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이 발행되었습니다

by 미칼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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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엄마를 예약한다는 글을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앨범을 뒤적인 것이었습니다. ‘아, 이 때는 이랬지.’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고,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기도 했습니다. 눈물 콧물 짜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나름의 고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어려서 또는 크면서 겪을 수 있는 당연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육아 선배들이 말하는 ‘다 그러면서 크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었나 봅니다. 다 그러면서 크는 건데 나는 매번 아이고 소리를 내며 넘어졌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기도 했고, 그 고비를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했고, 때론 책 속으로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육아와 인생은 점점 더 커지는 도돌이표와도 같았습니다. 매번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공부였으니까요.


현실이 너무 버거워 한참이나 읽지 못할 때도 있었고, 역시 쓰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땐 운전석에 앉아서 혼자 엉엉 울었습니다. 아이 탓도 해 보고 남편 탓도 해 보았지만 결국 모든 출발과 도착은 ‘나’였습니다. ‘나’의 여러 면들 중 엄마 역할이 가장 큰 시기를 읽고 쓰면서 어르고 달래며 보내고 있습니다. 고3 엄마를 예약한다는 것은 이 시기가 곧 다른 시즌으로 변한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예고편이라도 있지만 엄마의 다음 시즌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티켓이라도 들고 있으려고요.


산 넘어 산이라는 게 과연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태껏 만만한 산은 없었습니다. ‘넘고 나니 다 그러면서 크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읽기와 쓰기를 멈출 만큼 마음이 괴로운 시기가 얼마 전 있었고, 아마도 앞으로 몇 번인가 또 올 것이라는 예상은 합니다. 그 고비를 위해 ‘고3 엄마 예약 티켓’을 발행하고자 합니다. 미리 마음먹는다고 큰 산이 작아지지는 않겠지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글쎄요... 지금까지의 시간을 반추해 보면 올 것은 언젠가는 왔으며, 예상과 달랐던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티켓이라도 들고 있으려고요.


저는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걱정도 또한 많은 엄마입니다. 게다가 아이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 자꾸만 다짐을 하고 또 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믿는 만큼 자란다고 남들은 한 번만 해도 되는 것을 저는 최소 세 번을 해야 하더라고요. 설상가상 기억력이 달리는지 할 때마다 새롭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미련한 다짐에 다짐을 하며 고3 엄마를 예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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