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직업부터 소개할까

제48화

by 그래도

1.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묻는 건 이름이 아니라, “무슨 일 하세요?”다.

내가 누군지보다,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이름은 금세 잊혀도, 직업은 곧 관계의 자리를 정해 버린다.


2. 직업이 나를 대신해 존재를 설명해 준다.

그 두 글자가 나의 이력, 나의 얼굴, 때로는 나의 전부가 된다.

그 두 글자가 내 여백까지 지워 버린다.


3. 일이 멈추면, 이름만 남는다.

그 이름조차 낯설다.

남은 이름이 나를 불러도, 대답할 내가 보이지 않는다.


직업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태도는 ‘역할 동일시(직업이나 역할이 곧 나라고 느끼는 상태)’다.
존재의 무게를 사회적 지위와 타인의 평가에 걸어 두는 순간, 이름은 희미해지고 남는 건 ‘나’가 아니라 역할의 껍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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