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치유의 글을 쓰는 나 05
"늦겠다~~!"
아침마다 아이를 재촉한다. 어서 가자며 아이를 떠밀기도 한다. 현관을 나서는 내 손에는 커피를 담은 텀블러가 있고, 어깨에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다. 고등학생 책가방과 맞먹는 크기인데 내 가방에는 책이 아니라 운동화와 운동할 때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이 들어 있다. 큰아이 고등학교 때 고딩 엄마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막내가 고등학생이 되니 더 열을 올리게 되었다.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불안한 건 수험생 본인에게도,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득될 것이 없으니 누구와 나눌 필요도 없었다. 땀과 함께 몸 밖으로 빼내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운동을 할 수밖에.
처음엔 달리기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걷기였다. 걷다가 보니 뛸만했고, 뛰다 보니 10km를 채워 기록을 쟀다.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백 점 맞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수영에 도전했다. 7살 때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뒤로 발가락 담그는 것조차 질색했던 내가 수영복을 입고 파랗게 출렁거리는 풀에 들어가다니.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둔다는 결심을 매일 하면서 겨우 다녔다. 초급반에서 나만 빼고 중급반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서 오기가 생겼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초급반에서 나를 지도하던 수영 강사가 나에게... 발차기가 약해서 물이 안 튄단다. 물 잡기가 안 돼서 전진을 못 한단다. 코어에 힘이 부족하여 중심을 못 잡는단다. 아~ 근력이구나! 전체적으로 근력이 는다면 중급반에도 갈 수 있고, 인어처럼 물살을 가르는 상급반 언니들처럼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수영 등록 고민은 1년이나 걸렸지만, 피트니스는 다음 날로 바로 등록했다.
내가 다니는 곳은 피트니스라는 말보다 헬스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체육관이다. 그만큼 기구들의 연식도 오래되었고, 이용자들의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다. 단 한 가지 장점이라면 수영장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땀 빼고 바로 수영장에 들어가는 루틴이 완성되면서 나의 운동 시간도 늘고 근력도 늘었다... 고 말하면 좋겠지만 근육이 쭉쭉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운동은 분명 나를 더 낫게 했다.
거울을 보며 나를 보는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 일상생활 중에 나를 이렇게 많이 쳐다볼 기회가 없다. 내가 나를 보며 안색도 살피고, 몸의 라인도 확인한다. 내 근육의 가닥들을 사용해 5kg, 10kg, 15kg 무게를 들어올리리며 내 효용가치도 함께 상승한다. 어제와 달라진 내 몸을 느낀다. 물론 근육통도 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그랬다. 아프지 않으면 어제 운동을 덜 한 거라고. 그러니 근육통조차 반갑다.
요즘은 주로 덤벨과 스미스머신, 펙덱플라이, 시티드로우, 브이스쿼트를 한다. 다른 기구들도 종종 사용하지만 이 다섯 가지가 제일 마음에 들며, 특히 스미스머신은 제일 먼저 재미를 느꼈던 첫정이다. 10kg 원판을 양쪽에 걸고 바를 어깨에 올려 무게를 느낀다. 살짝 바운스를 주며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자리를 잡는다. 양손은 어깨보다 조금 넓게 놓고 바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준비한다.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지 않게, 상체는 똑바로 유지하면서 스쿼트를 10개 3세트를 한다. 컨디션에 따라 원판을 추가한다. 참고로 원판을 추가할수록 기분은 곱절로 좋아진다. 껄껄.
달카당. 스미스 바를 내려놓으며 차오르는 숨을 자랑스럽게 뱉는다. 헉헉 헉헉. 내 걱정이 뭐였더라? 헉헉. 고리에 내려앉는 소리에 근심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직 나와 쇳덩이만 존재하니까.
달카당 : 작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달가당’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