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 체육시간
생각해보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장애를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옳다.
목발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이었다면, 절룩이면서라도 걸을 수 있었다면, 다리가 아니라 팔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었을까.
하루에도 수만 번씩 이런 생각을 해봤지만 이런 생각은 아무 소용없다.
생각만으로는 바뀔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저들을 바꿀 수 없었다.
체육시간엔 어쩔 수 없이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조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는 그래도 책걸상이 내 덜렁거리는 다리를 가려주기나 했지, 운동장에서는 내 유일한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그건 나도 싫었다.
그래서 체육시간에는 자거나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느 날 체육 시간이 끝나고 애들이 우르르 교실로 돌아왔다. 뭘 했는지 다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연신 웃고 있었다. 체육 시간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양인데 도무지 낄 틈이 없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었겠나 싶지만, 그때는 그랬다.
별 일 아닌 거에도 나는 작아지고, 작아진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내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댔다.
그걸 어떤 아이가 눈치를 채고 내 뒤통수를 툭툭 건드리고는 재빠르게 교실 앞쪽으로 도망갔다.
“야. 나 잡아봐라!”
“뭐?”
“잡아보라고. 이 병신 새끼야.”
“뭐! 이 새끼가!”
나는 힘껏 책을 던졌다.
그놈은 이미 교탁 뒤로 숨었고, 책은 다른 아이의 머리를 맞췄고, 맞은 놈은 울음을 터뜨렸고, 책은 찢어졌다.
있는 힘을 다해 던지느라 기우뚱해서 짝꿍이 잡지 않았다면 나도 넘어질 뻔했다.
나는 있는 대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교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나는 내 책에 맞아 울고 있는 친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할 이유가 없었다.
난 걔를 맞히려고 던진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과는 내가 받아야 했다.
수업시간 내내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주고 다시는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를 무서워하게 할까. 내가 저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리가 멀쩡했다면 내가 훨씬 키가 클 거 같았다.
분명 힘도 내가 더 세다.
그걸 생각하니 점점 더 화가 났다. 나는 건드리지만 않으면 먼저 화내는 사람이 아니다.
저 새끼는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가만히 있으면 다른 애들도 나를 우습게 볼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애들마저 저 놈처럼 나를 진짜 병신 취급하겠지.
정말로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눈치를 챘는지 그놈은 좀처럼 내 주변으로 오질 않았다.
그날의 내 점심 도시락은 어느 때보다도 맛있는 반찬이었는데 얼씬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느 날보다도 반찬을 친구들에게 더 많이 나누어 주었다. 심지어 밥도 줬다. 흰쌀밥을. 따뜻하니까 먹어보라고 하면서. 얼굴엔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복수를 하려면 어떻게든 저 놈을 내 주변으로, 내 손이 닿는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