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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엔지니어 May 04. 2024

유통 MD - 3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앞서 얘기했지만, 거래조건(T&C) 협상은 MD만의 고유 영역이며 그 만큼의 책임감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유통 MD의 협상 업무는 패션 브랜드 MD와는 다른 원가 관리 방식이기도 하죠. 


앞서, 페이셜 마진(계약 마진)과 더불어 수치로 환산하여 원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T&C 범주에 들어가는 실질적인 여러 요소들을 살펴 봤다면, 오늘은 MD가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 보려고 합니다.




Chapter3. T&C 협상 ②

유통 MD의 거래조건 협상은 유명 연예인이나 CEO들의 연봉 협상과는 좀 달라요. 각각의 입점 브랜드 또한 자신들의 수익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의 탄탄한 플랫폼 입점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 MD가 아무리 협상을 잘한다고 해도 그 어떤 드라마틱한 차이를 누릴 수 있는 페이셜 마진 조건 협상은 쉽지 않습니다. 대개의 기본 조건은 MD의 협상력 보다는 시장내에서의 우리 회사의 입지(매출력), 즉 힘의 논리에 의해 이미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매출 3조 하는 신세계 강남점이라든지, 온라인 1등 무신사라면, 유명 브랜드 유치가 훨씬 수월할 뿐 아니라, 마진 협상도 유리하고, 때로는 독점 유치까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는 플랫폼 내에서 고객 유입이 가장 효과적인 자리를 크게 제안한다면, 경쟁사 대비 좀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이것은 MD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협상 무기입니다. 입점 브랜드 또한 오프라인의 가시성 좋은 입구 매장, 온라인의 메인 배너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애쓰니까요. 다만, 한정적인 자원을 나눠쓸 수 밖에 없는 유통사 입장에서도 모든 브랜드에게 경쟁사 대비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모든 MD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는 함정이 있습니다. 좋은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유통사 연례 행사인 MD개편시 내부 힘겨루기를 통해 승부를 봐야하는데, 보통은 선배 MD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답니다. 우스개 소리로 땅따먹기라고도 부르는 MD개편 역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하는데, 이건 T&C 협상 이후에 다뤄보기로 해요.


대신, 오늘 가장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모든 MD가 시도해 볼 수 있는 협상 전술 입니다. 사실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MD들에 대해 가장 많이 컴플레인하는 주제 중 하나는 '한국 MD는 만날 때 마다 마진 높여 달라는 말만 해' 라고 합니다. 해외 기업들은 우리보다는 좀 더 장기적 안목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관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서는 화려한 언변으로 무작정 상대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이 필요 합니다.


실질적으로 실행가능한 상생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입점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어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손자병법이 필요한 순간이죠. 예를 들어, 아래 케이스처럼 페이셜 마진 50%에 계약하기로 한 브랜드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리고, (유통 MD는 정확히 없지만) 해당 브랜드의 제조원가가 소비자가 대비 25%라고 가정할게요. 이 제품을 정가 10,000원으로 시장에 판매할 100개가 팔린다면, 유통사의 매출은 1,000,000원 마진은 500,000원이며, 브랜드사의 홀세일 매출은 500,000원 마진은 250,000원 입니다.


case ①


그런데, 매출을 더 올리고 싶은 유통사의 MD가 브랜드사와 논의하여 10% 할인 판매를 하기로 했다고 해요. 할인 판매를 시작했더니 판매 수량이 2배로 늘었다고 가정해 보면, 케이스②의 왼쪽 그래프에서 처럼 사입원가에 변화가 없을시, 유통사의 매출은 1,800,000원 마진은 800,000원이며, 브랜드사의 홀세일 매출은 1,000,000원 마진은 500,000원 입니다. 양사 전체적인 매출과 수익 모두 늘겠지만, 왠지 브랜드사는 가만히 있으면서 더 큰 매출/수익 증대를 얻을 것 같죠. 


때문에, 생각이 있는 MD라면, 할인 판매를 결정하기 전에 브랜드사와 이 할인 비중을 분담하기로 할거예요. 대략 케이스②의 오른쪽 그래프 처럼 할인하는 비중 만큼 사입 원가를 낮춰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쩍 보기에도 합리적인 비율이기 때문에 브랜드사가 동의할 가능성도 높은 방법입니다. 이 경우, 유통사의 매출은 1,800,000원 마진은 900,000원이 되며, 브랜드사의 홀세일 매출은 900,000원 마진은 400,000원이 됩니다. 양사 모두 케이스① 보다 매출과 수익 모두 성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case ②


그런데, 조금만 더 브랜드사의 생산 가치사슬 체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MD라면, 판매 수량 즉 제조 수량이 늘어날 때 단위 원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가치사슬에는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적용되는 법이니까요. 아래 케이스③ 그래프에서 제가 α라고 표시한 것이 제조 수량이 늘어나면서 얻을 수 있는 원가 절감인데, 그 원가 절감 만큼도 유통사와 나누자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겠죠. 물론, 직접적으로 제조 이윤을 분담하자고 하는 것보다는 할인 부담을 5:5가 아닌 3:7로 가져가자는 방식으로 협상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이되, 내가 너를 다 알고 있다는 걸 흘리는게 꼭 좋지만은 않으니까요.   

case ③


물론, 위에서 예를 든 제품 할인을 통한 판매 볼륨 증대 또한 늘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플랫폼에서 할인을 하면 경쟁사에서도 할인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판매 볼륨 효과도 반감될테니까요. 다만, 이 부분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력있는 협상은 무작정 이기려는 협상이 아니라 파트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같이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는 것이라는 점이예요.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려는 관점에서 생각을 이어간다면, 힘의 논리에 굴하지 않는 진짜 협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겁니다. 



여담이지만, 회사를 떠나 소셜벤처를 창업하게 된 배경에는, 힘의 논리를 이용해 무작정 이기는 협상만 하라고 보채는 대기업의 관행을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가 컸습니다. 와우띵마켓은 힘이 센 브랜드이든 적은 브랜드이든 동일한 (그리고 시장보다 현저히 낮은) 수수료를 유지합니다. 물론 더 큰 숙제는 우리가 빨리 인지도를 키워서 입점 브랜드들에게 실질적인 매출 기여를 하는 것이고, 그 이후의 숙제는, 그렇게 우리 힘이 커지더라도 시장 논리에 휩쓸려 힘자랑 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To be continew with MD개편, S&OP 기반 재고 관리(재고개월수 관리, 결품율 관리, 소진율 관리) 등 유통 바잉 MD의 여러가지 이야기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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