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향은 멀리 있을 때만 그리울까

제40화

by 그래도

1. 살던 곳에 있을 땐, 고향의 골목도 저녁 바람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침마다 같은 길을 걷고, 저녁마다 같은 불빛을 보니, 무심히 지나치는 공기처럼 스며든다.


2. 멀리 떠나야만, 잊었던 색과 냄새가 되살아난다.

낡은 간판 하나, 저녁밥 짓는 연기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아무렇지 않게 스쳐 가던 풍경이, 멀어진 자리에서 불현듯 가슴을 울린다.


3.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고향이 아니라, 그 안에 묻힌 시간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웃음과 발자국이,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밀려온다.

그리움은 결국, 고향을 부르는 동시에 그때의 나를 불러낸다.


고향의 그리움은 ‘향수(잃은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지금의 나를 확인하려는 마음)’다.
그리움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조용히 비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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