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노트_04_입김
호~~~~ 오오오 입김이 나오던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1999년에 개봉한 '식스센스'에서 꼬마 주인공이 한기를 느끼며 숨을 쉴 때 내뱉는 입김을 보고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임을 알아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입김을 내뱉는 꼬마는 실존하는 존재이지만, 브루스 윌리스는 입김뿐만 아니라 실체 없는 혼령임이 드러난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착각하고 있던 생명이 입김을 통해 증명되면서 사람과 귀신을 나누기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소년의 입김 장면 후 한 여자가 이불을 당겨 덮으며 또한 입김을 뱉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 여자는 브루스 윌리스의 아내인데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잠결에 그의 이름을 속삭이는 장면이다. 아내가 입을 벌릴 때마다 하얀 수증기가 뿜어지며 살아있음을, 반대로 브루스 윌리스는 죽었음을 알려준다. 브루스 윌리스는 아내의 모습을 통해 본인의 숨결이 없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가 혼령임을 자각한다. 이 영화에서 입김은 숨결이고, 이는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이 영화 이후 나는 숨을 뱉을 때 내 입김이 잘 있는지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몸에서 공기를 내보낼 때 함부로 뿜지 않고 조심스레 살살 내놓으려고 노력해 왔다. 호~~~ 오오오, 후~~~ 우우우. 내 생명을 아무 데나 던져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습관처럼 숨을 뱉는 것 말고 일부러 입김을 불 때가 있다. 아이가 넘어져서 손바닥이 까졌다며 울상을 하고 다가오면 소독을 하고 밴드를 붙인 후 마지막으로 "호~~~ 오오오!" 불어준다. 생명의 입김으로 아픔을 잊을 수 있게 한 번 더 불어주기도 한다. 심폐소생술을 할 때 입에 대고 직접 숨을 불어넣기도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코와 아래턱을 부여잡고 후 우우우 후 우우우 입김을 세게 불면 된다고 배웠다.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니 머뭇거리지 말라고 했다. 아이의 손바닥과 상대방의 입술을 가리지 않고 내 입김은 아픔을 물리치거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입김은 생명의 증거일 뿐만 아니라 생명의 상태도 알 수 있다. 깊은 한숨은 슬픔이나 무기력을, 밭은 숨은 흥분을, 극도로 긴장했을 때는 숨을 참기도 한다. 건강을 위한다면 숨이 헉헉 찰 정도로 움직이라고 했다. 생명을 활기차게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나는 오늘 어떤 입김을 뱉었는지 돌아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입으로는 흐읍 하며 몸을 일으켰고, 수영 강습 시간에는 헉헉 숨이 차도록 물을 저었다. 점심에는 배가 고파 홉홉 짧은 숨을 뱉으며 밥을 차렸다. 선생님을 만날 때는 조심스러운 입김으로 긴장을 감췄으며, 주차장에서는 이제 도착했다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글을 쓰며 평안을 찾았으니 고요한 입김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호~~~ 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