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딧 Feb 19. 2020

그래딧 인터뷰 #2

업사이클 브랜드 'Cueclyp' 우연정 공동대표


** ‘We Change Market 위체인지마켓’은 지속가능 패션을 추구하는 동료 선후배 여성 리더들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인터뷰 칼럼입니다. 이 칼럼은 同브런치와 네이버블로그(blog.iconple.com), 페이스북/인스타그램(we.change.market) 등에 동시 소개됩니다


인터뷰를 요청할 때면 늘 조심스럽습니다. 얼마나 바쁘고 치열하게 사시는지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터뷰 초안을 받을 때의 감동 때문에~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이들의 꿈과 열정에 제가 먼저 동기부여되거든요. 국내 지속가능 패션은 대기업 보다는 생각있는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들은 본인들의 생활 습관 깊숙한 곳부터 지속가능 철학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좁은 길일지라도, 시장이 커졌을 때 그때서야 끼어드는 대기업 쯤은 제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아기자기 재치있는 업사이클 브랜드 ‘큐클리프’ 우연정 공동대표님을 소개합니다 


우연정 공동대표ㅣ큐클리프 CUECLYPㅣ서울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독자들을 위해 Cueclyp 브랜드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큐클리프는 버려지는 각종 폐자원(우산, 현수막, 광고포스터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 제품과 타이백, 리사이클 원단 등 친환경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서스테이너블 패션 잡화 브랜드’ 입니다. 주로 가방~지갑~파우치~케이스 등 소품류를 제작/판매하고 있으며, 저희 컨셉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체험 클래스~전시~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브랜드 이름을 궁금해 하시는데요. CUECLYP는 UPCYCLE의 스펠링을 재배열해 만든 이름입니다. ‘업사이클’이란 단어를 한 번 더 업사이클하여, 우리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큐클리프의 전체 제품이나 컨셉 전개 활동은 ‘업사이클링’에 국한되지는 않아요. 우리는 제로웨이스트~리사이클~업사이클 등 더 넓은 범위의 지속가능 패션을 통한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담긴 NEW LUXURY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UPCYCLE을 업사이클해서 만든 브랜드명 CUECLYP와 우산을 형상화한 픽토그램은 마치 구름사이 해가 떠오르는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답니다


큐클리프 브랜드명이 너무 귀엽게 입에 붙어서 어떻게 만드셨나 했더니~ 업사이클을 또 업사이클했다고 해서 인상적이었어요. 큐클리프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요~?

지인이 선물해준 아끼던 우산이 고장이 났는데, 버리기가 아까워 파우치로 만들었더니, 가볍고 생활방수도 되어 제품화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을 계기로, 하나둘씩 폐자원을 모아 제품을 만들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라고 보통 간단히 말씀드리곤 하는데요~^^ 사실, 제 안에 훨씬 오래전부터 의미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거 같아요 


사업 시작전에 저는 가방 디자이너였습니다. 직장 생활중에도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등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마음 한 쪽은 늘 뭔가 허무함이 있었어요. ‘이 감정이 뭘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대로 괜찮을까?’ 라는 답이 없는 자문을 던지곤 했죠. 그러던중, 어느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지에 있는 ‘탐스TOMS(고객이 신발 하나를 사면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하나를 기증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 속 파장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했어요. 또 하루는 시장조사를 나갔다가 ‘프라이탁Freitag(버려지는 트럭덥개에 아트를 더해 업사이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을 보게 되었어요. 같은 가방인데 제품이 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제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남자친구(현공동대표)와 같이 시장조사를 다니며 제품 분석하는 걸 좋아했는데,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고민이 되었지만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 때 저의 베스트프렌드 프로필 사진이 또 다른 계기로 다가왔습니다. 제 베프는 한국수출입은행에 다니면서 제 3국 지원 사업을 하는 커리어우먼이었고, 또 프사에 글사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낭만파인데, 당시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 라는 시를 올렸더라구요. 쭉 읽다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라는 부분에 꽂혔어요. 결국 하늘의 뜻이라 믿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큐클리프는 플리마켓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시작한 브랜드라 본격적인 런칭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업사이클 브랜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와우~ 간단 버전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셔 영광입니다. 오랜 시간의 고민들이 저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옆에서 지켜보니 업사이클 제품 제작은 유독 창의성이 요구되고, 물리적인 에너지 소모도 많은 영역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일하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요?

디자인 스케치를 먼저 하고 소재를 찾는 일반 제품과 달리, 업사이클은 정해진 소재의 물성에 맞게 제품을 디자인 해야하기 때문에, 때때로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업사이클 디자인의 묘미이기도 하죠~ 연구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수거→선별→세척→1/2차재단→재봉 등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버려진 소재내에서 상대적으로 멋진 그래픽을 찾아서 한 장씩 재단해야하는 등 수작업도 많은 편이구요. 소재 수급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재활용 선별장에 직접 찾아가서 파리들과 함께 폐자원들을 수거했어요. 요즘도 상황에 따라 직접 수거하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최근들어 저희 취지를 이해하시고 소재를 기증해 주시거나 새로운 폐자원 소재를 제안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 수거 시간을 아껴 디자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사이클이 쉽지 않은 분야라는건 창업 초기 이미 각오했던 부분이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우산~현수막~포스터~간판 등 주변에서 버려진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알록달록 예쁜 큐클리프 제품들


네~ 현수막을 거둬서, 직접 자르고, 세척하느라 힘들었다는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체력 관리를 잘 하셔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 편으론, 폐자원이라는 제약 조건을 극복하는 디자인 노력에서 정말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표님 어릴 적 꿈도 디자이너였나요?

