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글의 부제가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인데, 제가 너무 사이언스 중심으로 MD를 설명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 기조로 계속 써보려고요. 아주 오래 전에는 수치화 할 수 없는 상품 결정 감각?을 MD의 큰 자질로 평가하기도 했었고, 구매 권한을 가진 이유로 콧대를 드높이며 바잉을 다닌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부서 업무에 데이터 검증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고, 불경기일수록 상품 부족이나 과잉 재고로 인한 손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데이터 기반의 사이언스적 기획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 주에 나눈 다각도의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는 MD의 기획과 분석 업무에 끊임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끊임없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와 함께 유통 MD에게 있어 브랜드 MD와 다른 차별된 업무중 하나는 파트너십 관리와 협상력이라 할 수 있겠어요.
패션 브랜드 MD가 인하우스의 수직적 가치사슬 관리를 통한 상품 원가를 관리한다면, 유통 MD는 입점 거래처와의 파트너십 기반 수평적 협상을 통한 브랜드 원가를 관리합니다. 모든 제조/유통업체의 목표는 수익 극대화이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 신장과 원가율 관리를 함께 해줘야 합니다.
매출 신장과 직결되는 유통 MD의 역량은 지금 잘 팔리는 브랜드 상품이 결품나지 않게 조달하는 것이고, 잘 팔릴만한 브랜드와 상품을 남들보다 먼저 발굴해야하는 것이고, 때로는 남들은 못팔고 나만 팔 수 있게 독점 공급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가율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는 거래조건(수수료 or 마진)과 할인율이 있는데, 여기서 T&C(terms&condition)라 불리는 거래조건 협상은 MD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역량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 경쟁 환경이 치열해 질수록 영업에서 방어할 수 있는 할인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MD에 대한 회사의 거래조건 개선 압박은 끊이지 않죠. 그래서인지, 해외 브랜드에서는 '왜 한국 기업들은 만날 때마다 마진 얘기만 하는지...' 라며 언짢아하기도 한답니다.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전략 검토가 선행되야 합니다.
T&C의 범주
입점 브랜드와의 거래 조건 안에는 아주 많은 내용이 포함 됩니다. 일단, 직접적 수치로 보이는 마진 또는 수수료 입니다. 보통 직거래(사입) 브랜드와는 마진(=정가-공급가) 협상을 한다고 말하고, 위탁 브랜드와는 수수료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마진은 유통사 입장에서 사입해 온(이미 돈을 지불한) 상품을 통해 얻는 이익의 의미를 담은 언어이고, 수수료는 입점사 입장에서 이미 일어난 매출 정산을 받을 때 유통사에 공제하는 금액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겠죠? 이렇게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유통사 입장에서 마진이나 수수료는 높을수록 원가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진 50%와 수수료 50%가 꼭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입 거래는 현금을 먼저 지출하고 재고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하는 재무적 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현금 지출은 손익계산에 바로 반영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체화 재고가 발생하게 되면 재고평가감이 반영되어 원가율을 높이고 손익계산에 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위탁 거래는 선판매 후정산 시스템으로 현금 지출에 대한 부담이 적고, 재고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때문에 MD는 사입과 위탁에 대한 조건 논의가 가능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각각의 조건이 원가율(%)로 치환했을 때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까지를 시뮬레이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통 협상 당시의 마진을 계약 마진 (facial margin)이라고 하는데, 계약 마진을 낮추는 대신 조건부 rebate를 제시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 마진을 50%가 아닌 45%로 하되, 원하는 매출 수준을 넘어설 경우 0~10%p. 까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조건입니다. 최고의 리베이트를 받고 싶으면, 우리 제품을 가장 좋은 자리에 입점시켜 신경써서 잘 팔아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겠죠. MD는 현실적으로 5%p.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 매출 달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야할 것입니다.
수입 브랜드 상품을 사입할 경우 인코텀즈(Incoterms, 무역거래조건)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 무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조건은 CIF, FOB, EXW을 들 수 있는데, 비용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기 다른 인코텀즈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원가율로 환산하여, 최종 마진의 유불리를 따질 수 있어야 합니다.
CIF (Cost, Insurance and Freight)
판매자가 상품의 운임 및 보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수입업체는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수입업체는 수입항에서 상품을 수령하는 순간부터의 운송 및 관세 처리 비용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FOB (Free On Board)
판매자가 지정한 수출항에서 상품을 구매자에게 양도하므로, 수입업체는 수출항에서의 수출과 수입항에서의 수입 및 운송에 대한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EXW (Ex Works)
판매자가 상품을 자신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구매자에게 인도하므로, 수입업체는 수출국 내수 운송 및 수출입 관세 처리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국제무역으로 제품을 수입한다면, 인코텀즈 뿐만 아니라 결제조건(Payment Terms)도 따져봐야하는데, TT, LC, DP 등에 따라 추가 수수료 및 리드타임을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보통 LC가 비용이 가장 많이 들고, DP가 가장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TT (Telegraphic Transfer 또는 Telegraphic Payment)
구매자가 은행을 통해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방법입니다. 송금은 전자적으로 이루어지며, 송금이 확인되면 판매자가 상품을 발송합니다.
LC (Letter of Credit)
판매자가 안전한 거래를 위해 요구하는 신용장인데, 구매자의 은행이 판매자에게 상품 가격을 지불할 것을 보장하는 특별한 종이 문서입니다. 이 신용장 발행을 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DP (Documents against Payment)
판매자가 운송 관련 문서를 은행에 보내고, 은행은 수령한 문서를 근거로 구매자에게 지불 요청을 합니다. 지불이 확인되면 은행은 문서를 전달하고, 구매자는 이 문서를 근거로 상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판매가 저조한 재고 반품/교환을 요구한다든지, 희소성이 있는 제품을 독점 공급해달라는 등 유통사 입장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조건들을 추가적으로 계속 제안하고 성사시켜나가는 것이 MD의 협상 역량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거래처와 장기적인 파트너십 유지를 위해서는 힘으로 누르는 협상이 아닌 함께 win-win할 수 있는 전략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생을 위해서는 파트너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들의 수직적 가치사슬 연구를 병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줄 수 있는 당근이 늘 준비되어 있어야하는데요. 가장 효과 좋은 당근은 좋은 땅을 많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 즈음에서 MD개편 얘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in-win 협상 전략과 MD개편은 다음주에 이어가기로 해요...
To be continew with 상생하는 협상 전략, MD개편, S&OP 기반 재고 관리(재고개월수 관리, 결품율 관리, 소진율 관리) 등 유통 바잉 MD의 여러가지 이야기
좀 나중에 나누겠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short-term 높은 마진이 long-term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는 시장의 법칙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