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방문

by 유지경성

런던에 온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11월 중순부터 약 2주간, 내 시간은 거의 사라졌다. 부모님이 런던에 오셨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원래 예정되어 있었지만, 솔직히 아직 런던 생활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시점에서의 방문은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굳이 이렇게 빠른 시기에 오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엄마의 방문을 이른 시기에 배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 유학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이제 나이도 있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길을 떠나는 내 선택이, 부모님께는 안쓰럽고 불안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 시선이 내 결정을 바꾸진 않았지만,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걱정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유학행 비행기를 예약하면서 동시에 11월 방문 항공권도 함께 잡았다. 떠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을 줄이고, 유학 이후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걱정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내가 그저 유학생활을 즐기며, 직장 없이 학교에 다니는, 걱정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 눈에는,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대부분 쓰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길을 30대 중반에 다시 선택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타인은 그저 그러려니 바라보지만, 부모와 가까운 사람은 조금 더 구체적인 고민과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의 불안과 상실감을 견디며,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에 서 있었다.


작년에는 엄마와 함께 프랑스와 스위스를 여행했고, 이번에는 영국과 노르웨이, 핀란드를 함께 돌아다녔다. 여행 중에는 피곤한 순간도 많았다. 영어 한마디 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데리고 이동하고, 식사와 여러 불편함을 챙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이 모습은, 내가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받았던 케어와 닮아 있었다. 번거롭고 귀찮고,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또 다른 사랑의 형태임을 느꼈다.


공항에서 누군가를 보내는 감정은 참 묘하다. 평소에는 귀찮게만 느껴지던 일이, 공항에서는 다른 얼굴을 한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이 뒤섞인다. 슬픔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은 단순히 홀가분함만 주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가족과 사랑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희로애락이 함께 있어야 그 소중함이 진짜가 되고, 그래서 건강한 감정이 된다.


이제 한 학기의 마지막 주가 다가왔다. 몇 가지 시험을 끝내면, 이번 학기도 마무리된다. 특별히 나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없는 시기이지만, 나는 스스로 평온함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주는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다시 떠올리고, 의식적으로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으려 노력하는 시간이다. 객관적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저 내가 바라던 모습만큼만 내가 성장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내가 원하는 스스로의 대답을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핀란드에서 본 오로라
노르웨이, 핀란드 오로라 투어

노르웨이 북쪽에서 우리는 오로라 헌팅을 시작했다. 무려 7~8시간을 이동하며 끝없는 어둠과 북극의 날씨 속을 달렸지만,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극지의 날씨는 결코 쉽지 않았고, 과정 자체도 고되고 지루했다. 그럼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

오로라는 순간적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남는다. 이 오로라를 찾아가는 여정은, 어쩌면 내 안에 있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복잡하고 불확실했다. 하지만 마침내 빛나는 오로라를 마주한 순간, 모든 고난과 기다림은 필요했던 경험임을 깨닫게 했다. 지루하고 힘든 여정조차, 결국은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