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1. 대기표에 이름을 적는다.
내 차례가 오기 전, 숫자들은 낙엽처럼 하나씩 사라져 간다.
지워질수록, 불리지 않은 내 이름이 더 선명해진다.
2. 관계도 그렇다.
“곧 연락할게.”
“다음에 보자.”
그 말은 약속이 되지 못한 채, 내 이름 옆에서 깜빡인다.
3. 희미한 불빛.
꺼질 듯, 꺼지지 않은 채.
나는 그 불빛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혹시 아직 내 차례일까.
내 이름은, 아직 남아 있을까.
4. 문 앞의 의자는 비어 있다.
햇살은 기울고, 그림자는 길어진다.
이름은 남아 있는데 끝내 불리지 않는다.
5. 그때야 안다.
기다림이 아니라, 두려움이 나를 그 자리에 붙잡고 있었다는 걸.
‘거절 민감성(거절당할까 봐, 미리 불안해지는 마음)’은 대기표에 이름을 적고도 불리지 않을까 자꾸만 들여다보는 모습처럼, 관계에서 배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드러난다.
꺼질 듯 깜빡이는 불빛처럼, ‘내 이름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장면은 그 불안을 오래 붙잡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