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이벤트 보다도 더 좋았으리라 생각되는 남산에서 보낸 생일날.
만 40세의 생일날 나는, 혼자가 아닌 아내와는 처음으로 함께 남산을 찾았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 미루다 보니 여태 껏 같이 못 가봤기에 오늘은 날 잡고 간 것이다.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 남산공원으로 진입, 한양도성을 따라 오르다 그동안 잘 안 다니던 길로 우회해 걸어 나갔다.
남산공원에 들어서니 꽃과 풀 내음 향이 가득하여 그 길을 걸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생일날인 오늘은 사진을 많이 남기기보다는 그 순간을 눈에 담는 데에 집중했다. 사진이 실물을 너무 못 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은.
호현당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발을 뻗고 자고 있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더라. 한 아이가 우리를 발견하고 움직임에 따라 고개를 돌리던데,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 얼른 발걸음을 돌렸다. 백범광장과 한양도성유전시관을 지나 본격적으로 남산을 올랐다. 전보다 나무계단이 늘어난 것 같더라. 역시나 라일락 인지 향긋한 꽃향기가 나서 상쾌한 등정이 가능했다.
오전에 도착했기에 여유가 많았던 관계로 주변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며 올랐다. 그렇게 중간중간 사방의 경관을 구경하며 올라가니 어느덧 그 유명한 사랑의 자물쇠 구간이 나왔고, 봉수대에 이르렀다.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역사와 전통이 가득하며 낭만까지 가득한 지점들에 다다랐을 때에는 뭔가 벅찬 감동이 올러오더라.
언덕의 끝, 마침내 남산팔각정에 도달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체력 저하 이슈로 지쳤기에 팔각정 내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청했다. 행복함이 가득해 보이며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나 자신도 참 행복했다. 숨을 돌리고 난 뒤 N타워 방면 고지대로 가 한강이 보이는 경관을 만끽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직 남아있는 벚꽃이 듬성듬성 보이는 저편의 남산 경관도 일품이었고. N타워 쪽 상점을 둘러보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으면서 반대쪽의 전망을 보러 이동했다.
인왕산, 북악산 그리고 너머의 북한산 아래로의 서울 도심 전경을 본 다음 하산을 시작했다. 일반 산책길이 아닌 숲길을 통해, 한양도성 성벽을 바라보며 걸었다. 태조 때 최초의 한양도성 성벽이 남아있는 그 길을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성벽길이 끝나고는 남산둘레길로 내려갔다. 아직 제법 벚꽃이 남아있었다. 우측의 나무데크 전망 공간에서는 한강이 더 가까이 보였고 그 경관 또한 일품이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쭉 이어지는 벚꽃길은 제법 길었지만 한편으로는 벌써 끝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걷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만큼 아름다운 길이요, 행복한 순간이었다.
국립극장을 지나 건너편 버스를 타고 동네로 와 샤브샤브 샐러드바 식당에서 배불리 맛있는 점심 먹었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 만 40세의 생일을 행복하게 보냈다. 그러니 앞으로의 삶도, 물론 중간중간 크고 작은 굴곡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행복한 여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