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 7.] 가야금 명인의 일대기와 신념이 담긴 무대
2026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시민 리뷰단' 2기 대망의 개시 리뷰 공연은 바로 <일소당 음악회>입니다.
2월 공연 프로그램 중 이번 공연을 보게 된 계기는 리뷰단 활동을 빨리 시작하고 싶어 발대식 이후 가장 빠른 일정을 골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위의 이유가 다는 아니고요.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리는 공연은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다 좋았다는 점, 특히나 아래에서 상술하겠지만 일소당 음악회는 장인들이 펼치는 무대로 좋을 것이 틀림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공연을 봐야겠다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은 기대감이 컸기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연 장소 서울돈화문국악당으로 향했습니다.
전통이 깃든 종묘와 요즘 핫플 서순라길을 걸었는데 참 운치 있고 좋았답니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서울돈화문국악당.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한옥 건축물과 함께 이날 공연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포토월, 전광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 관람 일시 : 2월 4일, 11일(수) 19:30 / 2월 7일, 14일(토) 17:00 / 소요시간 90분
* 관람 장소 : 서울돈화문국악당 / 관람 연령 : 전체관람가 / 티켓 비용 : 2만 원
* 예매 방법 :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누리집 / 문의 : 02-3270-7001
* 공연 소개 : 전통예술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 자리에서 명인들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긴 세월을 지나며 빚어진 이야기 위로 펼쳐지는 한 사람의 삶을 따라 흐르는 한 장르의 역사. 전통을 지켜온 이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일소당 음악회의 퀄리티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을 갈고닦은 장인들이 펼치니,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출연자들의 소개란을 보면 국가무형유산 및 서울시무형유산의 각 분야별 보유자로 지정된 명인들입니다. 이분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귀한 기회요, 큰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4일(이태백) 공연을 시작으로, 7일(문재숙), 11일(이재화), 14일(이춘희) 총 4회에 걸쳐 열리는데요. 저는 2회 차인 7일(토) 17:00,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문재숙 명인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손끝에 '지문'처럼 남은, 가야금의 시간과 순간들 >
문재숙은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로 가야금을 전공하던 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가야금을 접했고, 취미로 시작한 연주를 계기로 가야금의 길에 들어섰다. 대학교 3학년 때 김죽파 명인을 만나 17년간 스승으로 모시며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와 풍류, 병창 등을 온전히 전수받았으며 가야금산조를 처음 녹음하는 등 국내외에 가야금 전통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예능보유자로서의 위상 너머, 한 사람의 연주자로서 걸어온 삶과 음악을 통해 인간 문재숙의 면모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문재숙 명인은 국가무형유산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십니다. 산조는 가독주형태로 연주하는 것을 말하고, 가야금을 타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가야금병창이라 합니다.
이 무대에서는 가야금 산조와 병창 무대가 있었으며, 일소당 음악회 음악예술감독님께서 사회자로서 진행을 해주셨습니다. 연주뿐만 아니라 마치 토크 콘서트와 같은 형태로서 옛 사진과 함께 명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점이 일소당 음악회의 특색이자 매력 포인트였습니다.
일소당 음악회
본 공연에 앞서 감독님은 2022년부터 매해 2월에 개최된 일소당 음악회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음악회는 1953년 종로구 위치 국립국악원 내 한옥 중 하나인 일소당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일'은 춤을 '소'는 풍류를 뜻한다고 하네요.
이곳 돈화문 국악당이 위치한 곳 인근에 70년 전 소재했던 전통음악과 관련 있는 역사적 건물로 이름 지었다는 점이 의미 깊고 좋았습니다.
깊이 있는 명인의 연주, 정감 있는 우리 소리
문재숙 선생과 제자가 함께하는 가야금 연주를 시작으로 무대의 막이 열렸습니다. 고수의 반주에 맞춰 명인의 스승에 전수받은 가야금 연주를 독주로 시작했는데요. 한음 한음에 장인의 내공이 긷들여지고 깊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엔 네 명의 가야금 연주자의 합주를 통해 가야금 산조의 매력을 전했습니다. 가야금 연주 외 가야금 병창 보유자로서 춘향가 중 사랑가 무대도 꾸며 주셨는데 가야금 선율 위 사제와 함께한 병창 무대 역시 인상적이었고 좋았습니다.
치열했던 명인의 삶을 되돌아보다
한 무대가 끝날 때마다 사회자와 명인이 지난날을 돌아보는 대담이 있었는데요. 명인의 스승님과 함께한 모습, 대학시절 및 연주 사진, 가족 및 친구와 함께했던 시절의 사진을 통해 명인의 지난 삶의 이야기를 들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함께 연주한 연주자이자 명인의 장녀인 이슬기 선생께서도 대담에 참여해 어머니이자 스승이신 명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슬기 선생은 KTX 종착역 음악의 바로 그 연주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습니다. 그리고 차녀는 사회자 말씀대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분이시죠. 두 자녀에게 스승으로서 큰 영향을 끼친 명인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야금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스승의 연주를 계승하고 후학을 양성했으며 변화를 시도하고 대중화에도 노력하는 등 다방면에서 치열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연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성공이다"
문재숙 명인이 첫 공연을 성료 후 다소 연습을 소홀히 했더니 스승인 김죽파 선생의 "너는 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라는 말씀을 하시어 성공이 어떤 것이냐고 질문을 했더랍니다. 속으로 '대학교수나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너의 연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라고 하셨답니다.
탄성이 절로 나더라고요. 공연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여운이 계속되었고,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피날레 무대는 일절 예상하지 못한 춤이었습니다. 전통춤도 아닌 스포츠댄스였는데 명인이 즐겁게 하고 싶은 무대를 펼치며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주었다는 점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어찌 보면 춤이 들어감으로써 춤과 풍류를 뜻하는 '일소'의 의미를 완성시켰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연주가 좋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했는데, 그 외 요소는 긍정적인 면에서 제 예상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사회를 본 음악예술감독님의 전문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도 킥이었어요.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명인의 삶을 되돌아본 이야기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고요, 이를 통해 제 삶도 되돌아보고 반성 및 다짐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 안에서 끊임없는 창작이 필요하다"는 명인의 메시지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현장을 찾은 많은 관객에 재미와 감동을 준 뜻깊었던 무대라 확신합니다.
일소당 음악회 이제 반환점을 돌았고 다음 주 11일(수)과 14일(토), 즉 두 번이나 더 남아있습니다. 명인의 삶과 음악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 놓치지 않기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