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1. “선생님, 아이 키워보셨어요?”
젊었을 때(?), 자녀를 상담실에 데리고 온 부모님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입니다.
표정은 대개 진지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처럼 들리지만, 그 말에는 경험을 확인하려는 마음, 그리고 그 경험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재는 저울 같은 마음이 함께 얹혀 있습니다.
2. 아이를 키우는 일로 지쳐 있는 부모에게, 같은 경험을 한 상담자는 ‘내 편’이 되어 주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밤새 열이 나는 아이를 돌보다가 새벽에 무너진 마음,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의 한마디에 숨이 턱 막히는 순간… 부모는 이런 경험을 한 사람만이 그 감정을 ‘진짜로’ 안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 믿음 뒤에는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내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어쩌면 절박한 기대가 깔려 있습니다.
3. 하지만 상담자 입장에서는 이 질문이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미혼이거나 양육 경험이 없을 때, ‘없는 경험’이 곧 ‘덜 유능하다’는 평가로 이어질까 하는 불안이 고개를 듭니다.
대답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적인 어조가 나오거나, 대화를 빨리 다른 주제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상담자는 단순히 질문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뿐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이력’까지 비교당하는 미묘한 긴장 속에 서게 됩니다.
4. 그러나 상담에서 중요한 건 ‘같은 경험을 해봤는가’가 아닙니다.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해서 반드시 깊이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도 해봐서 안다”는 확신이 상대의 고유한 경험을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경험이 달라도, 내담자가 건네는 말과 그 사이사이의 숨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이 서서히 문을 열 때가 있습니다.
내담자가 “이해받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상담자가 그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함께 견뎌주며 의미를 붙잡을 때 찾아옵니다.
5. 상담 장면에서는 종종 ‘투사적 동일시(상대의 마음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그 마음에 맞춰 반응하게 하는)’라는 심리 현상이 나타납니다.
내담자의 감정—답답함, 화, 무력감—이 상담자 안에 스며들면, 상담자도 이유 없이 마음이 눌리거나 답답해집니다.
그러면 그 무게를 빨리 덜어내고 싶은 충동이 올라옵니다.
마치 누군가 젖은 수건을 어깨에 걸쳐놓은 것처럼.
6. 좋은 상담자는 그 수건을 곧바로 벗어던지지 않습니다.
잠시 들고 있으면서 ‘이 무게가 어떤 건지’, ‘왜 이렇게 젖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물기를 꼭 짜내 덜 무겁고 건조한 상태로 돌려줍니다. 이렇게 다듬어진 감정은 내담자가 조금은 삼킬 수 있는 모양이 되어 관계 안으로 되돌아갑니다.
7. 중요한 건 상담자가 그 감정을 실제로 ‘겪어본 적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내어 버티고, 자기 안에서 잘게 풀어, 내담자가 삼킬 수 있는 모양으로 다시 건넬 수 있는가입니다.
감정이 이렇게 돌아올 때, 내담자는 관계 안에서 숨을 고르고,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볼 힘을 얻게 됩니다.
8. 경험이 달라도, 상담자가 내 마음을 온전히 받아내며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해가 탄생합니다.
결국 상담이 끝난 뒤 내담자가 오래 기억하는 건 “이 사람은 아이를 키워봤을까?”가 아니라,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정말 들어줬다”는 경험입니다.
그 기억은, 양육 여부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남아, 서서히 스며드는 온기가 됩니다.