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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엔지니어 Apr 13. 2024

패션 브랜드 MD - 4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Chapter4. 재고 관리 (이어서)

지난 주에 시즌 상품의 재고평가감(write-off)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끝냈죠. 그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상품이 발주되고 입고되는 과정에서 재무적으로는 회사의 현금(cash) 자산이 중간재를 거쳐 완제품 자산으로 변환됩니다. 총자산의 관점에서는 가치 변화가 없지만, 이 부분에서 유념할 것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유행에 어느 정도의 지배를 받는 패션 상품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제값 받고 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제품의 특성을 감안하여 재고평가감이라는 회계 원칙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완제품 입고 이후 1년이 지난 상품은 원래 가치의 50%를 낮춰 반영하고, 2년이 지나면 100% 손실 처리를 하는 식입니다. 재고자산의 가치가 회계상의 기준가치나 실제 시장가치보다 낮아지지 않도록 조정함으로써, 해당 시점의 시장가격이나 공정가치로 평가하여 재무상태를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당연히, 가치가 떨어진 재고가 많아지면 회사는 가만히 앉아서 총자산의 손실을 겪게 되겠죠. 게다가 계속해서 유지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래된 재고, 구재고, 또는 체화재고라고도 불리는 시즌말 재고는 최대한 빨리 소진시키는 것이 중요한데요. 할인 프로모션, 아울렛 스토어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판매하다가, 최후에는 제3국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도 합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잦은 프로모션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고, 기부된 제품이 브랜드의 타겟 고객과 동떨어진 사람에게 사용될 때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하이앤드 브랜드들은 차라리 제품을 소각하는 방법을 택해왔는데, 최근에는 환경 이슈로 인해 이런 제품 소각 행위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후까지 남게된 옷들은 다들 그럴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에 처리가 더 어렵죠. MD가 적중도 있는 제품 기획을 해야하는 여러가지 이유중 하나랍니다. 



Chapter5. 경영기획 & 생산계획

경영기획과 생산계획은 엑셀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추후 컨설팅을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렇게 준비해 보도록 할게요. 오늘은 최대한 글로 개념 설명만 있도록 하겠습니다.


1. 경영기획

영업 부서 주도로 월별 매출 계획이 확정되고, 브랜드 차원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익(영업이익) 목표가 확정되면, 양쪽 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지표인 매출이익(순매출-원가) 목표가 세워집니다. 매출이익을 높이기 위해, 순매출은 높을수록 좋고, 제품원가는 낮을수록 좋겠죠? 그래서, MD는 원가를 최대한 낮추며, 영업이 높은 순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력과 견제를 병행해야 합니다.


순매출은 할인 후 가격으로 판매하여 내 손에 들어오는 실질적인 매출이라 실매출이라고도 하는데, 할인 비중이 높아지면 더 많은 수량을 판매해야 실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수량을 생산하다보면 원가율은 올라가서 매출이익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정가 100원 짜리 제품 생산 원가가 40원이라 하고, 20% 할인과 40% 할인 판매의 사례를 비교해 보죠. 해당월 순매출 목표가 10,000원이라 할 때, 20% 할인 판매해서 목표 달성하려면 125개를 판매해야 하고, 40% 할인으로 목표 달성하려면 167개를 판매해야 합니다. 생산 원가액은 각각 5,000원(125*40)과 6,667(167*40)원이 되어, 40% 할인 판매했을 때의 매출 이익율이 17%나 떨어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차원의 최종 수익도 크게 저하될 거예요. 그래서, 영업이 적정한 할인율 목표를 세워서 관리할 수 있도록 견제해야 합니다. 


또한, 적정 할인율 기반 순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가 관리를 해야하는데, 이 원가에는 당시즌 판매될 제품의 제조원가 뿐 아니라, 앞서 설명한 체화재고의 평가감 손실이 함께 반영된답니다. 때문에, MD는 1차적으로 최대한 경제적인 방법으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생산 부서와 조력해야하고, 체화재고로 인한 평가감 손실이 커지지 않도록 제품 적중도를 높여야 합니다. 정가 100원 짜리 제품을 평균 20%까지만 할인 판매하기로 영업과 약속하고 제조 혁신을 도모해 원가를 30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가정하면, 생산 원가액은 5,000원(125*40)에서 3,750원(125*30)으로 떨어집니다. 재고평가감을 배제하면, 매출 이익율이 12%나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며 원가율을 1, 2%p.만 올리는 것도 꽤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1%p.가 전체 수익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곤 한답니다.


MD의 1차 오너십은 이렇게 재고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매출이익 관련 KPI에 있지만, 브랜드 차원의 목표 달성을 위한 판관비 세부 항목과 손익계산서에는 보이지 않는 캐시 사이클 개선을 위한 고민을 병행한다면, 브랜드 재무현황은 훨씬 건강해지고 MD 본인의 역량도 훨씬 커질거에요.



2. 생산계획

경영기획을 통해 월별 순매출, 할인율, 원가율 목표 등이 세워졌다면, MD는 (시즌 기획 브랜드라 가정하고) 월별 순매출을 구성하는 시즌별 제품의 비중을 예측해야 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되, 과거와 다른 금년에 예상되는 다양한 이벤트 요소를 반영할 필요가 있겠죠. 


아래 Figure.1은 이런 예측을 통해 월별 매출을 구성하는 시즌 제품의 판매 비중을 반영한 그래프 입니다. 예를 들어, 하늘색 면적 만큼이 금년 한 해 동안 여름 제품만으로 판매할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 24,000 Index 정도 되네요. 그런데, 우리가 24,000 만큼을 팔기 위해 딱 24,000 만큼만 생산해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반대로, 매번 생산량의 100%가 당시즌 판매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은 불가능 합니다. 기본적으로 매장 유지를 위해 필요한 DP재고, 품절 방지를 위한 안전재고 등이 필요하고,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체화재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이 늘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24,000 여름 제품 판매 목표를 위해 24,000 + α 만큼을 생산해야 하는데, 다시 말하면 목표를 딱 달성했을 경우 이 α가 곧 당시즌말 재고가 됩니다. 즉, 재고율은 α / (24,000 + α) 입니다.     

Figure1.



         



   




그런데, 이 여름 제품 생산 총액 24,000 + α Index는 순매출 기준이거든요. 이 금액에 경영기획을 통해 수립한 목표 원가율을 반영해야 총 생산 목표액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α 는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요? α는 앞서 잠시 설명한 서비스레벨과도 상관이 있습니다. 수요 예측을 벗어난 수요를 얼마나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브랜드 차원의 전략이 반영되야겠죠. α를 키우면 품절로 인한 손실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시즌말 재고율이 커질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여름 시즌 생산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현금이 부족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체화재고가 되어 재고평가감으로 인한 원가율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단순한 생산 금액 크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생산 총액을 얼마나 적중력 있는 제품으로 구성했느냐 하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역량 이랍니다. 


다음 챕터에서부터 유통 바잉 MD 업무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유통 MD와 브랜드 MD는 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원가 관리,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재고 관리 라는 3가지 중점 KPI는 동일합니다. 다만, 브랜드 MD가 내부 파트너십 기반 수직적 가치사슬 관리를 한다면, 유통 MD는 외부 파트너십 기반 수평적 가치사슬 관리 역량이 좀 더 요구되긴 하죠. 상생을 통한 win-win 전략 뭐 이런거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생긴답니다~ 


To be continew with 유통 바잉 MD 여러가지 이야기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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