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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Feb 07. 2021

자장면보다 짜장면

Go, Back - 10

짜장면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때 '자장면'을 표준어로 정하기도 했으나 '짜장면'이 가진 어감까지도 우리는 사랑했는지 두 단어 모두 표준어로 채택되었다. '자장면 주세요~'보다 '짜장면 주세요~'가 더 맛있게 들리는 건 사실이다.


이 맛있는 짜장면을 처음 먹던 날. 

이 아이는 얼마나 흥분했을까? 얼마나 놀라운 맛의 세계를 경험했을까?


이유식의 정석답게 아가용 소스를 마련하고 면을 정성스레 삶아 "자~ 우리 짜장면 먹어볼까?"라며 시작했던 식사였다. 처음엔 포크를 사용해서 잘 먹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마구마구 먹었다. 다 먹고 주방 청소는 물론 아이가 목욕을 한 욕실도 청소를 해야만 했다. 

아이의 귓구멍에서도 짜장면 면발이 나와서 씻기다가 크게 웃었던 기억도 난다. 짜장면 한 번 먹이고 온 집안을 청소할 만큼 야단법석이었다. 

그 후 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어?"

"나 오늘 저녁 뭐 먹어?"

"동생들은 김치볶음밥 먹었는데,,, 너는 뭐 다른 거 해주까?"

"짜장면 먹고 싶어."

이 아이에게는 짜장면이 소울푸드 같은 걸까... 생각해 본다. 마치 내가 떡볶이를 대하듯. 

마음이 울적해서,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서, 정말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짜 배고플 때, 입이 심심할 때, 그리고 아무 일이 없을 때조차도 떡볶이는 나에게 위로와 안식을 선사한다. 떡볶이를 처음 먹은 날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나 포근한 정서를 경험하게 하는 나의 떡볶이.

짜장면을 처음 먹은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길래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게 나라고?"라면서 부정하기까지 하는 이 아이. 오늘은 이 아이를 위해 짜장면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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