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1. 말로 꺼내는 순간, 내가 나쁜 자식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끝내 삼킨다.
입술은 다물었는데, 가슴은 이미 말로 차올라 있다.
2. 원망은 삼키고, 대신 내 탓만 늘어놓는다.
더 참았어야 했다고, 내가 부족했다고.
잘못을 돌릴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나를 향해 화살을 겨눈다.
3. 삼킨 말들은 곪아, 끝내 아물지 않는다.
침묵은 오래된 멍처럼 내 안에 남는다.
부모를 원망하지 못하는 마음은 ‘도덕적 방어(세상은 천사고, 내가 악마여야 그 천사들이 나를 돌봐줄 거라는 믿음)’다.
부모를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내가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결국 나를 나쁜 자리로 밀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