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노트_01
"너, T야?"
다른 사람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할 때 조금 당황스럽다. 사실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앞뒤 논리를 따지는 내 성향에 마치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추궁하는 물음에 살짝 물러나게 되는 순간이다.
MBTI에 대한 신뢰가 있네 없네 말이 많지만 여하튼 개인의 특징을 유형화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중 나는 삶의 에너지 내부에서 찾는 내향형이며, 앞서 말한 것처럼 논리를 따져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유형이다. 이렇게 글로 쓰니 조금 피곤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실은 나 같은 사람들은 촘촘한 계획표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할까 봐 플랜 A, B, C를 마련할 만큼 예상을 벗어나는 걸 꺼린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상황에 개입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를 수집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공감할 만한 포인트를 찾고, "아, 그랬겠구나!"라고 응대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비록 로봇처럼 보일지라도 ISTJ에게는 이게 진심이다. 영혼 없이 대답한다고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진짜니까.
다행스럽게도 나이가 들며 공감 포인트를 찾는 노하우도 늘었다. 그리고 삶의 궤적이 넓고 다양해지다 보니 공감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도 노하우 축적에 한몫했다.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기르며, 직장생활도 하고, 전업주부 생활도 빼놓을 수 없는 궤적 중 하나이다. 다양한 이슈들을 경험하면서 내 경계가 옅어지거나 넓어지는 계기들이 많다. T 성향의 사람들이 얼핏 냉정해 보이지만 일단 경계 안에 있는 이들은 극진히 아끼며 존중하고 배려한다. 그들에 대한 공감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특히 내리사랑의 경우에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는 감정 과잉이 일어나기도 한다.
T도 운다. 아파서 울고, 슬퍼서 울고, 외로워서 운다. 하지만 티는 안 낸다. 울어야 할 만한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우니까. 만약 주변에서 T가 운다면 티 내지 말고 위로해 주시길. 얼레리꼴레리하다는 걸 나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