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빠져든 공연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

2026. 3. 13.(금) 20:00, 연희예술극장

by 곽한솔

공연할 때 고려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장르, 연출 및 감독, 배우 등등 말이다. 그 외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장소이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이나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하는 공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뢰감이 간다. 검증된 작품들이 그곳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는 클래식 등 음악, 후자는 전통 분야라는 장르에서 인정을 받은 예술가들이 무대에 선다.



<연희예술극장>은 내가 작년에 처음 가본 공연장으로 당시 봤던 '토털 카운터포인트' 공연은 현대 음악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중적이었으며 특히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공연이 매우 인상 깊었고 흥미로웠었다. 이번에 이곳에서 판소리와 타악을 주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해 국악의 새로운 확장성을 탐구하는 창작 단체, '악당'의 공연이 있다고 하여 금요일 밤 일과 후 공연장을 찾았다.




건물 지하에 위치한 연희예술극장은 밤에 더 분위기 있는 장소였다. 별도의 티켓 없이 공연정보 리플릿이 티켓을 대체했으며 시작 20분 전 입장이 가능했다. 정시가 되자 센스 있는 영상 속 비상시 대피요령 등 안내 후 공연이 시작됐다.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
시간에 소리로 점을 찍으면 박이 되며 선을 그으면 선율이 된다. 헌기태는 전통 장단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분해하고 해체하고 새로 살을 입히며 전통도 아닌 그렇게 외래음악도 아닌, 전통과 외래음악 사이의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켰다. 덤, 봄, 달, 별, 산, 늪... 등 한 글자로 지어진 제목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거창한 서사나 기교 없이 그들이 추구하는 그 단순한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하리. 찾아와 마음 열고 귀 기울이는 수밖에.


실험적인 듯했지만 편안했던 음악

일렉기타와 장구의 만남으로 현대 음악이 생각나는 소리를 내며 마치 실험적인 음악처럼 보인다. 그러나 별로 기시감이나 이질감이 들진 않았다. 되려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첫 곡 '점' 장단은 점에서 시작한다에서는 선율의 아름다움 보다는 장구는 물론 기타도 타악을 하는 느낌을 준 반면 '봄' 내음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이 듣기 좋았다. '산'을 오르내리다, '달' 구경, '늪'에 빠지다로 이어지는 데 그 문자 그대로의 느낌을 두 악기가 잘 표현하였다. 후반부의 '별'이 쏟아진다에서는 정말 별이 쏟아지는 듯한 강렬한 음이, 마지막 곡 '밤'을 새우다 에서는 듣는 내가 밤을 새운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약 5~7분으로 이루어진 총 8개의 곡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었고 이 곡들의 연이은 감상에 듣는 귀가 즐거웠다. 어떤 곡은 발라드, 어떤 곡은 재즈, 어떤 곡은 락과 메탈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곡마다의 개성이 묻어났고 덕분에 다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석하고 평가하기보다는 그저 느끼고 즐기고 싶은 음악이었다.


미디어 아트가 조화로워 빛났던 시간

특히, 지난해 연희예술극장에서 봤던 공연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아트 영상이 더해진 것이 킥이었다. 음악 위 영상이 흐르는 무대는 요즘 흔치 않게 접할 수 있으나 음악과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많은 않다.


그런데 위 공연은 조화의 정도를 넘어 소리와 영상 디자인이 하나로 움직이며 살아 숨 쉬었다. 여기에 조명 장치까지 더해져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 됐다. 분위기 있는 공간과 낭만 넘치는 음악과 미디어 아트의 조화는, 금요일 밤 5일 간 쌓였던 일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씻기에 충분했다.







역시 "연희예술극장" 공연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량 있고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가 연희극장을 찾는 것인지, 연희극장이기에 이러한 아티스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쪼록 연희예술극장에서의 봤던 단 두 번의 공연 관람이었지만 공통적으로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공연을 선보였고 음악이 실험적이었지만 대중성이 있었다.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이곳에서 볼 공연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