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강하게 지키는 균형
내일은 2024년 수능 시험 날이다. 수능을 떠올리면 누구나 자신만의 추억이 하나씩은 떠오를 것이다. 나에게는 그중에서도 특히 수학 과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수능을 치렀던 2011년은 역대 수능 중에서도 가장 낮은 1등급 컷을 기록했던 해였다. 특히, 수학은 1등급이 상위 4%였고, 79점까지가 1등급이었다. 시험 도중 애매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 중간에 멘탈이 흔들렸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나 상황을 마주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태도를 보인다. 학창 시절의 나는 대부분 상황 탓을 했던 것 같다. 가령, 시험을 잘 못 봤을 때는 시험이 어려웠다거나 예상 밖의 문제가 나왔다거나 운이 나빴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반대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시험을 잘 봤다면 “나는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거야”라며 근거 없는 자만심에 빠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성적 편차가 컸고, 자신감이 넘칠 때는 시험을 잘 봤지만, 불안에 휩싸일 때면 성적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나의 실력이었고 나의 자만심에서 비롯된 노력 부족이었다.
문제를 마주할 때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내가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가?’ 둘째, ‘상황은 객관적으로 어떠했는가?’이다.
초중고 학창 시절에는 주로 두 번째 질문에 더 무게를 두고 상황 탓을 하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대학생이 되고 20대에는 나 자신의 문제에 더 집중하며, 내가 어떤 노력과 책임을 졌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것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은 항상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시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자기 탓을 많이 하는 것은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자기 기대를 품으면 그 간극을 채우지 못해 쉽게 지치고 만다. 사람은 불완전하다. 나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고 불완전한 존재다. 하지만 내 이상은 항상 비현실적으로 높았고, 그와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하곤 했다. 예를 들어, 하루 24시간 중 6~7시간을 수면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생산적인 계획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잠시 쉬거나 놀기라도 하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스스로를 갉아먹고 정작 진도나 성과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대로, 모든 문제를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부를 못한 이유를 부모님이나 친구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고, 내가 부유하지 못한 이유를 부모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또 내가 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회사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일방적인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상황적인 어려움이 존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을 탓하는 데에만 머문다면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수용하는 태도로 이어져, 불만만 남고 인생에서 진정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다. 운이 없어 매번 상대와 헤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계속되는 불운이라면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향한 냉철한 시선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모두가 너무 날카로운 송곳을 가슴에 품고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비판하는 냉철한 눈빛을 반쯤은 가지되, 나머지 반은 따뜻한 가슴으로 자신을 품어주기를 바란다. 모두가 성공할 필요도, 지나치게 몰두할 필요도 없다. 각자가 원하는 만큼, 필요할 만큼만 노력하면 된다.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스스로를 아프게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만 품고 있다면, 긴 인생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천재는 지구력이 약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쉬어가고, 때로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1%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 없지만, 10%가 되기 위한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은 자신 있다는 말을 종종한다.
때로는 멈춰 서고, 때로는 천천히 나아가며, 내 안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나의 속도로 끝까지 걸어갈 수 있기를. 내 발걸음이 남긴 흔적이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