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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엔지니어 Apr 20. 2024

유통 MD - 1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패션 브랜드 상품 기획자로서 제 역량을 인정 받을 수 있었던 주요 업적으로는 캐주얼을 벗어난 여성복으로서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상품 포트폴리오)에 성공하고, 제조 관련 수직적 가치사슬에 깊숙히 개입하여 매년 꾸준한 원가율 절감과 납기 프로세스 단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했고, 매주 상품 회의를 통한 판매 모니터링과 분할 생산 프로세스 구축으로 판매 적중도를 높여 재고율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원의 신분으로 출발했던 MD 업무 초기에 그저 리더들이 요구하는 KPI에 충실했던 것이, 돌아보니, MD가 중점을 두어야 할 주요 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워준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첫 직장에서의 모든 업무 시스템이 얼마나 선진화 된 것인지 또는 표준 프로세스가 맞긴 한 것이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담당 브랜드가 가장 전성기에 이르렀던 시점에 회사를 떠나 좀 더 공부를 하기로 결정을 했고, 여차저차의 이유로 또 다른 해외에서 SCM 공급망 관리 석사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S&OP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던 모 플랫폼 유통사에 입사하게 되었죠. 새로운 직장 구성원들은 제가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시스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두 번째 직장에서 일하면서 저는 오히려 제가 첫 직장에서 얼마나 업무를 제대로 배웠는지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S&OP : Sales and Operation Planning 기업의 수요와 공급을 균형있게 조절하여 고객 만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업무 프로세스



Chapter1. MD 본부 기획팀

당시 수 백 개의 브랜드를 입점 유통했던 회사의 MD 본부에는 5개의 카테고리 팀과 기획 팀이 있었습니다. 브랜드사와 직접 거래하는 카테고리 팀 대비 기획 팀 업무는 별로 재미 없었지만, 전체를 꿰뚫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유통 트렌드의 변화 때문에 카테고리 구성에는 늘 변화가 생기긴 하지만, 아직도 카테고리별 비중과 각종 수치가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은 기획 팀 경험 덕분입니다. 


과거 브랜드사에서 상품 레벨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를 했다면, 이제 브랜드 레벨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로 관점을 바꿀 필요는 있었습니다. 수익 개선을 위한 원가율 개선은 어느 회사에서나 변함 없는 화두이고요. 최적화된 재고 관리를 통한 매출 신장을 위해 S&OP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었으니, 저는 자연스럽게 석사 과정을 통해 주어들었던 개념을 실습해 볼 수도 있었죠.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어떠세요? 제가 문두에, 패션 브랜드사에서의 주요 업무를 정리했던 것과 유사하죠? 브랜드 MD와 유통사 MD는 관점의 변화에 따른 업무 변화가 좀 필요하긴 하지만, 관리해야하는 중점 KPI와 요구되는 역량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Chapter2. 유통사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고객 관점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제가 입사하기 직전까지 MD본부는 그저 1팀 2팀으로만 나눠져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성장하고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그 성격에 따라 패션, 화장품, 시계/주얼리, 식품, 전자 등으로 팀이 세분화 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브랜드 MD가 제품을 아이템별로 나눠서 관리했던 것과 비슷하죠. 


사실, 각 브랜드/제품별 성격이 비슷해야 관리도 용이하고, 고객 관점에서의 구색 관리가 가능한데, 그 이전까지 이렇게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 저는 더 이상하게 느껴졌을 정도입니다. 각 카테고리는 그 성격에 따라 시장을 분석하고, 신규 브랜드를 발굴/퇴출합니다. 브랜드/제품별 성격이 따르기 때문에 업무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도 있고, 기여 방식에 따른 목표 관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래방식에 따른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유통이 입점 브랜드와 거래하는 방식에는 크게 직매입(사입) 거래와 위탁 거래가 있습니다. 거래 방식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크게는 기업의 물류 최적화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현재 제가 운영하는 와우띵마켓은 플랫폼의 재고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마진에도 불구하고 위탁 거래를 선호하고 있지만, 고객의 장바구니를 늘려 배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저단가의 생활용품은 직매입(사입) 거래를 통해 통합배송하고 있습니다. 통합배송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복잡한 물류가 야기하는 탄소배출 저감효과가 있답니다. 


하지만, 물류 관점에서의 사입과 위탁 비중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각 기업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에 따라 전략은 달라지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입점 브랜드의 정책에 따라서도 거래 방식은 달라질 있는데요. 유통사가 위탁 거래를 희망해도, 입점 브랜드가 직매입을 고집한다면 (협상이 불가한 힘쎈 브랜드라면) 직매입 거래를 선택해야겠죠.


그리고, 입점 브랜드의 거점 전략에 따라서도 거래구조는 달라질 수 있는데, 브랜드 입장에서 근거리 재고 관리가 쉽지 않은 수입 브랜드는 직매입 거래를 선호하고, 직접적인 재고 관리가 용이한 내수 브랜드는 위탁 거래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직매입 거래와 위탁 거래는 눈에 보이는 마진(또는 수수료)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MD는 단순한 마진 뿐만 아니라, 수출입 거래조건(인코텀즈), 결제조건, 반품조건, 재고관리 비용 등의 세부 사항을 시뮬레이션해서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주방식에 따른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앞서 브랜드 생산 발주 이야기 할 때, 패션과 같은 시즌 상품과 화장품/생필품 같은 반복 구매 상품의 발주 전략에 차이가 있다고 얘기했었죠? 유통사 입장에서 각 브랜드에 구매 발주를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를 들어, 패션은 다른 카테고리의 MD와 다르게 바잉 전략이 필요한 시즌 상품이기 때문에,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즌 상품 이면서 직매입 해야한다면, 재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염두해야 겠죠.  



매출 기여도와 기타 파급력에 따른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브랜드 MD가 전략 상품, 프리미엄 상품, 프로모션 상품, 테스트 상품 등으로 나눠서 제품 기여도 관리를 했던 것처럼, 유통에서도 매출 기여도와 기타 파급력에 따른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 기여도와 고객 유입 효과를 기준으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 브랜드 (High 매출 기여도 / High 고객 유입 효과)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지 않은데도 많은 고객들에게 판매하여 높은 매출을 유지하는 브랜드를 들 수 있습니다. 인기 화장품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많은 고객을 유입하기 때문에, 다른 카테고리로의 연계 매출까지 생성하는 효자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 유입 브랜드 (Low 매출 기여도 / High 고객 유입 효과)
고객 유입 효과는 높지만 매출(특히, 수익) 기여도는 낮은 브랜드입니다. 인기 있는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또는 독점 브랜드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희소성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래 조건이 불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 관점에서 회사에 끼치는 기여도는 낮을 수 있습니다. 


매출 기여 브랜드 (High 매출 기여도 / Low 고객 유입 효과)
주로 특정 제품을 찾는 단골 고객 매출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를 들 수 있습니다. 조금 특수한 그룹이 될 수도 있는데, 한 번에 대량 구매를 하는 B2B 성향의 브랜드가 그 적합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보완 브랜드 (Low 매출 기여도 / Low 고객 유입 효과)
매출 기여도와 고객 유입 효과 모두 낮지만, 브랜드 라인업을 완성하거나 특정 고객층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브랜드입니다. 또는, 테스트가 필요한 신규 브랜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당장은 효율이 떨어지는 long tail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이들 중에서 잠재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또는 이 브랜드들이 특정 상황이나 시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To be continew with 끊임없는 MD개편과 원가 협상, S&OP 기반 재고 관리(재고개월수 관리, 결품율 관리, 소진율 관리) 등등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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