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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한솔 Nov 19. 2024

단풍 명소의 끝판왕 <화담숲>

끝내줬다. 어떤 곳과도 비교불가한 비현실적인 세계였다.

여행일자 : 2024. 11. 17.(일)


2년 전이었던가, 단체로 화담숲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땐 우선 단풍철이 아니었고, 오전 일정을 마치고 화담숲에 도착했으며 그렇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정말 좋은 숲이었다는 기억은 확실히 있었지만 진면목을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난주 단풍 축제시기의 마지막 날 우연히도 딱 두 자리가 남아 예약에 성공 단풍 절정 시기에 다녀오게 되었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화담숲은 우리 집에서 약 55km 거리로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대중교통으로는 가기가 힘들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특가할인이 적용되는 쏘카의 한 차량을 빌렸다.


서울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조금 차가 밀렸고, 중간에 편의점도 들르고 했지만 한 시간 반 안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주차한 제2주차장은 입구에서 다소 떨어진, 도보로 약 15~20분가량 걸리는 거리. 그래도 입구까지가 단풍길이다 보니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고 좋은 기분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입구를 통과하면 화담숲의 상징 중 하나인 소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했고, 이를 지나 본격적인 화담숲 여행이 시작됐다.






출처 : 화담숲 홈페이지



자연생태관

초입 부분에 실내 건물의 자연생태관이 있다. 여기를 안 들리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꼭 들르셔야 한다. 우선 여기에서는 토종 물고기가 있고, 특히 우리나라 민물거북인 "남생이"이도 있다. 아기 남생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이어서 화담숲의 상징을 표현한 수초수조도 볼 만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은 토종 민물고기와 남생이, 각양각색의 예쁜 수초수조를 볼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이 즐거워했고 어른들도 즐거워한 공간이니만큼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건물을 나와 예쁜 폭포를 지나 올라가면 또 하나의 자연생태관이 보인다.


여기에는 곤충이 전시돼 있다. 사슴벌레와 애벌레, 참개구리 등 개구리류, 사마귀와 벌, 장수풍뎅이 등 작은 공간에 비해 다채로운 곤충들이 있었다.

도심 속에서 살다 보니 그리고 환경의 파괴로 인해 어렸을 때 자주 봤던,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곤충들조차도 요즘 쉬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곤충 관람을 통해 동심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



환상의 단풍 관경

자연생태관과 이끼원, 그리고 하트 조형물이 있는 다리를 건너는 길을 느리게 걷는 동안은 사방팔방, 근거리와 원거리까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알록달록한 색상의 단풍을 원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환상적이었고,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근 몇 년 간 본 단풍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단풍을 봤다. 군데군데 계단 등으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길을 둘러둘러 갈수록 아름다운 광경을 더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는데 오히려 저걸 타고 가는 방문객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름다운 관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극히 일부만 보며 빠르게 지나갔기 때문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천천히 걸었다. 쉬지 않고 걸어서 다리가 아프거나 힘들 법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단풍에 취해 걷는 행위 자체가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자작나무 숲

울긋불긋함이 잠시 옅어지고 하얀 나무들이 등장했다. 자작나무 숲에 다다른 것이었다. 자작나무가 잠깐 보이다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숲은 꽤나 방대했다. 알고 보니 자작나무가 무려 2,000여 그루나 된단다. 봄에는 노란색 수선화가, 좀 더 이른 가을에는 보랏빛 맥문동이 조화를 이룬다는데 오히려 주변에 화려한 색상이 없이 하얀빛의 자작나무들만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역시나 장관이었다.

 앞선 공간까지 그렇게 붉은 단풍으로 수놓았었는데, 갑자기 장면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니 비현실적이었고 다른 세계로 이동한 기분이 들었다. 첫 방문 때는 인지 못했던 자작나무 숲은 화담숲의 매력을 드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자작나무 숲을 빠져나왔을 때가 화담숲에 입장한 지 약 한 시간 이삼십 분 됐을 무렵이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아직도 반환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단풍철의 환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화담숲은 나의 걸음을 느리게 만들었다.



소나무 정원

반환점 위치, 흔히 고사리류라고 불리는 양치식물이 있는 양치식물원을 지나서부터는 내리막길이라 더 편히 그리고 조금 속도감 있게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여전히 곳곳에는 아름다운 단풍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 덜 빨간색, 버건디 색, 단풍이 들기 전 녹색까지 각양각색의 단풍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자작나무숲을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의 지점에 도달했다.

 바로 소나무 정원이었다. 소나무가 조금 보이다 말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알고 보니 국내 최대규모의 소나무 정원으로 전국에서 수집된 명품 소나무 1,300그루가 식재되어 있다더라.

 꽤나 방대했다. 자작나무숲만큼이나 말이다. 단풍을 뒤로하고 녹색의 관경이 한참이나 펼쳐졌는데 화담숲이 정말 어마어마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자작나무숲은 겨울의 느낌을 줬다면 소나무 정원은 녹음 가득한 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자작나무숲과 소나무 정원, 화담숲의 쌍두마차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두 곳은 화담숲을 굉장히 특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다.



분재원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예술작품인 분재를 전시한 분재원도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분재가 조금 듬성듬성 전시돼 있겠지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이전의 테마원과 마찬가지로 꽤나 방대해 또 한 번 놀랐다. 550점가량이나 전시돼 있다고 한다. 550점이나 말이다.

여러 수목원이나 자연생태원에서 야외 분재 전시를 많이 봐왔었는데 이처럼 압도적인 물량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른 어디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분재 전시는 볼 수 없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소나무와 소사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등 다채로운 분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화담숲의 물

이외에도 탐매원, 철쭉. 진달래길, 수국원 등 봄이나 여름에 돋보일 테마원도 있었고, 계절을 딱히 안타는 정원인 색채원, 전통담장길과 추억의 정원 등 특색 있는 테마원들이 가득했다. 아무튼 이날은 단풍이 절정인 시기여서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단풍이 매우 돋보였다. 그런데 단풍과 함께 나의 감탄을 자아냈던 것은 곳곳에서 흐르는 물이었다. 어떻게 흐르는 물길이 이렇게나 많을 수 있나 싶었다.

 계곡물 혹은 폭포수가 가는 길목마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히 많았다. 몇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수목뿐만 아니라 이처럼 흐르는 물도 화담숲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시작지점이자 종착점에 있는 연못은 화담숲 여정의 방점을 찍는, 또 또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지점이었다. 여기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었지만 너무 나가기가 싫었다.






  다시 찾은 단풍이 절정인 시기의 화담숲은 비현실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끝내줬다. 말 그대로 단풍 명소, 숲, 산책길, 이 모든 명소의 끝판왕 격인 곳이었다. 이 이상의 단풍명소, 숲, 생태원은 내가 아는 한에서는 없었다. 비교불가의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단풍철의 화담숲은.


사계절 언제 가도 분명 좋겠지많은, 단풍 절정 시기의 화담숲에는 정말 꼭 가보시기를 초초초 강력하게 권해드린다. 내년에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가보시길 바란다. 아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황홀한 세계를 만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럴 것임이 확실하다고 확신한다.

여행 카테고리로 묶은 글 중 단일 장소는 이번 화담숲 여행이 유일하지 않은가? 그만큼 화담숲은 그 자체로 족한 곳이다. 그 어떤 찬사도, 수 없이 반복되는 찬양도 부족함이 없다. 단풍철의 화담숲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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