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술 마시면 개가 될까

제31화

by 그래도

1. 술을 마시면 달라진다.

낮에는 회사에서 “예, 알겠습니다”만 하던 사람이, 밤 술잔이 돌자마자 “이게 나라냐”를 외친다.

직급도, 체면도, 어제 다짐한 다이어트도 한 모금에 녹아내린다.


2. 술이 돌면 평소에 삼켰던 말들이 쏟아진다.

상사에게 못 하던 말, 친구에게 쌓였던 서운함이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술잔이 오갈수록 마음의 울타리는 금세 허물어진다.

사랑 고백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싸움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3. 평소 억눌러온 분노,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외로움 같은 게 풀려 나오면서 “술버릇”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낮에는 숨죽여 있던 마음이 술 앞에서야 짖고 뛰고 울부짖는다.

사람 구실하느라 조여 있던 목줄이 풀리니까.


4. 문제는 다음 날이다.

술 마신 뒤의 후회는 단순한 숙취가 아니다.

내 안에 잠든 개가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다.


술은 ‘자아 억제 기능(본능적 충동을 조절하고 사회적으로 행동을 통제하는 힘)’을 느슨하게 만들어 눌린 ‘공격성’과 ‘외로움’을 드러낸다.
‘개가 된다’는 건 새로운 내가 아니라, 억눌린 ‘이드(무의식 속 본능적 욕구와 충동)’가 목줄을 벗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