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1. 의자에 앉자 한참을 망설이셨습니다.
조심스레 숨을 고르더니,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으십니다.
끝날 무렵, 문득 이런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선생님이 힘들까 봐 걱정돼요. 제가 너무 힘든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아서요.”
낯설지만, 오래 남았습니다.
2. 처음에 조금은 이상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온 분이 오히려 제 걱정을 먼저 꺼낸다는 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힘든 얘기를 꺼내면서도, 그 무게가 상대에게 닿을까 염려하는 사람.
그 안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당신이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혹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아니죠?’라는 확인이 함께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그 말을 들으면,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잠시 멈추게 됩니다.
괜찮다고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너무 빨리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왜냐하면, 그 ‘걱정’이라는 말속에 ‘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오래된 믿음이 숨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말을 꺼낸 뒤엔 꼭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걱정하고, 그 걱정 때문에 다시 입을 다뭅니다.
그건 누가 가르쳐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살면서 그렇게 몸에 밴 겁니다.
그 걱정은 어떤 사람에게는 몸에 밴 예의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터득한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4. 가끔 그런 내담자와 함께 있다 보면 그가 얼마나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며 살아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감정 하나를 꺼내고 나면, 상대방의 표정을 살핍니다.
혼잣말처럼 “이런 얘기까지 해서 죄송해요”라고 말하고는 제 반응을 기다립니다.
늘 누군가가 옆에 있고, 그 마음을 먼저 챙겨야 하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그렇게 타인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말과 행동 속엔, 사실 자신이 받고 싶었던 마음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그 돌봄은 방향만 바뀌었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이런 걸지도 모릅니다.
“저,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나요?”
5. 그래서 상담자는, ‘괜찮냐’는 그 짧은 말 안에 담긴 망설임과 오래된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그 말에 바로 반응하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머뭅니다.
그러고 나서,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 말하시고 나서 제 반응이 좀 신경 쓰이셨어요?”
“다른 관계에서도 이런 걱정을 자주 하세요?”
이 질문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 길을 지나 이 자리에 이르렀는지를 함께 따라가 보자는 제안에 더 가깝습니다.
6.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관계만큼은, 당신이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를 힘들게 할까 봐, 너무 무거워 보일까 봐, 말을 삼키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그 자리에서는, 당신의 말이 짐이 아니라 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