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American Eagle : Good Jeans] 편 광고
시즌 4를 바로 시작합니다.
시작도 서문 없이 바로 광고 읽기로 시작합니다.
아직 밀려있는 상반기 광고들을 뒤로하고,
최근 '논란'중인 광고 2편을 다뤄볼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광고입니다.
(보셔야 할 영상이나 내용이 길어질 우려가 있어
빠르고 가벼운 보폭으로 적어갈까 합니다.)
[ American Eagle : Good jeans] 편
모델 : 시드니스위니 (Sydney Sweeney)
유튜브, 뉴스, 기사들을 접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해외 광고임에도 근래 국내에 이렇게 많은 보도가
나온 광고가 있었나 싶을 정도인 이 논란의 광고.
도대체 무슨 논란이길래 그러는지 먼저 확인하시죠.
"WLDO"님의 유튜브가 가장 쉽고 명확할 듯합니다.
(이 유튜브 채널 운영진은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지만,
평소 대단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채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7K2ZMK9WPM
이제 어떤 논란인지는 쉽게 이해가 되시죠?
그래도, 정확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려면,
논란의 광고를 제대로 한번 봐야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8WtdlqzZdAw
광고의 구조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배우 시드니스위니가 모델이자 화자로 등장합니다.
미니멀한 구조와 색감의 세트를 배경으로
초점은 청바지와 모델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광고마다 한두 마디씩 하죠.
논란의 핵심은 청바지 Jeans와 유전자 Genes가
유사 발음이라는 것이죠. 아재개그식 동음이의어.
문제가 된 광고 카피는 대략 이런 것이죠.
"청바지(=유전자)는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지.
헤어색, 눈동자색, 성격 등이 그런 거지,
(파란 눈을 정조준하며)
내 청바지(=유전자)는 파란색이야"
'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
(시드니스위니는 대단한 청바지(=유전자)를 가졌다)
한글이야 청바지와 유전자가 엄청 다른 영역이지만,
영어 발음상으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들리는 문장.
최대한 객관적, 사전적으로 정리한 광고내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서요.
그럼, 이번에는 논란 요약에서 거론되었던
<캘빈클라인-브룩쉴즈> 편도 확인해 보실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AXzR5b6HoIA&t=4s
오래된 광고영상이라서 화질도 엉망이지만,
'유전자 genes'에 대한 과학서적을 읽는 듯,
청바지 jeans 동음이의어를 숨겨둔 듯 말하다가
끝에는 캘빈클라인으로 귀결되도록 마무리합니다.
"유전자(=청바지)는 개인의 특성을 결정짓고,
세대 간에 전달됩니다. 때로는 특정 조건이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진화"를 이루기도 하는데, 선택적
교배로 특정 유전자(=청바지)가 우월함을 입증하거나,
변이를 통해 마침내 자연적 선택에 의해 더 나은
유전자가 가려지기도 합니다.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종의 기원, 즉 궁극의 최적인 캘빈클라인이 되죠" 식
광고의 내용과 형식 등에 대한 논란을 넘어,
광고 외적인 논란까지 더해지자, 뉴스에도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ryDzOHbCzI
여러분은 일련의 논란과 사태를 어떻게 보셨나요?
미국 내에서도 사람들의 긍/부정 의견이 갈린다 하니,
그 시장과 타깃과 제품, 특히 정서를 잘 모르면서
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은 아닙니다만,
광고적으로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선, 아메리칸 이글의 광고는
"사용자 이미지 차별화"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제품은 색이, 핏이, 품질이 달라요... 가 아니라,
입는 사람이 달라요... 00하게 멋진 사람이 입어요...
라고 띄우며 '너도 사용자가 되어보라'는 전략이죠.
같은 모델인 시드니스위니가 나와서
"나처럼 트렌디하다면... 아메리칸 이글"이라고
하면 문제가 없을 수 있죠. 하지만 밋밋했겠죠.
그래서, 그 사용자 이미지 차별화의 기준을
"유전자"에 둔 겁니다. 이것도 백번 양보할 수 있어요.
여러 인종, 여러 헤어색, 여러 눈동자색의 사람들이
"나는 위대한 유전자(=청바지)를 가졌지!"라고 하면
자신의 유전자(=청바지)에 자부심으로 보였을지도...
그런데 그 기준을 '백인 우월주의' 기준에 따른 것,
그것이 최대 패착이라고 보입니다. 실수라면 말이죠.
'금발, 파란 눈, 백인 여성을 우수한 유전자로 보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의 상처'를 건드린 거죠.
세계적, 인류적 상처가 되어 모두가 금기로 정한 걸
아무렇지 않게 깨버린 것이니 모두가 경악한 거죠.
광고적 금기를 깬 또 하나는 '표절'입니다.
방금 전 이 광고가 실수라면 '패착'이라고 했는데,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처음엔 같은 브랜드의 과거 광고쯤 되나 싶었습니다.
오마쥬, 리메이크, 패러디 등으로 이해될 수 있게요.
하지만 다른 브랜드 광고, 옛날 광고, 비난을 받았던
광고인 걸 알면서도, 똑같은 의미와 영상구조를
차용하고 있으니까 이건 실수가 아니라고 봐야죠.
의도적으로 노려서 제작한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그렇다면, 이건 금기에 금기를 더한,
선을 넘어도 너무 쎄게 넘은 결과로 보입니다.
광고적으로 해석해보면서, 이 광고의 쓸모는
"MAYA, 반보 간격의 필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MAYA는 Most Advaced, Yet Acceptable의 약자,
"가장 앞선,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라는
뜻으로, '히트메이커스'란 책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크리에이터로서 대중들에게 획기적 히트작을 내려면,
가장 앞서고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이되,
단,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어야 한다는 것.
광고계에서도 '반 보만 앞서가라'는 말도 합니다.
한 보 앞서 가면 그 보폭이 누구에게는 너무 커서,
광고주든 타깃이든 거부감을 갖거나 못 따라온다,
딱 '반 보' 정도만 앞서 가야 원하는 방향으로
광고주든, 타깃이든 모두 따라갈 수 있다는 뜻.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선의 수준과 방향으로
반 보도 아닌 두 세보 나가면 (여기선 빗나가면),
반짝 인지도를 얻거나, 논란이자 화제가 되거나
일순간 튈 수는 있지만, 득이 아니라 독이 됩니다.
결국 아메리칸 이글도 무난한 한 편 외에
다른 광고는 모두 내렸다(광고 집행을 중지했다)는
것을 보니 감당하기 힘들었던 거겠죠.
논란 중인 광고를 다루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시장, 타깃, 브랜드를 잘 아는 건 아니어서
제가 모르는 뜻이 있다면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광고 관심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라도 만들자는 식으로 자극적인 조미료를
여기저기서 빌려다가 마구 쏟아붓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광고업을 대단히 사랑해서... 뭐 그런 게 아니라,
안 그래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세상에
더 과격하게 성질 돋우는 일들이 벌어질까 봐서요.
키 큰 모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만 입는 청바지,
먹어도 살 안 찌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스키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의 금융앱,
친일파 자손이 그때 땅 위에 세운 리조트 등....
이런 것들이 변종으로 나오면 안 될 거 같아서요.
이 광고는 논란도, 화제도, 패착도 아니라,
금기에 금기를 더한, 금기작이어야지 않을까요?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