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정리한 1년의 생각

브런치에 1년간 메모를 적은 나만의 후기

by 유지경성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이제 1년 하고 며칠 정도가 지났다. 사실 글 쓰는 일 자체가 내게 어떤 대단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혼자 워드나 메모장에 정리하던 글쓰기를 공개적인 자리로 옮겨 놓은 건 나름대로의 변화이긴 하다. 다만 혼자 쓰든 공개된 곳에 쓰든, 내 내면을 투명하게 적어 정리한다는 점에서는 달라진 바가 없다.


글을 조금 더 공개적인 곳으로 가져온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글쓰기는 어떤 부수입을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지적 우위를 드러내려는 것도 아니다. 설령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피드백을 준다 해도, 그로부터 얻는 행복감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아마도 그것은 공감의 영역일 것이다. 각자의 인생은 고유한 결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은 나만의 고유한 값을 지닌다. 그래서 누군가의 완전한 공감이나 이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내 생각과 그 방향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수도, 비공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 보고 싶었다. 나의 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른 이의 경험과 생각을 들으며 다시금 나를 정리하는 일, 그것 또한 내게는 좋은 방향의 성찰이다.


브런치에 글을 정리하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의무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사고하고 느낀 경험과 감정들을 정리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정리된 사고체계를 갖게 해 준다. 그냥 흩어져 떠다니는 생각들이 아니라, 잠시 앉아 차분히 정리해 보는 일은 오히려 내 생각의 시간을 줄여준다. 그렇게 메모처럼 남겨둔 글들은 일종의 생각의 발자취가 되어, 비슷한 생각이 다시 찾아올 때마다 그 흔적을 따라가며 그때의 흐름을 다시 되짚을 수 있게 해 준다.


2024년 9월부터 10월까지 프랑스에서 오래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 생각들이 잡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뿌리 있는 고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삶을 돌아보고 생각을 조금씩 정리했고, 귀국한 뒤에는 그 생각들을 차근차근 글로 정리하였다. 돌이켜보면 꽤 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있다고 느낀다. 정리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들이 정답일지, 오답일지, 혹은 나만의 착각일지는 알 수 없다. 내가 할 일은 다만, 일종의 ‘생각 노트’를 통해 앞으로 마주할 상황에서 똑같은 오답을 피하려는 것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해서 소가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양이나 사슴은 다시 키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말이다.


글만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의 나는 의외로 단순하고, 무언가를 실행하는 데 과하게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성향도 아니다. 때로는 단세포처럼 단순하고, 때로는 꽤 어려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나를 바라볼 때의 느낌이 그렇다. 어떻든 간에 나는 언제나 심플리시티를 추구한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다시 한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머릿속 어딘가에 쉽게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아마 그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경험과 감정을 우선 글로 꺼내 놓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다 보면 끝내 남아 있는 그 어렵고 복잡한 녀석과도 마주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다. 브런치에 처음 올린 글의 제목은 “삶의 여백에 대하여”였다. 글에서 밝힌 것처럼, 그저 바쁘게 사는 것보다 삶의 질적 만족과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가 스스로에게 씌운 기대와 틀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1년 동안 약 67개의 글을 썼다. 한 달에 다섯, 여섯 편 정도를 꾸준히 정리한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모든 생각을 정리하고 행복해졌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1년 전과 지금 사이에 질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보다 생각과 사고의 결을 조금 더 또렷이 정리하게 되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내 사고의 흐름은 여전히 복잡하고, 때로는 나조차도 잘 모를 때가 많다.


행복과 불행 중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분명 나는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정말로 행복한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선뜻 심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나 자신조차 그 확신을 쉽게 가질 수 없는 듯하다.


그래도 이것이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엔가 쫓기는 상태도 아니고, 이렇게 조금 여유로운 사유의 시기를 갖게 된 것이 고맙다. 생각에도 몇 가지 깊이가 있다면, 예전보다 더 깊이 스스로를 들여다볼 여유는 생긴 듯하다. 이 고민의 끝에 어떤 결론이 기다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일 자체가 꽤 재미있다. 행복이란 결국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보며 스스로 만족해 가는 과정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 과정의 낙제생이었다. 지금이라도 조금 더 만족하고, 조금 더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마다 시기에 따라 고민하는 주제는 다르지만,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진지한 고민을 품고 있다. 편하게 사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각자의 진실된 과정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인생이라는 여정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행성에 떨어져 탐험을 이어가는 존재다. 그곳의 중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행성의 방향이나 지도를 가진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 탐사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루를 조금이라도 가슴 뛰게 만드는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