초등학교 때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원래 꿈은 화가였어요. 미술 선생님께서 예술 중학교 추천서도 써주셨었는데... 저희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포기해야했어요. 순수 미술은 경제 활동이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미술과 관련 있으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디자이너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편으로, 저희 어머니께서 재봉사이셨기 때문에 엄마의 미싱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어요. 그런 이유 등으로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이너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패션 일러스트를 그리는 제 모습을 보시고 축제 의상 제작 미션을 주셨어요. 그 때 처음 동대문 종합상가를 갔는데, 난생 처음 드는 신선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자극을 받았는지, 미션을 잘 완료하여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저의 재능을 알아보신 선생님께서, 실업계 의상과를 제안하셨고, 저는 고민없이 바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3년간 열심히 고교 생활을 마치고, 수시 전형으로 패션 디자인과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대학의 많은 과목 중 소품 만드는 수업이 재미있어서 가방/잡화/소품 디자이너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으나, 당시에 교수님과 선배님들은 가방 쪽은 폭이 좁다고 여성복 디자이너가 되라고 조언해 주셔서 처음엔 여성복 디자인실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핸드백 공모전을 참가하게 되었고 3등으로 수상하게 되어 본격적으로 핸드백 가방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폐차된 자동차에 남아있는 에어백(난연성 소재)을 뜯어, 휴대용 에쉬트레이 제품을 실험중인 콜라보 프로젝트 (큐클리프 X 저스트프로젝트)


대표님을 보면서 '천상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역시였군요 ^^ 그런데, 여기서 화제를 좀 바꿔볼게요. 패션이라는 분야가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이 많은 편이고, 또 지금은 대표로 일하고 계시니, 일반적인 회사 생활에서 느끼는 부분과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래도~ 과거 직장에서 또는 현재 CEO로서 활동하면서, 여성이라 어려웠던 점 또는 오히려 장점이라 느꼈던 점이 있을까요?

음.. 아직까진 성별 때문에 겪었던 특이 사항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는 여성 대표님들은 많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이렇게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도 힘든데 말이죠~ 그래서 저희 부부는 딩크족이예요


전통적으로 오랜 시간 소외되었던 여성 기업인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국가에서 여성기업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제가 여성 대표라서 여성기업으로 신청할 수 있었고, 인증된 후 공공기관과 일 할 때 좀 더 혜택이 있어서 좋은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장점이라면 그런 것 같습니다 



대표님 결혼하신 줄 몰랐었네요^^; 육아와 사업 병행은 남/녀 모두 힘든 일이죠. 대표님처럼 재능있는 분이 딩크라니 저는 개인적으로 좀 안타깝지만~ 육아와 사회생활이 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봅니다. 화제를 다시 한 번 바꿔서, 환경 문제에 대해서 실천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배달 음식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커피를 좋아해서 텀블러를 애용해요. 플라스틱 음료병을 사용해야할 경우,  버리지 않고  스티커로 꾸며서 부자재를 담는 장식 통으로 활용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저는 플라스틱 재료 자체를 나쁜게만 보진 않습니다. 사실 플라스틱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소재거든요.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큰 문제이지만 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면 플라스틱은 정말 판타스틱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육류도 덜 먹는 편인 것 같아요. 닭/오리/양 고기는 못먹구요. 오보이 매거진을 통해 고기를 덜 먹는 것만으로도 환경 개선에 동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저희 회사는 폐자원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래도 남은 자투리들까지 버리지 않고 모아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자투리들을 더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작년엔 ‘환기맨숀(오래된 연립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전시 공간에서 큐클리프가 업사이클링을 통해 특별한 환기와 활기를 드리는 컨셉으로 진행했던 참여형 전시)’ 이라는 단독 전시를 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 방법으로 클래스 진행과 굿즈를 만들어서 증정했고, 설치 작품으로도 활용했습니다  



네~ 대표님 의견에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또 영구적인 리사이클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속에 그리고 계신 10년 후의 Cueclyp와 10년 후의 대표님을 소개한다면요?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하지만, 저를 포함한 요즘 친구들은 먼 미래보다 오늘을 집중해서 삽니다. 개인적으로 큰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작은 목적들을 즐기는 삶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미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한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10년 후에도 큐클리프가 변질되지 않게 잘 키워 나가는 대표이면 좋겠네요. 더 잘 해야겠어요


사실, 생각을 아예 안해본건 아닙니다. 10년 후면 40대 중반인데, 그때는 업사이클링이나 다른 지속가능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한 멘토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봐요. 인재를 발굴하고 잘 이끌어주는 멋진 중년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까 더 구체적인 답변은 좀 아껴두고 싶네요. 덕분에 앞으로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 아무튼 저는 큐클리프를 단기간에 무리하면서 키우고 싶진 않고, 하루 하루 재밌고~자연스럽고~탄탄하게 지속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대표님 꿈을 응원할게요. 정말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고 싶은 브랜드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버려진 우유팩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드는 브랜드 ‘밀키프로젝트’의 김민수 대표님을 추천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딧 인터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