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1. 빈칸은 두렵다.
커서가 깜빡일수록, 없는 내가 드러난다.
빈칸은 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를 심문한다.
마치 세상이 내게 대답을 강요하는 듯.
2. 그래서 한 줄을 더 적는다.
능력이 아니라, 버텨낸 하루의 자국처럼.
그 문장은 스펙이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흔적에 가깝다.
그러나 세상은 끝내 그것을 스펙이라 부른다.
3. 그 한 줄은 기록이 아니다.
사라질까 두려워 새긴 흉터, 아직 꺼지지 않은 작은 숨이다.
적어 내려가면서도, 지워질까 두려워 마음은 떤다.
‘존재 불안(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할 때 느끼는 두려움)’은 빈칸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드러난다.
그 불안은 빈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한 줄로만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겹쳐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