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진짜로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선택해야 할 일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따라오는 고민이 된다. 첫 번째 직장을 구한 이후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다음 직장은 어디로 가야 할지, 회사를 옮기지 않더라도 어떤 직무를 맡아야 할지, 커리어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문제들을 오래 고민해도, 막상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도 다르고, 인생의 시기도 다르고, 내 앞에 주어지는 기회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같은 질문이라도 그때그때 내리는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선택은 당시에는 최선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흔들리기도 한다.
요즘 들어 내 머릿속을 차지하는 생각의 대부분은 이런 “선택”과 “진로”에 대한 것들이다. 나는 직장을 떠났고, 이제는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와 있다. 그렇다면 1~2년 뒤, 다시 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할까? 어떤 가치를 따라가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로 생각이 이어진다.
26살 즈음에 했던 고민들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고민은 결이 조금 다르다. 그때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보다도 “과연 나는 취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더 컸다. 어떤 일이든 우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방향을 길게 설계하기보다는 일단 눈앞의 문 하나라도 통과해 보자는 마음이 컸다. 머리로는 진로에 대한 여러 방향을 그려보곤 했지만, 내가 처한 현실에서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 그림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일단 달려보자”가 당시의 솔직한 최대치였던 것 같다.
다행히도 운이 좋았다. 내가 지원했던 곳들 중에서, 적어도 내가 일을 하며 자부심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완벽해서라기보다는, 그 선택 덕분에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환경에서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특히 감사하게 느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는 직장 경력이 9~10년 정도 쌓인 시점이다. 과거의 나와 달리, 이제는 막연한 취업 불안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떤 커리어는 비선호하는지, 어떤 일은 내 성향과 잘 맞지 않는지, 이제는 꽤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반대로, 나의 성격과 역량을 고려했을 때 기회만 주어진다면 즐겁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커리어들도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방향을 고민할 때마다 여전히 불확실성과 마주하게 된다.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순간,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실현 가능성”과 “안전한 선택지”가 먼저 떠오른다.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이고, 내가 이미 쌓아온 경력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택지들. 그러다 보면, 내 인생의 방향이 어느새 조용히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다른 방향의 생각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특히 커리어의 방향을 정할 때, 최소한 첫 질문만큼은 이렇게 던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 일이 얼마나 돈이 되는가?”
“이 선택이 나의 명성이나 타이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얼마나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인가?”
물론 이런 요소들이 완전히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첫 번째 기준이 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나를 붙잡아 두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이 일이 진짜로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회사와 그 업무를 떠올리며 “그래, 오늘도 해볼 만하다”라는 마음이 드는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과 일이 지루함과 괴로움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아무리 명함이 번쩍여도 결국에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일 자체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재미와 목표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쉬운 선택지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으려 한다. 일이 재미있고 가슴이 뛰려면, 그 일을 위해 요구되는 성향·성격·역량과 나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져야 한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은 곧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을 속이기 시작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도 나 자신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사람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니까”라는 이유로 자기기만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그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최대한 솔직하려고 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나는 환경과 나를 소모시키는 환경,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과제와 스트레스만 남는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한다.
지금도 커리어에 대해 다양한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있는 것은 하나다.
“당장 보이는, 경력상으로 가장 ‘가기 쉬운’ 선택지만을 고르지 말자.”
일단은 내가 좋아할 수 있고,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 나를 조금 더 살아 있게 만드는 선택지들을 우선순위에 두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설정한 목표 중 일부는 실현 가능성만 놓고 보면 낮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나 자신과 타협하기 시작하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일단은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로 움직여 보려 한다. 그 대신, 완전히 무모해지지 않기 위해 나름의 Plan B 정도는 마련해 두려 한다. “안 되면 정말 큰일 난다”가 아니라, “이 길을 끝까지 가 보다가 안 되면 이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겠지”라는 정도의 안전망. 그 정도면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스스로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케이스에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떤 커리어에는 분명히 “전형적인 루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 루트를 그대로 밟아온 것은 아니다. 나만 봐도 그렇다. 내가 가진 전공과 배경은 이전 직장에서도 다수파가 아니라 오히려 소수였고, 거의 혼자일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길은 만들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확률이 낮더라도, 완전히 0은 아니다.
과거에도 길을 찾았듯이, 앞으로도 나는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분명히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결국 성취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1)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동력
(2) 목표를 놓지 않는 집요함
한 번의 도전이 성공할 확률이 5%든, 0.5%든, 이 두 가지만 가지고 간다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실적인 제약조건은 언제나 있다. 나이, 언어, 당시의 재정상황, 시장 상황, 운…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스스로 먼저 포기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추게 된다. 물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삶도 나름의 안정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무엇인가를 바란다면, 어떤 형태로든 계속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도전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바뀐 환경과 바뀐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불확실성 앞에서 나 자신에게 공포가 아닌 여유를 주자.”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나를 속이지 않으려는 노력, 내가 가슴 뛰는 선택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더 가보려는 태도, 그리고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동력과 집요함. 이런 노력들을 붙들고 간다면, 언젠가 지금의 이 고민조차도 “그때 그런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라고 웃으며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여유를 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