFC는 농구로는 NBA, 야구로는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종합격투기의 최대 단체이다. 최고의 선수들만이 겨루는 이 단체에 한 체급에서 10년여간을 탑을 유지한 선수가 있다. 정찬성과 그리고 맥스 할로웨이. 이들이 초창기 함께 자웅을 겨뤘던 선수들이 지금 랭킹 안에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장기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지금은 예능인으로 더 알려져 있기도 한, 김동현 선수. 선구자 김동현 선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종합격투기 선수다. 김동현 선수나 추성훈 선수도 하지 못한 메이저 단체의 챔피언 벨트를 획득하기 위한 타이틀 전을 두 번이나 한 선수가 바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아보겠지만 약 몇 년 전 예능 매체에서, 강남에서는 크게 못 알아보는데 미국에서는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그런 선수다.
정 선수는 역대 최강 볼카노프스키와의 타이틀 샷 이후,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은퇴를 하려 했었다. 난 이 대목도 멋있었다. 상대가 나보다 강함을 인정하고 내려놓는다는 마음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선언했으나, 어느 순간 매스컴에 많은 모습을 비추기도 하고 여러 다른 사업도 많이 하는 듯하여 곧 마무리를 준비하시는구나 했다.
그러다 우리는 올해 봄, 뜨거운 소식을 듣게 된다. 전 챔프 맥스할로웨이! 체급 랭킹 1위. 현 챔프만 없었다면 장기간 챔프를 유지했을 거라 여겨지는 이미 전설인 바로 그가, 경기 승리 후 "왜 코라인 좀비랑 시합을 안 했을까? 이 체급에서 정상급 선수와 모두 했는데 말이다"라며, 존경심을 표하며 그와 경기하고 싶다고 한 일이 벌어졌다. 랭킹 1위의 선수가 랭킹 8위의 선수를 콜아웃 하는 일은 처음 들어봤다. 물론 정찬성에게 숫자가 큰 의미는 없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기면 본전 지면 치명적인 그런 시합이지 않은가.
정찬성 선수는 물론 많은 대한민국 팬들에게 뜨거운 뭔가를 안겨준 일로, 정 선수가 마지막 동기부여를 가지고 열심히 준비를 하게 만든 일이었다.
드디어 어제 메인이벤트 경기로 맥스 할로웨이 VS 정찬성의 경기가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많은 한국 팬들이 찾아 홈경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라운드는 정찬성의 세간의 우려와 달리 훌륭한 경기를 했다. 난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생각 했다. 2라운드에서 정 선수는 사실상 서브미션으로 패배하겠다고 생각만 할 만한 장면이 나왔다. 맥스할로웨이는 후에 이미 숨을 멈춘 것 같았는데 그는 좀비처럼 움직였다고 그 장면을 회상했다. 여기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 봐도 포기할 상황이라고 봤는데 버틴 것이다.
그리고 3라운드. 내가 보기에 정 선수는 지지 부진하게 어설프게 5라운드를 마치기보다, 여기서 단판을 짓기로 마음먹어 보였다. 좀비처럼 돌진했다. 장렬히 쓰러졌다. 끝까지 코리안 좀비라는 명성에 걸맞은 깊은 감동을 남겼다.
맥스할로웨이는 승리 직후, 정찬성의 손을 높이 들고 관중들에게 크게 호응을 유도했다. 승자 인터뷰에서도 정찬성에 대한 헌사와 찬사를 보냈다. 승자의 패자에 대한 리스펙을 보내는 것은 종종 볼 수 있으나, 이 정도까지의 헌사는 처음 보았다. 그것도 맥스할로웨이 정도 되는 선수가. 맥스할로웨이는 사실 2라운드에 서브미션 직전 다운시키고 잠깐 멈칫했던 걸로 보였다. 바로 펀치를 내지 않고, 정 선수를 보호하기 위했던 찰나의 판단으로 나는 느껴졌다. 마지막 3라운드 다운 때에도 심판이 가로막기 전이니 돌진할 수 있었지만, 그는 멈췄다. 이러한 맥스할로웨이의 행동에 깊이 감격했다. 1위 선수가 8위 선수를, 존경심과 싸우고 싶은 마음 하나로, 경기를 손 내밀었을 뿐만 아니라 경기 후에도 진심을 담아 이례적인 헌사를 보인 맥스할로웨이.
"정찬성의 마지막 상대라 영광이다", "기록보다는, 코리안 좀비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그와, 그의 고향 하와이 화재로 힘겨워하는 하와이 주민을 위해 응원하고 기도하겠다.
정찬성 선수가 은퇴 이유로 1위를 못할 바에는, 2위 3위를 원치 않기에 그만두는 것을 선택했다. 예전에는 '스포츠는 기록이다'라는 말 안에 조금 비겁하고 편법 같아 보이더라도 기록을 높이거나,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을 중시했으나 이제는 트렌드가 바뀐 듯하다. 많은 선수들이 기록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되는 임팩트 있는 선수로 남고자 한다.
출처 : tvN 스포츠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 : tvN 스포츠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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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그를 빛내 준 맥스 할로웨이. 각 선수의 이야기와 어제의 경기까지 이야기하려면 사실 이 이야기들로만 브런치북 한 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미 기사를 통해 충분히 이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기에 필자는 이 정도로만 언급했다.
패배한다면, 박빙의 패배가 아닌 이상 은퇴를 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제 그만할게요"라는 말을 막상 들으니 마음이, 단순 슬픔의 감정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조제 알도와의 처 타이틀 경기 중 어깨 부상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절정의 전성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런저런 가정도 스쳤다.
패배한 선수의 경기 후 인터뷰는 가끔 있다. 은퇴선언 후 팬들께 큰 절을 올리며 우는 모습, 아내와 포옹하고, 경기장을 팬들의 기립박수와 환호 속에서 퇴장하는 모습까지 화면에 담아준 일은 처음 아닌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퇴장의 모습이었다. 한 편의 영화 장면이라 해도 믿을 것이다.
정찬성 선수가 그 정도다. 아무도 받지 못한 최고의 대우를 받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임팩트와 감동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준 존경받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