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1.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나는 분명히 했던 말인데, 상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녹취를 꺼내야 할 것만 같다.
2. 듣지 않은 게 아니다.
제대로 닿지 않은 것이다.
말은 귀를 스쳤지만, 가슴까지 내려앉지 못한다.
3. 소리를 높여도 달라지지 않는다.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닿을 길이 막혀서.
때로는 내 말이 엉뚱한 뜻으로 돌아와, 내가 건넨 마음이, 낯선 얼굴로 돌아온다.
4. 말해도 못 알아듣는 순간, 답답함보다 외로움이 앞선다.
내가 전하려던 건 사실 말이 아니라, 말속에 담긴 나였는데.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선택적 주의(듣고 싶은 말만 머무는 마음)’ 속에 머문다.
그래서 대화의 단절은 귀의 문제가 아니라, 굳어버린 해석의 틀이 마음을 가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