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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엔지니어 Mar 23. 2024

패션 브랜드 MD - 1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오래된 경력서를 꺼냈습니다. 저에게 패션 브랜드 상품 기획자로서의 커리어는 많은 도전과 변화를 겪으며 성장했던 소중한 추억입니다. 용기 내어 추구한 혁신이 성과로 이어졌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해요. 성공의 기억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당면한 상황이 썩 잘 풀리지 않아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에너지을 얻는 히든카드 같은 것이니까요



Chapter1. 디자이너로 입사

E사는 신입사원을 기획자로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영업 부서에서 몇 년간의 현장 경험을 쌓은 후에 기획 직무로 전환 기회를 주는데, 이는 현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기획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핳ㄴ, 조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E사의 브랜드 기획자는 상품기획과 경영기획 업무를 병행합니다. 이는 재고를 운영하는 상품기획자가 브랜드의 매출과 수익 모두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MD라는 호칭 대신 '기획자'로 불렸습니다. 



저는 좀 독특한 케이스였어요. 영업이 아닌 디자인 부서에서 2년간의 경력을 쌓고, 당시 제가 희망했던 중국 지사 신규 여성복 브랜드의 기획자로 전환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디자인 부서는 디자이너, 기획, 구매, 생산부서 간의 업무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컨트롤타워로서의 기획자에게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입니다. 디자인 팀에서의 경험은 디자이너의 언어를 생산과 영업팀에 전달하는 스킬을 쌓는데 도움을 주었고, 제가 당시로는 드물게 중국어가 가능해서, 한국팀과 중국팀의 의사소통 중심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향후, 디자이너에서 기획자로 직무 전환한 좋은 사례로 사내에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Chapter2. 최적화 (feat.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아메리칸 캐주얼에 스페셜티가 있었던 E사에서는 드물게 신규 여성복 브랜드가 론칭되었고, 제가 기획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기존 캐주얼 패션 운영 방식으로 여성복을 기획하다보니 여러가지 삐걱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단품 단위의 기획이 먹혔다면, 여성복은 스타일(코디) 관점의 기획이 추가되야하고, 좀 더 입체적인 패턴 제작이 가능한 모델리스트가 필요했고, 원부자재 선정 기준이나 생산 공장 선정 기준에서도 변화가 필요한데, 처음엔 그런 모든 인프라를 갖추기 힘든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우븐 자켓에는 전에 없던 다트가 추가되었는데스웨터는 여전히 평면적이었어요. 아이템별 생산 공장 수준이 달라서 품질 수준에 차이도 많았습니다. 무엇이 잘 팔릴지 몰라서 기존에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하는 것이 두려웠고, 캐주얼 관점의 아이템 기획을 하다보니, 매장에서의 스타일 연출이 힘들었죠. 제가 발령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들린 얘기는 총체적인 아이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템 분류 관리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다음 섹션에서 유통 바잉 MD 얘기를 할 때, 이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리할거예요. 기획자에게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스킬(포트폴리오 최적화 스킬 정도로도 말할 수도 있겠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카테고리 최적화 작업은 브랜드 MD 레벨에서의 제품 포트폴리오 관리, 유통 바잉MD 레벨에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 브랜드별 면적 관리 등에 모두 필요한 업무인데, 기획자는 효율적인 카테고리 관리를 통해 매출, 원가, 재고, 수익 등의 KPI 기반 브랜드 전체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하는 사람입니다. 


정리정돈의 시작은 숨어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서 한 눈에 보이게 늘어놓는 것에서 시작하죠. 다 늘어놓은 상태에서 내 눈에 보일 때 비로서, 자주 쓰는 물건, 가끔 쓰는 물건, 이제는 버려도 되는 물건을 나눌 수 있고, 더 필요한 물건을 구비해야한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종류별로 분류해야, 앞으로 이 물건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여기서 '어떤 종류' 대로 분류하는 것이 좋을지를 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템 재정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했던 일이 이 정리정돈이었어요


먼저 제품의 기능적 역할에 따라 아이템을 나눠보고, 여성복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세부 아이템을 재정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주얼적 성격이 강한 셔츠 아이템을 셔츠와 블라우스로 나누고, 티셔츠 대신 니트로 아이템을 재정의하는 등의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함께 각 아이템별 스타일 방향성을 검토했어요. 예를 들어, 초기 스웨터군이 E사의 다른 캐주얼 브랜드 핏에서 큰 변화가 없었기에,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디테일 스터디를 새로 시작했고, 변화된 디자인의 제품 생산에 특화된 생산 공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템 기획 단계에서, 우리 브랜드가 벤치마킹하는 브랜드의 아이템 스터디는 필수이고, 정성적으로는 스타일링을 제안할 수 있는 코디네이션 관점에서의 아이템별 적정 가지수에 대한 검토, 정량적으로는 시장환경과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아이템별 적정 가격대, 생산규모 등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제품별 데이터를 열거하여 매출과 수익 기여도 관점에서 제품을 분류해 보아야 합니다. 정해진 이름은 없지만, 저희가 사용했던 명칭을 기준으로 열거해 보면 전략 상품, 프리미엄 상품, 프로모션 상품, 테스트 상품 등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전략 상품 
매출과 수익 모두에 도움되는 상품입니다. 소위 80:20 법칙에 따라 80의 중요도를 가진 20의 제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반영하며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호되는 상품이며, 꾸준히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생산을 통해 수익에도 도움이 되는 제품입니다.


프리미엄 상품
단위별 수익에는 도움될 수 있지만, 매출에는 큰 도움 안되는 상품입니다. 원래의 목적도 수익 보다는 가격 테스트를 위해 소량 선보일 수 있는 고가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많이 팔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매출 기여도는 떨어지지만,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어 단위별 수익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판매 볼륨이 크지 않아 전체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프로모션 상품
매출에는 도움되나 수익에는 도움 안되는 상품입니다.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프로모션 상품, 혹은 미끼 상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가격 할인은 언제나 가장 확실한 소구점이기 때문에 많이 팔릴 수 있지만, 비용 구조가 높아지면서 수익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할인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기 위해 전략적 운영이 필요한 상품군 입니다. 


테스트 상품(더 좋은 이름 생각중...)
매출과 수익 모두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는 않지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거나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주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실험하기 위해 개발되며, 시장의 수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적인 상품에 해당합니다. 주로 제한된 수량으로 출시하여 일부 매장에서 소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합니다. 당장의 수익에 도움되지 않지만, 소비자의 피드백과 판매 성과를 토대로 다음 시즌 제품에 결과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줍니다. 


보통의 패션 브랜드에서 기획자는 매출/수익 모두에 기여도가 높은 전략 상품 강화에 1차적 관심이 있고, 디자이너는 고급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테스트 상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영업과 마케팅은 판매 소구점이 확실한 프로모션 상품에 대한 니즈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년간 경험 끝에 얻은 결론은 각각의 제품은 모두 필요하며, 기획자에게 주어진 숙제중 하나는 이 4개 상품군 사이에서 끊임없이 최적화된 비율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차저차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관점에서 아이템 기획을 마치면, 디자인 부서에 전달하여 다음 시즌 제품 디자인을 진행하게 하고 시제품들을 가지고 현장에 있는 영업/마케팅 부서와 함께 품평회를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에게 건냈다고 해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가 끝난 것은 아니예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일 뿐이죠. 


To be continew with 품평회, 입고 관리, 재고 관리(뉴스벤더 모델, 소진율 관리, 리오더), 경영&생산 계획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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