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플라잉 휠체어 4화

by 두꺼운 손가락

기회가 왔다.




4화. 복수



무심결에 뒤를 돌아다보는 그놈을 놓치지 않았다.

“야. 웬일이냐? 오늘은 소시지가 먹고 싶지 않았나 보지?”

“….”

그놈은 순간 당황해서 얼어붙었다.


나는 검지를 까딱거리며 거만하게 말했다.

“미제 과자 부스러기가 좀 남았는데 이거라도 줄까? 먹고 싶음 이리 와봐.”


그놈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게졌다. 계획대로 걸려든 것 같았다.

씩씩거리며 약간 경계하듯 어깨를 뒤로 빼며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가 팔을 펼 수 있는 거리 안으로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뭐라고? 이 자식이.” 하며 점차 다가왔다.


바로 이때였다.

나는 오른손으로 의자를 딛고 몸을 일으켜 던지면서 왼손으로 그놈의 뒤통수를 낚아채서 오른 주먹으로 광대뼈와 옆 눈 사이를 세차게 내려쳤다.

그러면서 몸이 뒤엉켜 같이 뒤로 넘어졌고, 앞뒤 옆 책걸상도 함께 우당탕 쓰러졌다.

또다시 교실은 난장판이 됐고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들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이놈이 내 손에서 벗어나면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절대로 놓치면 안 되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그놈의 목을 팔꿈치로 눌러서 죽을힘을 다해 얼굴을 두들겨 팼다.

전의를 상실한 그놈은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넘어지면서 책상, 의자 모서리에 부딪히고 긁히면서 몸 여기저기서 상처가 났고 피도 났다.


상관없었다.

뒤늦게 발견한 선생님은 소리소리 질렀고 애들은 웅성거리고 복도 밖도 아수라장이었다.

상관없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일을 해냈다.


이런 일이 한 번 있고 나면 교실에서 그 누구도 나를 병신이라고 놀리지 못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년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은 꼭 치러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나는 언제나 이겼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겼는데 기분은 처참했다.

하나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싸움은 안 할 수도, 질 수도 없었다.

선택권은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누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나는 울고 있었다.

나도 왜 이렇게 피 흘렸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누나는 나를 굉장히 아껴주면서도 애처로워했는데 아마도 내가 학교에서 겪어 내고 있는 모든 일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누나가 더 불쌍했다. 누나는 오갈 데 없이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나 같은 놈을 업고 이 먼 길을 매일같이 학교엘 다닌다.

아무것도 배우는 것도 없이 하루에 두 번씩 학교를 왕복한다.

교문이 닳도록 드나들지만 한글이나 겨우 깨쳤을까.

내가 먹는 따끈한 밥과 반찬은 누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누나는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교실이 떠나가게 싸운 것을 식구들도 다들 알고 있을 텐데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다들 아무 일없었던 듯 식사를 하고 평소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얼굴로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 눈두덩이가 부어 있고 얼굴 여기저기가 긁혔는데도.


어머니는 날 보며 웃고만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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